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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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말하였네

오늘은 제가 지난 17년 동안 나무를 쭉 보러 다녔는데 그 나무가 지금 말씀드렸듯이 도시에 있는 나무,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모든 나무를 다 보기에는 워낙 개체가 많아서 다 볼 수는 없고 제 나름대로 약간 분야를 정했어요. 그 분야가 뭐였냐면 노거수(老巨樹)였습니다. 늙을 로 자에 큰 나무. 그래서 크고 오래된 나무들을 주로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니까 나이로 치면 한 400~500년 이 정도 된 나무, 그 이상으로 된 나무들을 찾아다닌 건데 오늘은 제가 그동안 찾아다닌 나무들 속에서 여러분하고 같이 함께 알아두었으면 좋을 만한 그런 나무들을 시간되는 데까지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맨 처음에 제가 우선 제목은 나무와 사람 사이 이렇게 잡았는데요. 오늘도 그렇지만 인문학 강좌를 하는 데서 저를 참 많이 부르세요. 오늘도 인문 열차, 이렇게 되어 있잖아요. 인문학 강좌를 하시면서 저를 많이 부르시는데 아니, 식물 이야기가 왜 인문인가? 인문학이랑 무슨 관계가 있길래 식물 이야기를 부르는가? 이런 생각을 여러분도 의문이실 수 있고 저도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제가 요즘 인문학이 그렇게 열풍을 불고 있는데 어떤 선생님의 글을 읽어보다가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인문학에 대해서 정의 내리신 걸 봤어요. 인문학에 대해서 뭐라고 정의를 내리셨냐면 인문학이란 사람살이의 무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렇게 정의를 하셨어요. 굉장히 정확한 정의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거든요. 인문학의 문자가 글월 문 자지만 무늬의 뜻도 있잖아요. 그래서 어떤 분은 아예 무늬 문(紋)자를 쓰더라고요. 실사 변에 글월 문 자를 쓰는. 그 인문, 그렇게 써도 같은 인문이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있는데 어쨌든 글월 문 자에 무늬라는 뜻도 들어가 있으니까 사람살이의 무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는 걸 보고 아, 그래서 나를 찾는구나. 그래서 나무를 찾으시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무슨 이야기냐면 이 나무를 가지고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제가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노거수 위주로 찾아다닌다고 했는데요. 우리나라에 400년 이상 된 큰 나무들은 도시에 별로 없습니다. 물론 여기 서초동에 정말 불쌍한 향나무 한 그루 있죠? 볼 때마다 불쌍해요. 자동차 가스 다 먹으면서 있는 게 참 불쌍한데 어쨌든 도시에서는 그런 큰 나무들. 오래된 나무들을 찾아보기는 어렵죠. 다 베어냈으니까. 주로 어디로 가겠습니까? 이런 데를 가는 거예요, 시골. 그렇죠? 이 시골에 가서 오래된 큰 나무들을 찾아다니게 되는데 이 나무는 소나무입니다. 경상남도 합천군 묘산면 화양리라는 곳에 있는, 화양리 나곡마을이라는 곳에 있는 소나무인데요. 하는 500년이 조금 더된 그런 소나무이고 나무가 멋있다, 아름답다는 거에 대한 기준은 각자 다 다르니까 제가 일방적으로 절대적으로 말씀을 드릴 수는 없지만 제 기준에 의하면 지난 17년 동안 보아온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소나무를 통틀어서 저는 단연코 가장 아름다운 소나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정말 잘생겼습니다. 사진 몇 장 더 있으니까 볼까요? 이게 줄기 부분이고요. 별명이 있어요. 구룡목(龜龍木)이라는 별명을 가진 나무입니다. 그리고 이제 여기 한번 보세요. 이 뒷부분에 다랑논이 있죠? 다랑논. 이게 저 다랑논이 노랗게 벼가 익으면 얼마나 예쁘겠어요. 상상만 해도요, 그렇죠? 다음 사진 한번 볼까요? 이게 지금 벼가... 제가 이제 여기가 워낙 머니까, 합천이 머니까. 저는 부천에서 다니니까. 머니까 합천을 날 잡아서 갑니다. 날 잡아서 가는데 이때도 늘 노랗게 익었을 때 가려고 하는데 이때 놓친 거예요. 막 추수를 하고 있는 상황인 거예요. 그리고 사진이 흐려서 안 보이는데. 지금 막 추수를... 여기는 익은 것도 있고 이미 추수를 끝낸 것도 있고 아름다워요. 전체적인 정경을 보면 굉장히 멋있는데. 여기 보이죠? 이게 지금 추수하고 있는 중이에요. 이 아저씨가 추수하고 있습니다. 논이에요. 다랑논이 아주 멋있습니다. 이게 저쪽 뒤에서 이 나무 전체의 정경을 찍으면 노랗게 물든 거 위에 소나무는 가을에도 초록색 그대로 유지하지 않습니까? 그 초록색이 딱 서있어서 정말 멋있는 나무예요.

