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지킴이


글 ㅣ 김천일ㆍ국립중앙도서관 사서

 

개관 60주년을 맞은 국립중앙도서관은 그동안 소공동, 남산을 거쳐 현재 서초동에 둥지를 틀고 있다. 그리고 본인은 남산 시절부터 현재까지 약 23년 동안 국립중앙도서관의 사서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도서관은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어 왔으며, 아직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 되돌아보면 이곳은 나의 삶과 꿈이 살아 있는 곳으로, 지나간 23년은 수많은 애착과 많은 즐거움과 고통이 따른 시간이었고, 그래서인지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대해서 묘한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교육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시작한 도서관에서의 근무가 이젠 30년을 넘어선 지금도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아니면 필요 없는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때론 곤혹스럽기도 하다.

국립중앙도서관과 함께 해 온 20여 년의 세월을 더듬어 보면 사서로서의 내 존재감이 확실해지지 않을까.

남산 국립중앙도서관의 중심 업무는 국가대표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한 장서 확충과 서초동 신청사로의 이전작업이었으며, 이전작업은 열람과가 주축이 되어 88년 7월경 개관에 이르기까지 2년간 계속되었다.

이전작업은 장서 이전이 주 업무였는데, 얼마나 고되고 힘든 작업이었던지 그 2년간은 도서관을 향한 열정과 노력이 없었다면 버틸 수 없었던 고통의 시간이기도 하였다. 지금도 그때 함께 일했던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다.

서초동의 신축 도서관은 건축이 완료된 상태에서 옮긴 것이 아니라 6층에 사무실이 먼저 들어가고, 5층부터 1층까지는 주제실을 배치하여 1개 주제실의 설치가 완료되면 다른 주제실을 설치하는 식으로, 개관 일자에 맞추어 옮겨야만 했다. 과다한 업무에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따랐고 끝이 보이지 않는 하루하루이기도 하였으나, 일정에 맞추어 차질 없고자 모두들 노력하였다.

기억컨대 현 건물은 '5공화국 기념건물'로서 당시 대통령의 방문 예정에 맞추어 주제실을 설치하느라 격무에 시달려 직원들의 많은 부상도 뒤따랐다. 그러나 결국 방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때는 6층 사무실에 근무하던 직원들이 부러운 대상이기도 하였다.

남산 시절의 이용자들은 열람석 이용자와 자료 이용자로 나뉘어졌는데, 열람석 이용자는  열람석 좌석이 비면 1명씩 입실을 하게 하였고, 도서관 입실료로 100원씩을 받던 제도를 폐지하였다. 이로 인하여 당시 입관료를 받아야 했던 공공도서관의 실정으로서는 많은 곤란한 점이 발생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자료실은 연구문헌실, 족보실, 한국학실, 88올림픽자료실, 대출대(서고자료) 등이 있었으며, 자료 이용을 많이 했던 이용자로는 고 이종학 독도박물관장(이순신장군 연구가)과 고 임종국 선생(친일파 연구가)이 기억난다. 고 이종학 선생은 일제시대의 자료에서 이충무공의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현재 친일파 연구의 초석이 되신 고 임종국 선생은 조선 관계(조선문)의 많은 자료를 섭렵하고 수집하였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서초동 시대는 88년 7월 개관을 중심으로 2002년도까지를 전반기, 2003년부터 현재 이 시점까지를 후반기로 나누어 보고자 한다.

그렇다면 전반기는 장서 관리에 중점을 둔 시기라 보고 싶다.

우선 자료실 중심(연구문헌실, 족보실, 한국학실, 88올림픽실)에서 주제별 자료실 중심(인문과학실, 사회과학실, 자연과학실, 연속간행물실 등)으로 장서 관리 체제를 개선하였다. 또 족보 중심의 계보학실은 족보실로, 이후에는 고서를 총괄하는 고전운영실로 개편하였다. 연구문헌실(학위논문)은 학위논문실로 바뀌었다가 학위논문관으로 확대되었으며, 일본국회도서관과의 자료 교환을 통해 미소장 자료의 수집(영인교환)도 활발해졌다. 뿐만 아니라 북한도서관의 자료 교환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으며, 자료보존관과 사서연수관을 설치하여 사서 교육을 강화하였다.

서초동 시대의 후반기는 이용자 중심으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운 경영기법을 도입하고자 도서관 업무의 혁신 방향을 모색해 온 기간이다.

2004년 11월, 직제 개편을 하여 자료기획과, 주제정보과, 정책자료과, 도서관정책과를 신설한 것과 더불어 열린정책세미나 개최, 도서관 서비스 향상 추진 연구, 국립중앙도서관 비전 수립 등 많은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주제전문사서 제도를 도입하여 전문화된 역량을 기르고자 한다. 따라서 이 기간은 우리 도서관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기 위하여 준비하는 시기가 아닌가 한다.

새로운 시대는 우리 도서관에게 더욱 더 새로운 변화를 요구한다.

도서관과 정보 그리고 지식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날마다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 전통적인 도서관으로는 이용자의 정보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도서관의 패러다임은 정보기술의 발달, 정보 자료의 양적 및 질적 변화, 가상공간의 등장, 업무 전산화 등으로 인쇄 매체에서 전자 매체로, 실물 자료에서 정보 접근으로, 물리적 공간에서 가상공간으로 변화되고 있다. 21세기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도서관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사서의 역할 변화는 필연적이라고 하겠다.

우리 사서의 역할은 변해야 한다. 또한 우리 것은 우리가 찾아야 한다. 우리의 몫은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 부분보다는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도 함께 길러야 한다. 주제전문사서로 거듭나는 동시에 사서가 도서관에 앉아서 찾아오는 이용자에 대한 봉사만을 수행하는 게 아니라 각종 매체를 통해 도서관과 사서의 역할을 알리고 이용자로 하여금 도서관의 존재를 인식시키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며, 전문성을 가진 사서로서 이용자 서비스 정신에 투철해야 한다.

작은 숲에서 안주하기보다는 큰 숲으로 클 수 있는 도전할 목표가 있다면 즐거움이 있지 않겠는가. 하나의 작품이 완성이 될 때까지는 무한한 노력과 공력이 쌓여야 하듯이 무엇인가 나의 삶을 위한 존재의 필요성이 있어야 하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그동안 많은 시간들을 도서관과 동료들과 더불어 같이 하면서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였으며,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가를 항상 기억하고 노력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제 나의 도서관과 동료들과 함께 큰 숲을 향해 걸어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