정원을 불ㆍ물ㆍ대지ㆍ공기 네 구역으로 안개동굴에선 5분마다 인공 안개 분출

1840년 봄, 독일 브랑켄부르크에 사는 어린이들은 녹음이 우거진 어린이 정원에서 뛰어 놀았다. 푸른 나무와 꽃, 모래와 자갈이 그들의 장난감이자 학습도구였고, 정원 한쪽에 씨앗을 뿌리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놀이였다.

이 ‘녹음이 우거진 어린이 정원’이 독일 교육학자 프뢰벨이 설립한 세계 최초의 유치원 ‘킨더가튼(kindergarten)’이다. 아이들이 처음 사회적 교육을 받는 장소(유치원)가 바로 ‘어린이들의 정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일본 정원, 사막 정원 등 수많은 정원으로 유명한 헌팅턴 도서관을 방문하면 자연 속에서 놀이와 배움을 연결한 프뢰벨의 정신을 그대로 담고 있는 ‘헬렌 앤드 피터 빙 어린이 정원(Helen and Peter Bing Children’s Garden)’을 만날 수 있다. 헌팅턴 도서관에 있는 정원은 대부분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눈으로 감상할 수만 있는데, 어린이 정원은 꽃밭과 식물들 사이로 아이들이 직접 들어가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정원이면서 놀이공원이고 생태 관찰 과학관이다. 또 정원에 들어찬 식물을 보며 다양한 식물의 종류를 알고 식물의 촉감을 느끼고 흙을 이해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키워주는 자연 교육학습장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남을 배려하는 자세를 심어주기 위해 정원을 설계했다고 하는데, 동양의 음양 문화를 도용해 정원을 불(Fire), 물(Water), 대지(Earth), 공기(Air) 등 네 구역으로 나눴다.

우선 어린이 정원 입구에서 공룡정원을 만난다. 곳곳에 나무로 만든 공룡이 있는가 하면 공룡화석과 막 알에서 부화한 새끼 공룡 모형 등이 전시되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동화책에서 본 정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아기자기하고 예쁘장한 정원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린이들을 미로의 나라로 인도하는 비밀정원, 어린이들만 들어갈 수 있는 터널 속으로 빛이 프리즘을 통해 무지개 색으로 현란하게 비춰지는 프리즘 터널(Prism Tunnel), 음파를 이용해 파도의 신비를 풀어 주는 소닉 풀(Sonic Pool), 흐르는 물을 이용해 음악을 연주하는 워터 벨(Water Bell), 자석의 원리로 모래를 마술같이 여러 형태로 바꾸는 마그네틱 샌드(Magnetic Sand), 철마다 가장 향기가 좋은 꽃들을 심어 그윽한 꽃내음을 음미할 수 있는 향기 정원(Fragrance Garden) 등 수많은 시설들이 아이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특히 올여름 문을 연 안개동굴(Fog Grotto) 정원은 5분마다 인공 안개가 정원을 가득 채우면서 아이들을 위한 신비의 놀이터로 탈바꿈한다.

어린이 정원 바로 옆에 있는 식물과학관(Rose Hills Conservatory for Botanical Science)도 함께 방문해야 할 곳이다. 과학관은 방문객들이 직접 식물의 생태계에 들어가 전시하고 있는 식물을 연구하고 각종 기구를 이용해 실습에 참여하는 과학체험 시설이다.

캘리포니아 과학관(California Science Center)처럼 손으로 만지면서 배우는 각종 과학 실험기구들이 식물원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식물원과 과학관을 혼합한 새로운 개념의 전시 시설이다.

헌팅턴 도서관은 패사디나 인근 산마리노에 위치한 희귀서적과 국보급 유물을 보유하고 있는 종합박물관 겸 식물원이다.

정원은 207에이커 면적 중 130에이커를 차지한다. 장미 정원, 선인장 정원 등 세계 각국에서 수집, 재배하는 희귀식물들과 여러 종류의 나무, 식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10여 에이커 규모의 일본 정원은 오래전부터 조성되어 일본 가옥과 나무들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고, 지금 한창 공사 중인 중국 정원은 2년 안에 공사를 마무리하여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