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동철ㆍ청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국립중앙도서관, 문헌보국
60년, 앞으로도 영원하리라! 국립중앙도서관은
해방과 함께 조선총독부도서관의 간판을 내리고
1945년 10월 15일 국립도서관으로 개관하여,
올해 개관 60주년을 맞이하였다. 이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직원을 비롯한 모든 도서관계 구성원들이 축하해야
할 일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개관 초기에
불과 284,457책의 장서, 16명의 직원, 383,926원의
예산을 갖고 운영되기 시작하였다. 이 때의
국립중앙도서관은 그리 크지 않은 규모로 공공도서관의
역할까지도 담당하면서 출발하였다. 그동안
국립중앙도서관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명실상부하게 국가를 대표하는 국제적인 도서관으로
성장하여 지금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오늘 우리 도서관계 사람들은
이러한 의미 있는 일을 축하하기 위해 함께
모여 축하를 하고 지면을 통해 기쁨도 나누며
축배를 들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해야
한다. 이는 지식정보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이룬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커다란 업적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국립중앙도서관은
지식정보사회에서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지식정보 공단으로 우뚝 선
것이다. 물론 선진국들은 이미 국가대표도서관이라는
지식정보 공단을 포함하여 다양한 분야의 지식정보
공단을 육성해 오고 있다. 나아가 각각의 지식정보
공단에는 많은 수의 지식정보 공장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지식정보의 생산 활동을 전개하도록
하고 있다.
향후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정보의 단편적인 가치보다는 정보의 선정,
첨단기술을 활용한 정보의 분석ㆍ조직ㆍ재편집ㆍ체계화에
의한 정보의 지식화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정보의 지식화 작업은 도서관의
핵심적인 기능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무늬만 지식정보사회를 외치고 있을 뿐 국제경쟁력
있는 컨텐츠 개발의 원천인 책과 독서, 나아가
도서관에 대한 지원과 관심은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 이르러 도서관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잠시 반짝하였을 뿐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고품질의 지식정보를
생산할 지식정보 공장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도서관
관련 사업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 지식정보자원
관리사업들을 수립하여 추진해 오고 있지만,
국립중앙도서관의 목소리는 그리 크게 들리지
않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국립중앙도서관이
국가대표도서관으로서 선진 제국이나 경쟁국들에
비해 열악한 국가 지식정보자원의 총량을 제고하고,
그 활용을 극대화하는 노력을 선도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국립중앙도서관은 국내ㆍ외
지식정보자원의 관리 및 유통 현황을 종합적으로
조사ㆍ분석하고, 미래 국가 성장 동력으로서
지식정보 유통체제의 사명 및 비전 수립과
함께 특성별 지식정보자원의 관리 체제 구축이나
연계 방안 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립중앙도서관의
조직 규모는 국가대표도서관으로서의 사명과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도
작고 단순하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들
가운데 가장 열악한 국가대표도서관을 지니고
있다. 거의 10년 전의 조사에서도 미국은 7국
79과에 정규 직원이 5,300명에 이르고, 일본은
관장ㆍ부관장 외에 7국 39과에 850명, 영국은
5국 20과에 1,300명과 같은 방대한 조직 규모로
국가대표도서관을 경영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국립중앙도서관은 선진국의 함대가 항공모함을
비롯하여 구축함, 순양함, 잠수함 등과 연계하여
전투력을 향상시키는 것과는 달리 전투기도
탑재되지 않은 한 척의 항공모함을 함대로
여기고 운영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이미 일찍부터 국제사회에서는
IFLA, UNESCO 등 도서관 관련 기구들이 국가정보시스템이나
국제정보시스템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가대표도서관에
대한 지침, 권고안들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립중앙도서관은 이 시기에
적시된 여러 가지 국가대표도서관 관련 사항들을
지금도 논의 중에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소관
행정 부처나 위정자들이 국립중앙도서관의
발전에 좀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하는 당위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직원들은 물론이고 우리
도서관계 인사들도 함께 국가대표도서관의
발전에 견인차가 되도록 노력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국립중앙도서관이
지금 입고 있는 옷이 잘 맞는지, 아니면 갈아입어야
할 것인지, 앞으로 변화하는 도서관 주변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함께하면서 축하연을 개최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변화의 중압감에
지친 우리 도서관 식구들은 신속히 진행되는
변화의 소용돌이가 그치기를 바라면서 바짝
엎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도서관계의 다가올 미래 상황을 살펴볼
때, 지금보다도 변화와 혁신이 덜 요구되는
시기는 결코 찾아오지 않을 것이므로, 피할
수 없다면 그러한 변화와 혁신을 즐기는 것이
올바른 선택으로 여겨진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 도서관계
식구 모두 문헌보국 60년, 국립중앙도서관의
위업을 기리며, 또 한편으로는 지식보국 100년,
국립중앙도서관의 영원한 발전을 철저히 기획하여
추진할 것을 다짐하면서 다함께 높이 건배의
술잔을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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