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산책 * 이달의 책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추천하고 있는 이달의(2월) 책들이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는 전 국민 책읽기 운동의 일환으로 매달 10종씩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 발표하고 있다.

 

잃어버린 여행가방

박완서 / 실천문학사

『잃어버린 여행가방』은 기행문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대흥사 일지암, 에티오피아, 티베트, 네팔 등을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점들을 전해주고 있다. 국내외를 돌아다니면서 그때그때 느낀 감정이나 생각들을 편안하게 펼친 글들이지만 거기에는 심상치 않은 통찰들이 호두과자 속의 호두알처럼 박혀있다. 길 위에서 느낀 생각들을 곰곰이 삭힌 내면일기적 성격이 더 강한 기행문이다. 이겸 씨가 찍은 사진들이 기행문을 더욱 분위기 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추천자 : 이남호(고려대 국어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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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인물들의 재구성

고지훈 / 앨피북

절대 권력의 맞수 되기, 절대 권력의 2인자 되기, 절대 권력의 조력자 되기, 북으로 간 사람들, ‘전향’의 세 가지 스펙트럼, 변혁의 불씨들의 여섯 범주를 설정하여 김구부터 박종철까지 우리 현대사에 명멸했던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분류 소개하고 있다.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이라는 서술어대로 될 수 있으면 무겁지 않고 재미있게 인물들을 재구성하려는 의도도 좋다. 현대사에서 자칫 빠지기 쉬운 편견에 휘말리지 않고 균형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도 돋보인다.

추천자 : 정옥자(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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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제국

로버트 W. 메리 / 최원기 / 김영사

현재 미국의 네오콘과 공화당이 추구하고 있는 제국은 사실 미국의 진보세력에서 기원한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공화당과 보수주의자들은 고립주의를 고수해왔고 개입주의는 민주당이고 진보세력인 윌슨에서 출발하였다. 냉전 이후 개입주의와 고립주의가 교차하면서 미국의 외교정책을 주도해왔으나 냉전의 해체와 세계화로 역사의 진보론이 부활하였고, 공화당과 민주당의 클린턴정권 모두 개입에 의한 21세기 제국을 구축하려 하였다.
저자는 미국이 진보로 포장된 제국의 오만을 버리고 개입을 자제하고 문화적 다원주의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순환론적 역사관을 슈펭글러, 토인비에서 헌팅턴에 이르기까지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추천자 : 이남호(고려대 국어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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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우와 에머슨의 대화

하몬 스미스 / 서보명 / 이레

‘미국정신의 르네상스를 이끈 우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현대 생태학적 자연사상의 아버지 소로우와 미국의 신비주의 사상을 대표하는 에머슨의 25년에 걸친 우정의 파노라마를 다루고 있다. 에머슨은 마을 바깥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고서도 많은 이들을 만났다. 반면 소로우는 마을을 떠나 세상과 동떨어진 쓸쓸한 삶을 살면서 형이 사랑한 여인에게 연심을 품기도 했다. 무뚝뚝하고 고독한 소로우의 내면에서 평온한 세계로 향하는 작은 등불을 알아본 에머슨이 없었다면 소로우가 소로우일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소로우가 이미 성숙했음에도 늘 선생으로서의 역할을 고집해서 마침내 위기를 맡기까지 에머슨과 소로우의 인간적인 고뇌와 매력이 들어있는 책이다.

추천자 : 이주향(수원대 교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