이 나무가 있는 마을은 어떤 마을이냐면 제가 짧게 글로 쓴 게 있는데 글을 보여드릴게요. 제가 길게 쓴 글의 앞부분으로, 앞부분에 짧게 이 마을을 소개한 게 있는데 읽어드릴게요. 한번 제가 읽어보겠습니다. 시인 황동규는 '휴대폰이 안 터지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살갑다'이게 '탁족'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썼어요. '어디나 살갑다고 했다.' 고작 10년 전에 쓰인 작품에서 이야기한 살가운 곳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안 들어오는 데가 없죠, 휴대폰이. 경남 합천 묘산면 화양리 나곡마을은 아마도 오랫동안 시인의 표현처럼 휴대폰이 안 터지는 살가운 산마을이었다. 그러나 이 한적한 산마을에도 3년 전에 휴대폰이 연결됐다. 마을 오르는 산길이 매우 비좁고 험한 까닭에 사람 사는 마을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만한 나곡마을은 칠순 넘은 노인들 일곱 가구가 모여 살아가는 그야말로 평화로운 산마을이다. 마을노인들은 농사일에서부터 읍내 나들이까지 마음을 맞춰가며 너나들이로 허물없는 공동체로 지낸다. 제가 어떤 신문에 썼던 칼럼인데요. 꽤 긴 칼럼인데 앞부분에서 이 마을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진짜 여기 올라가는 길이 운전 초보자들은 올라갈 때 조심하셔야 해요. 계속 꼬불꼬불인데다가 경사가 심해요. 게다가 길이 좁아서요. 이 꼬불꼬불 올라가다가 맞은편에서 차가 올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해요. 그러면 비킬 수가 없어요. 옆은 낭떠러지입니다. 그래서 아주 초보자들은 조심해야 하는 길인데. 저도 올라갈 때마다 늘 조마조마하면서 그렇게 가는 데입니다. 올라갈 때 처음에 갈 때 제가 그랬어요. 이렇게 깊은 산골에 사람 사는 마을이 나올까? 분명히 나곡마을이라고 되어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깊은 산골에 사람 사는 마을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만큼 깊은 산골입니다. 그런데 여기가 그 깊은 산골에 마을이 형성된 것은 한 400~500년 전쯤이에요. 그게 광해군 때입니다. 광해군 때 광해군이 자기가 왕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영창대군(永昌大君)이나 이런 쪽에 자기가 위험했던 게 있었죠? 제가 역사 전공자가 아니니까 자세히는 안 합니다. 그런데 그때 어쨌든 그래 가지고 영창대군의 친족들을 박해(迫害)한 일이 있어요. 사형도 시키고 그런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목대비죠, 인목왕후(仁穆王后). 그 사람네 일가를 막 처벌하고 그러는 와중에 그의 가족들이 워낙 피바람이 강하니까 이 피바람을 일단 피하자 하고 인목대비 쪽의 친척 중에 김제남의 6촌 형제 중의 한 명인 김규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김규라는 사람이 이 조정의 피바람을 피해서 도망을 간 거예요. 어디 숨어야겠다, 숨어야겠다. 하고 가다 가다 가다 여기 온 거예요. 400년 전에, 광해군 때. 여기 정도면 안전하겠다 싶은 거죠. 그 정도로 깊은 산골입니다. 진짜 여기는 안전해요, 제가 보기에. 그래서 김규라는 사람이 여기에 마을을 처음 형성해서 입향조(入鄕祖)가 된 거죠.

