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순영ㆍ한국교육학술정보원
국가지식정보센터
소장
종전의 도서관이 인류문화의
기록을 보존하고 관리하며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면, 지식사회에서의 도서관은
보다 직접적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왜냐하면 국가의 발전을 이끌어가는
모든 사회 활동의 중심에 핵심 가치로서 지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식사회는 지식이 사회
전반에 걸쳐 부가가치를 가져오고 지식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으로 대변되는 사회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립중앙도서관이 '21세기 지식정보시대를
열어가는 도서관'을 기치로 내세우고 사회적인
책임을 선언한 것은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아주 시의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지식사회에서의 도서관은
자료를 수집하고, 조직하는 소극적인 기능뿐
아니라 효과적으로 지식을 생산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기능도 함께 겸비해야 한다.
관련하여 국립중앙도서관의 기능도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재정의가 필요하고, 나아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국립중앙도서관이 이루고자
하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곧 그 비전이 우리나라 모든 도서관의 비전으로
용해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관종이 어떻든
간에 모든 도서관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는
우리 인간의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지식을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60회 생일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의미의 인생을 시작하듯, 국립중앙도서관도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제2의 출발을 시작하고
있다. 그간 국립중앙도서관이 특별히 문제를
지적하기도 어려울 만큼 열악한 우리 사회의
문화적 이해 속에 나름대로 홀로서기를 거듭하며
도서관의 영향력을 키워온 것에 우리 모두
감사와 함께 축하의 뜻을 전하고 싶다. 우리
사회만큼 경제적 가치가 강조되고, 가시적인
효과를 중시하는 사회도 없을 터인데 그래도
이만큼 성장하기까지는 남모르는 어려움의
시간도 많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무엇보다 우리 주변에서 낯선 건물로
자리 잡고 있던 물리적인 도서관이 이제 우리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둥지를 틀게 된 것도
보이지 않게 국립중앙도서관이 이루어 놓은
작지만 아주 큰 결실이다. 이제 동네 어귀
어디에서도 낯설지 않게 도서관을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 문화가 성숙해졌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자고로 잔치 집에서는 축하의
덕담만을 주고받아야 마땅할 것이나 보다 아름다운
칠순의 국립중앙도서관을 기대하는 마음에서
두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국립중앙도서관은 이제
더 이상 하나의 국립중앙도서관을 키우는 일에
모든 정성을 쏟기보다는 우리나라 도서관 전체를
키우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마침 때맞춰 도서관 정책 기능을 부여 받았으니
이제 도서관을 통하여 국가가 발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우리 사회 전반에서 도서관이
차지하는 영향력을 더욱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사회에서 도서관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도서관계에서 국립중앙도서관의 영향력을
키우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도서관계에도 예외
없이 뿌리박고 있는 기관의 이기주의나 편의주의를
극복하고 전체를 아우르며 공통의 목표를 꿈꿀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고, 조정해 나가는 리더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부분에서
우리 도서관들은 각 도서관의 이용자나 사회를
위해서 일을 하기보다 사서와 도서관 자체를
위해서 일을 한다는 뼈아픈 지적이 있다. 지식사회에서는
이제 더 이상 하나의 도서관이 모든 기능과
역할을 수행해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도서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어울려야 모두가 동반
성장하는 체제이다. 그러기 위해서 국립중앙도서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그 이름에
걸맞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한가운데서
중심을 잡고 우리 사회가 어디를 향하여 나아갈지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의회도서관이 "LC is more than
a library."라고 표방한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제 다시 한 번 국립중앙도서관의
60주년을 축하하며, 새롭게 태어나는 국립중앙도서관을
통해서 우리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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