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개관 60주년' 특집

이용훈ㆍ한국도서관협회기획부장
           도서관문화비평가


우리나라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빠른 노령화이다. 사회적으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속하게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이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는가에 많은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특별한 우리나라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생은 60부터'라는 이야기도 있듯이, 경험과 연륜을 쌓은 고령 인구를 잘 활용할 경우, 다른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또 하나의 한국적 힘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 60'이면 이젠 은퇴할 때가 아니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꾸준히 자신을 새롭게 거듭나게 해야 한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과거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 때, 인생 60,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올해로 개관 60주년을 맞았다. 이 60년의 의미가 무엇이 될 것인지는 지금 이 순간 국립중앙도서관이 어떤 변화의 모습을 보여 주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특히 도서관계로서는 지금이, 60년 전 일본제국주의 시대의 도서관이 아닌 해방된 조국의 도서관으로 거듭나야 할 절대적인 시대적 과제에 직면했던 것과 같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21세기 대한민국의 수많은 부문들과의 경쟁과 차별성을 통해 도서관의 존립 가치와 실제적인 생존방식을 만들어 내야 하는 시대이다. 그런 사회적 변혁의 시대에 국립중앙도서관은 대한민국 도서관계를 대표하는 도서관으로서 지금까지 축적해 온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서관으로 변모하고, 우리나라 다른 도서관들과 함께 발전해 나가는 데 있어 봉사하는 도서관, 맏형다운 도서관이 되어야 한다.

작년부터 문화관광부가 수행하고 있던 도서관정책의 주요한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더 '도서관을 위한 도서관', '다른 도서관에 봉사하는 도서관'의 모습으로 자신을 낮추면서도 반듯한 도서관 철학과 행동원칙, 그리고 신념과 의지를 가진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도서관 이외의 영역과 부문들에 있어서는 도서관의 진정성과 가치를 증명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며,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도서관 모두를 위해 노력하는 도서관이 되어야 한다. 그런 자기 낮춤과 헌신적 활동으로 다른 도서관으로부터 진솔한 지지와 인정을 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국립중앙도서관은 명분뿐 아니라 실제적으로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서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생 60'에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자세로, 개관 60주년을 맞는 국립중앙도서관은 이전의 영광까지도 포기하고 밑바닥에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내는 고통의 시절을 보낼 수도 있다는 용기와 인내를 가지기를 바란다. 환골탈태의 시절이 없이 새로움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만을 기억하고, '死卽生, 生卽死'의 각오로 개관 60주년을 진솔하게, 그리고 조용하게 맞을 일이다.

새로운 도서관 시대를 열어가는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국립중앙도서관이 이후 어떤 방식으로 일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 주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다른 도서관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기를 바란다. 지방분권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때에 중앙기관으로서의 역할 수행 영역이 자꾸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국가기관으로서 국립중앙도서관은 다른 도서관들이 가진 고민과 한계와 요구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듣고, 그들이 그러한 문제들을 풀어가는 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고, 늘 함께 하겠다는 연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주 다른 도서관을 찾아가 보고, 그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해 그들의 이야기에서부터 단서를 찾기를 바란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도서관계의 '모모'가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국립중앙도서관이 미래를 만들어 가는 데 필요한 철학적 또는 사회적 기반을 개척하고, 이러한 기반을 근거로 도서관들이 함께 열어갈 비전을 만들고 이러한 비전을 실현시키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단단한 연대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애정과 헌신의 자세로 다른 도서관들과 함께 새로운 도서관 시대를 열어갈 수 있어야 한다. 도서관계뿐 아니라 사회 다른 제 부문에 대해서도 도서관의 가치와 가능성을 설득하고 서로 협력하는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제 도서관은 예전과 달리 사회 속에서 뚜렷한 자기의 입장을 가지고, 사회적 가치와 가능성을 제대로 증명할 수 있기를 거듭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 일반 사람들도 쉽게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도서관의 이념과 철학, 운영방식과 행동을 만들어 내야 한다. 오랫동안 그런 기회를 가지지 못한 도서관들이 쉽게 이러한 변신을 하기 어려울 때, 국립중앙도서관이 그러한 변혁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그래야지만 다른 도서관들이 좀 더 수월하게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도서관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국립중앙도서관이 가진 장서와 인력, 서비스도 언제든 다른 도서관과 공유하겠다는 열린 자세도 요구된다.

이번에 국립중앙도서관이 개관 6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중장기 비전을 만들어 공표한다고 하니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혜안과 의지에 존경과 격려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비전은 실천을 통해서만 그 의미를 드러낼 수 있다. 이제부터 국립중앙도서관은 스스로 밝힌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강령에 따라 실천하는 몸짓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런 변혁의 국립중앙도서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개관 60주년을 은퇴의 때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시작으로 만들기 바란다.

국립중앙도서관 개관 60주년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 날은 국립중앙도서관만의 60주년이 아니라 우리나라 도서관 모두의 60주년이라고 생각하고 자축하고 싶다. 그리고 모두 힘을 모아 새로운 도서관 시대를 열어갈 희망의 씨앗을 심는 날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