그런데 워낙 깊으니까 사람들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아서 말씀드렸듯이 딱 7가구가 사는데 7가구가 칠순 노인들만 사세요. 저는 가면 칠순 노인들이 저는 이제 대충 친해졌어요. 자주 가고 하니까 노인들이랑 이야기도 하고 주로 저야 나무 얘기를 물어보고 하는 겁니다만 이야기를 주고받고 하니까 재미있게 잘 하는데. 제가 계속 갑니다. 가는데 어느 해, 이 글을 쓰던 해예요. 재작년이에요. 2013년에 여기를 역시 추수할 때 맞춰서 노랗게 익었으리라 생각하고 올해는 좀 일찍 가야지 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여기가 아까 그 다랑논이죠. 아까는 이런 나무 없었는데, 그렇죠? 훤하게 트여있었는데, 여기도 막 나무 이런 게 생기고. 농사를 안 짓고 있어요. 이른바 묵정밭(休耕田)이 됐어요. 묵정밭이 됐습니다. 왜 묵정밭이 됐을까? 이게 노랗게 벼가 잘 익었을 때 앞의 사진 보시면 이분 있죠? 이분이 이 논의 주인이에요. 그래서 지금 이걸 하시는 건데 제가 계속 졸졸 쫓아다니면서. 여기 분들 정말 착하셔서 귀찮아도 귀찮다는 소리 안 하세요. 졸졸 쫓아다니면서 나무 얘기하고 올해는 몇 가마나 하셨습니까? 맨날 그 얘기를 하고 그래도 아무소리 안 하시던 분이에요. 조근조근 나무 얘기 해 주시고 그러던 분인데. 아니, 왜 이분이 농사를 안 지을까? 참 궁금했습니다. 여기가 묵정밭이 됐으니까. 그리고 이 나무 바로 옆에 지금 여기 사진에는 안 보입니다만 바로 옆에 7가구 중에 한 채의 집이 있는데 그 한 채의 집에는 어머님 혼자 사세요. 자식들은 다 대처(大處)로 나가고 남편 되시는 영감님은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셔서 어머님 혼자 사시는 집이 있는데 우선 그 집에 제가 들어갔습니다. 들어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사정을 알게 됐는데 이런 겁니다.

이 마을은 앞에 제가 7가구라고 말씀드렸고 아까 뭐라고 했냐면 읍내 나들이도 같이 한다고 했잖아요. 여기는 버스가 안 들어오거든요. 예를 들어서 장을 보러 가려면 어떻게 하냐면 전화 걸어요, 택시 회사에. 전화 걸면 택시 한 대가 오는데 장보러 가는데 한 집만 갈 수 없잖아요. 그래서 택시 한 대에 7명이 탑니다, 7명. 7명의 할머니들이 꾸역꾸역 타고 읍내를 막 다녀도 경찰이 잡아도 나곡마을 할머니들이세요? 무사통과예요, 거기는요. 그럴 수밖에 없죠. 그걸 안 하려면, 그걸 규제를 하려면 버스를 보내라 이거예요. 그러니까 그냥 그렇게 다니세요. 그런데 제가 묵정밭이 된 저 상황 직전에 바로 전 해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 역시 장을 보러 나갔습니다. 가을에 추수할 즈음에. 장을 보러 어머님들이 나가시는데 나가실 때 여기 워낙 작은 마을이니까 한꺼번에 장을 보러 나간 거예요. 장을 보러 나갔는데 그때 이 아저씨는 일을 하고 있었어요, 혼자서. 이게 탈곡기예요, 뭐예요? 추수를 하고 있었어요. 일을 하고 있는데, 하다가 저 기계에 쓰러졌어요. 심하게 쓰러진 게 아니에요. 심하게 쓰러진 게 아니라 슬쩍 넘어졌습니다. 그런데 꼼짝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저씨가. 그래서 거기서 신음하고 있었어요. 신음하고 있었는데 택시하고 다 나갔어요. 아무도 없어요. 소리를 빽빽 질러봐야 아무도 못 들어요.

