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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의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책갈피에
꽂힌 사랑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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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2003년)’는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생 동하와 현채의
사랑을 그린 영화이다. 도서관 화집에 메모를
적어 사랑을 고백하는 미지의 남자와 메시지를
따라가며 그를 찾아나서는 여자의 탐험이 도서관을
주 무대로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것은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의 시작입니다. 당신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귀여운 곰같이 사랑스럽답니다. 다음엔 이
책을 빌려보세요.” 현채가 빌린 화집에 적힌
사랑의 첫 메시지. 그리고 그가 권하는 책을
빌리는 그녀. 그리고 이어지는 또 다른 메모를
발견하고 그녀는 점차 ‘미지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도서관의 책은 개인의 것이
아니기에 여러 사연들이 담기기 마련이다.
물론 여러 사람이 읽는 책에 밑줄을 긋거나
접어두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지만 살짝
끼워 둔 메모 한 장을 발견했다면? 로맨틱한
상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는 도서관 화보집을 통해 서로의
공감대를 발견하고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가는
남녀의 이야기이다.
한 줄의 메시지에서 뻗어나가는
상상의 나래! 우리는 책에서 같은 즐거움을
얻으며 지적 아름다움을 가꿔나간다. 영화
속 주인공은 아니지만 우리도 얼마든지 도서관에서
아름다운 사랑의 메시지를 만날 수 있다. 우리네
삶을 알차고 풍요롭게 만드는 비결, 독서를
통해 달콤한 행복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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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순지의 ‘러브레터’ 도서대여
카드에 사랑을 스케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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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1995년)’는 1999년
국내에서 개봉된 일본영화 1호로 이미 해적판
비디오테이프로 대단한 사랑을 받아왔다. 3년
전 등반 사고로 죽은 후이지 이츠키를 잊지
못하는 연인 히로코. 그녀는 그의 중학교 졸업
앨범에 기재된 주소로 부질없음을 알면서도
한 통의 편지를 보낸다. 그런데 어느 날 뜻하지
않게 후이지 이츠키로부터 답장을 받게 되는데…
그 답장은 연인 후이지 이츠키와 동명이인인
동창 여자 후이지 이츠키였다. 두 사람은 그렇게
남자 후이지 이츠키에 대한 옛 기억을 편지로
주고받으며 또 하나의 ‘러브레터’를 발견하게
된다. 바로 남자 후이지 이츠키가 여자 후이지
이츠키에게 보낸 사랑의 고백, 학교 도서관의
도서대여 카드!
눈 덮인 산 중턱에서 ‘오겡키데스카,
와타시와 겡키데스(잘 지내고 있습니까,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를 애절히 외치던 히로코의
모습은 단연 영화 ‘러브레터’의 명장면으로
꼽힐 만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의
클라이맥스는 두 후이지 이츠키의 중학교 후배들이
여자 후이지 이츠키를 찾아와 자신들이 발견한
도서대여 카드를 건네는 장면이다. 거의 모든
도서대여 카드에 기록된 이름 후이지 이츠키.
그리고 그 뒤에 그려진 초상화의 주인공 후이지
이츠키. 소년의 애틋한 사랑의 고백이 그 순수함을
고이 간직한 채 10년이 흘러 소녀에게 전해진
것이다.
영화 속 도서관은 원래 훗카이도
오타루의 구(舊)일본우편선 건물로 ‘러브레터’를
통해 널리 알려져 현재 관광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러브레터’의 도서대여 카드는 아니지만
이곳에서 연인에게 한 장의 엽서로 사랑을
전하는 것도 참 낭만적인 추억으로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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