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 이달의 책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추천하고 있는 이달의(5월) 책들이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는 전 국민 책읽기 운동의 일환으로 매달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 발표하고 있다.

 

붉은 브라질

장 크리스토프 뤼팽 지음 /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2001년 프랑스 콩쿠르 상 수상작이다. 소설의 무대는 16세기 브라질이며, 주인공은 프랑스인 남매이다. 포르투갈이 먼저 세력을 뻗치고 있던 방대한 신세계인 남아메리카에 한 프랑스 장교가 '남국의 프랑스'를 건설하려는 꿈을 안고 브라질로 간다. 통역원으로 키우려고 고아 남매도 데리고 간다. 거대한 야생의 땅에서 문명과 야만, 야망과 순수, 음모와 배반 등이 뒤엉키고 아울러 여러 종류의 인간들과 생각들과 가치들과 욕망들이 밀림처럼 가득 찬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백인들이 들어가 남긴 상처는 보잘 것 없다. 브라질은, 붉은 브라질은 거대하고 문명은 초라하다. 주인공 두 남매는 문명을 버리고 브라질 밀림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서사의 스케일도 브라질만큼 크다.

추천자 : 이남호(고려대 국어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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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군대다

권인숙 지음 / 청년사

이 책은 1980년대 학생운동과 군대를 젠더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가장 민주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학생운동의 권위주의적 위계문화, 군대라는 제도 안의 남성들 사이의 성폭력에 담겨 있는 남성성이 주제다. 학생운동과 군대를 여성학자가 다루었다는 사실도 신선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과거 권위주의체제의 희생자였다는 사실이 이 책의 무게를 더해 준다. 여성 억압의 논리는 평화에 대한 국가의 독점에 기인한다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메시지다. 개인을 국가의 번영과 평화를 위한 부품으로 보는 가운데 군사주의가 자라난다는 것이다. 학생운동의 성별화와 군사화, 그리고 군대의 남성적 특권화와 여성 배제가 그 결과다.

추천자 : 임현진(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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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사도

리처드 도킨스 지음 / 이한음 옮김 / 바다출판사

이 시대 최고의 과학 논객 도킨스의 근간으로 그가 여러 매체에 기고한 논평, 서평, 서문, 연설문, 회고록 등을 편집하여 엮은 책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저서 중 개인적인 냄새가 가장 많이 묻어난다.

진화와 과학 전반에 관한 글과 정의, 도덕, 종교, 교육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지만 가장 주목할 만한 주제는 역시 종교에 대한 그의 과학적 분석이다. 특히 ꡐ지적 설계ꡑ라는 가면을 쓰고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창조과학에 대항하기 위해 진화의 개념에 관해 평생 논쟁을 벌이던 스티븐 제이 굴드와 주고받은 이메일들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추천자 : 최재천(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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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움베르트 에코 지음 / 에우제니오 카르미 그림 / 김운찬 옮김 / 웅진씽크빅

이 책은 움베르토 에코가 어린이를 위해 쓴 이야기다. 에코의 작품들은 대부분 어려워 이 책도 쉽게 읽히지 않겠지, 하고 미리 걱정하지 않기를 바란다. 간결한 문체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상징적인 그림이 묘한 조화를 이루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전쟁과 평화를 다룬 「폭탄과 장군」, 너와 나의 다름의 의미를 다룬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환경문제를 다룬 「뉴 행성의 난쟁이들」의 세 가지 주제로 이루어졌다.

서로 어울리고 서로 돕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 답을 이 책은 우리에게 간단명료하게 전달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책이다.

추천자 : 김자연(전주대 교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