그리고 이 마을 장보러 나간 할머니들은 오랜만에 읍내 나들이 왔으니까 좋다고 노래방까지야 안 갔겠지만 놀고 시장가서 먹고 들어왔어요. 들어왔는데 저기서 아저씨가 쓰러져계신 거예요. 그래서 119를 불러서 갔으나 이미 목숨이 끊어지신 거죠.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면 그 얘기를 제가 딱 듣고 묵정밭이 된 걸 딱 봤어요. 그러고 제가 나무 밑에 제가 딱 이제...아, 아저씨 정말 안타깝다. 정말 우리가 금방 처치했으면 아주 가벼운 부상이었대요, 가벼운 부상. 그런데 제가 직접 보진 않아서 모르겠지만 가벼운 부상이었다고. 그리고 이 마을에서 제일 젊은 분이에요. 제일 젊은 게 누구냐면 75살. 제일 젊은 아기예요, 아기. 제일 아기가 돌아가셔서 마을 분들이 정말 안타까운 거예요. 제가 여기 앉아서 무슨 생각을 하겠어요? 나무 그늘에 앉았으니 이 나무는 소나무인데 소나무는 주로 한국과 한반도에 주로 자생하며 잎사귀는 2개로 나고 잣나무와 달리 어떻게 생육하며 봄에 꽃피는데 암꽃과 수꽃이 한데 피고. 제가 이거 생각할까요? 그건 생각 안 나겠죠. 저 나무 그늘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아버님 이야기를 저절로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는 무슨 생각이 드느냐면 이 나무줄기에는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사람살이의 무늬가 그대로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일은 숱하게 벌어져요. 제가 지금 단적인 예를 들었는데요. 단적인 예를 들었는데 지금은 사고를 당해서 돌아가신.

제가 오늘 아름다운 소나무 하나 보여드리기 위해서 지금 이 나무를 소개해드렸는데 다른 경우에도 그런 경우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800년 정도 된 은행나무 중에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안동에 있는 은행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도 제가 자주 찾아가요. 해마다 찾아가고 그러는데 거기에는 그 나무 바로 밑에 관리동 같은 걸 지어놓고 관리동에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세요. 그 할머니는 굉장히 무뚝뚝한 분입니다. 말도 안 하고 그러시는 분이에요. 그런데 제가 하도 가서 집적대고 집적대고 하니까 어머님이 저한테 마음을 여셨어요. 그래서 저하고 친해졌습니다. 그랬는데 저한테만 친해요. 진짜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과 말 안 할 정도로 닫아걸고 계시는 분인데 저는 하도 가니까 '또 왔냐?' 이러면서 반말 하시면서 친해졌습니다. 그런데 같은 2013년이에요. 2013년에 갔는데 어머님 안 계세요. 그리고 방문을 열쇠로 채워놨어요, 자물쇠를 채워놨어요. 그래서 거기서 어머니 오시기를 한참 기다렸어요. 어머님 나가시는 거는 그 근처에 교회 가시는 일밖에 없거든요. 교회 갔다 오시는 거 기다려보자. 기다렸는데 안 와요. 그래서 그 은행나무를 관리하는 안동시청 문화관광과에 전화를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지난달에 돌아가셨다는 거예요. 그런 일들이 부지기수예요. 생각을 해보세요. 말씀드렸지만 이런 시골 마을에 큰 나무가 있기 때문에 자연히 저는 이런 시골을 하게 되고요. 시골은 아시다시피 젊은 사람들이 없어요. 말씀드렸듯이 75살이면 그 마을에서 담배 심부름해야 하는 아기예요, 아기. 그렇죠? 그 위에 분들이 그리고 나무 이야기는 누가 잘해 주시냐면 어른들이 나이 많으신 분들이 나무 이야기를 조곤조곤 잘해 주시거든요. 아주 정말 친절하세요. 제 손을 꼭 잡고 나무그늘까지 가서 여기 앉아, 앉아. 앉혀놓고 이야기를 막 해 주시거든요. 그분들의 수명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은 거잖아요. 제가 이듬해에 또 가고 또 가면 거기의 어머님들은 이미 명을 달리하신 경우들이 많다는 말씀입니다.

