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개관 60주년' 특집

임윤철ㆍ정독도서관 자료봉사과장


국립중앙도서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필자가 남산도서관에 근무하던 1980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국립중앙도서관은 남산도서관과 이웃에 자리하고 있어서 친근감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그 시기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태여서 국립중앙도서관이 국가대표도서관으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공공도서관의 기능도 함께 담당하였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갖고 지켜봤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국가대표도서관이라는 국립중앙도서관이 도서관 건물과는 거리가 먼 어린이회관을 인수받아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대표도서관에 대한 정부의 그릇된 인식과 무관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사서의 입장에서 적지 않은 실망감을 가지고 근무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988년 현재의 건물로 이전하여 외형적으로 국가대표도서관의 면모를 갖추고 위상을 강화하게 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자료 이용의 활성화를 위하여 국내 최초로 '공부방'인 일반열람실을 폐쇄하고 그 이용 공간을 자료실화 한 것은 우리나라 도서관 문화의 획기적인 개혁이라 할 수 있겠다.

그 이후 국립중앙도서관은 1994년 「도서관및독서진흥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명실상부한 국가대표도서관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필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아직도 국립중앙도서관은 외국의 주요 선진국 대표도서관과 비교해 볼 때 시설이나 인력, 자료, 예산 등에서 크게 뒤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2004년도에 국립중앙도서관이 장서 500만권을 달성하였다고 우리 도서관인들이 모여 샴페인을 터트렸지만 이는 가까운 일본 국가대표도서관의 자료 2,500만권에 비교해 볼 때 많은 차이가 나고 있다. 시설, 인력, 예산 등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립중앙도서관이 국가대표도서관으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그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설, 인력, 자료 예산 등의 확보를 위한 단계별 중장기계획을 수립하여 계속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각 도서관들이 서로 협력하여 서비스 대상 이용자들의 정보 접근을 최대한 확대해 나간다는 공공도서관 협력망이, 1997년도부터 국립중앙도서관을 중앙관으로 하여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지만 체계상의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도 정보화 사회의 도래와 함께 이용자들의 정보 요구가 보다 다양하게 변화되고 정보서비스 또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료의 폭발적인 증가와 인적ㆍ물적 자원의 압박 등으로 인하여 개별 도서관이 모든 자료를 수집하여 이를 전문성 있게 공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겠다.

도서관 간 자원의 상호교환 및 공동 활용을 위한 협력 활동의 출발점은 국립중앙도서관을 중심으로 서울시 소재 일부 공공도서관, 대학도서관, 특수도서관이 참여한 '도서관 자료 이용 및 상호대차에 관한 협정'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 협정은 당시 참여 도서관별 장서 구성의 격차와 인식 부족 등의 이유로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그 후에도 도서관 각 분야에서의 협력활동은 꾸준히 추진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정보자원 공유를 위한 국내외 협력 사업이 국립중앙도서관을 기반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1997년도에 전국의 시ㆍ도를 협력 사업 시행 단위로 하는 지역별 공공도서관 협력망이 구성되어 추진되고 있다.

도서관 간 소장 자료의 상호대차 등을 비롯한 협력 사업은 시ㆍ도 산하 모든 단위도서관을 지역대표관에 연결하는 한편, 도서관 간의 거리, 장서 구성의 차이 등에 따라 권역별로 필요한 경우에는 지역대표관과 단위도서관 간의 중간 매개 역할을 하는 '지방대표관'을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관인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전국의 도서관 협력망 운영을 총괄하고, 각 지역별 협력망의 기능 수행에 관한 기획과 조정, 지도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협력망 사업을 살펴볼 때 국립중앙도서관이 공공도서관에 공헌한 획기적인 사업은 첫째, 도서관 자료의 처리기법 표준화를 위해 「한국문헌자동화목록형식」(KORMARC)을 개발하여 전국 도서관에 보급한 일과 둘째, 전국 도서관 소장 자료의 자체 목록정보 DB를 수집하여 「국가문헌종합목록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도서관정보전산망(KOLIS-NET) 구축을 위해 시ㆍ도 지역 정보센터에 전산기기가 보급된 일을 들 수 있다.

셋째, 도서관업무전산화 패키지(KOLAS)를 개발하여 전국 도서관에 보급함으로써 국립중앙도서관에 납본되는 신착자료의 일부를 전국 공공도서관에 지원하여 단위 도서관들의 장서 확충에 크게 도움을 준 일이다.

그 외에 시ㆍ도 '지역대표관'은 중앙관의 지도 및 조정을 받아 산하 지역 도서관 협력망을 총괄하며 이를 위해 그 지역의 모든 도서관장이 참여하는 「지역별도서관협력망회의」를 구성하여 자료의 이용 및 상호대차에 관한 협정 체결과 협력 사업의 개발 및 시행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하고 있다.

지방대표관은 지역대표관의 지도를 받아 소관 협력망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단위도서관과 지역대표관 간의 매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단위도서관은 자료의 상호대차 등 협력 사업의 실제 수행기관으로서 각 도서관별로 자료 이용 및 대출 규정 등 자체 규정과 중앙관의 협력 사업 이행지침에 따라 상호대차, 분담수서 등 단위도서관 상호 간에 협력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정보의 폭발적 증가와 더불어 이용자의 다양한 정보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도서관 간 상호 협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도서관 협력의 주요 과제는 도서관 간의 협력 활동에 저해가 되는 다양한 내적ㆍ외적 요인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가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도서관 간 정보의 상호 교환 및 제공을 위해서는 협력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의 문제, 각 도서관 소장 자료의 영세성과 유사성, 대ㆍ소규모 도서관 간의 장서의 불균형과 자료의 중복 구입, 장서의 분실 및 훼손, 정보 검색의 표준화와 같은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도서관 간 상호협력에서 취할 수 있는 장점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점진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이용자가 전국에 소재되어 있는 자료를 신속하고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서관 간 협력이 가능한 분야를 단계별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이 개관 60주년을 맞이하기까지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사업과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공공도서관의 입장에서 볼 때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협력망 사업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인적ㆍ물적 자원의 효율적 운영에 밑거름이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