그런 게 저는 제가 특별한 일을 해서가 아니라 나무는 사람보다 훨씬 오랜 세월을 살아갑니다. 우리나라의 느티나무로 치면 1,500살 된 나무까지 있을 정도니까 굉장히 오래 삽니다. 제가 늘 하는 얘기가 그거예요. 사람은 가도 나무는 남는다는 겁니다. 나무는 사람의 언어로 이야기 하지는 않지만 그 나무 안에 담겨 있는 사람살이의 무늬만큼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찾아가려고 하는 인문학의 정수가 바로 나무줄기에 담겨있다는 점에서 많은 분들이 요즘 인문학 열풍 속에서 꼭 저를 부르시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는 걸 서론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상식적으로 이 나무가 우리나라의 소나무 중에는 정말 아름다운, 가장 아름다운 소나무 중에 하나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에서 워밍업으로 보여드렸습니다.

그러면 지금 나무들은, 요즘의 나무들은 어떤지를 보여드려야 하는데 요즘 볼만한 나무 중에 여러분이 설레면서 기대하시는 나무가 뭐예요? 목련이 이제 필 때가 됐나요? 그렇죠? 시작은 했죠? 이제 막 이만큼 벌어지고 있죠? 아직 활짝 피지는 않았죠? 목련, 그다음에 남부지방에서는 이미 활짝 폈다가 지고 그랬지만 산수유, 또? 매화, 또? 동백이요, 동백. 동백을 좀 보여드릴까 합니다. 산수유, 매화 다 좋습니다만 제가 오늘 동백... 사진을 쭉 보여드릴 건데요. 우리는 그냥 동백나무,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만 진짜 그냥 동백만 얘기하고 끝인가. 동백나무가 얼마나 다양한 종류가 있는가를 사진으로 좀 보여드릴까 합니다. 이것도 우리의 토종 동백하고는 좀 다르죠? 토종 동백들은 홑겹인데 이거는 겹꽃으로 펴서 좀 화려하죠? 장미 같아요, 장미. 사진을 쭉 보죠. 이게 그래도 색깔은 비슷합니다. 이것도 겹인데 아까보다는 덜 겹이죠. 빨간색이고요. 이것도 겹꽃이고요. 이런 빨간색이 있는가 하면 분홍색이 있죠. 핑크색 이런 거는 국내에서는 아마 잘 못 보셨을 겁니다. 수목원이나 식물원에서 많이 보실 수 있는 종류죠. 이런 것도 있고요. 겹이 있지만 약간의 겹이고요. 이런 건 정말 화려하죠? 이거는 정말 보면 예를 들면 이 뾰족한 거와 이 뾰족한 거의 각도가 여기와 여기의 각도가 정확하게 일치해요. 어떤 식물들이 보여주는 패턴이라는 거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제가 오늘 차츰 말씀드리겠지만. 2시간이 너무 짧은 시간인데 차츰 말씀드리겠지만 저는 이런 얘기를 많이 합니다. 식물의 세계는 어떤 세계냐면 신비로운 세계인데 그 신비가 어느 정도로 신비로운 거냐면 우리가 질문을 하고 대답을 아직 얻지 못할 정도의 신비로움이 아니라 아직 질문조차 던져보지 않은 신비가 무궁무진하게 쌓여있는 세계가 식물의 세계다. 이렇게 말씀을 드립니다. 정말 그런 질문을... 여기에서 이 각도하고, 여기에서 이 각도와 여기에서 이 각도가 왜 똑같을까? 이런 질문 흔히 안 하잖아요. 그냥 예쁘다. 그러고 끝이잖아요. 그렇죠? 정말 멋있네. 끝! 그렇죠? 질문 안 하고 있어요, 우리. 그런데 어쨌든 그 신비로움들이 식물의 세계에는 정말 많다는 걸 제가 오늘 차츰차츰 보여드릴까 합니다. 흰색 동백도 있어요. 우리도 흰동백이라는 토종 동백이 있죠? 그런데 우리 토종 동백은 겹꽃이 아닌데 이건 겹이고요. 흰동백 중에 여기 또 무늬가 있어요. 동백인데 무늬가 있고 수술하고 꽃잎이 겹쳐서 이렇게 막 좀 어지러운 동백도 있습니다. 아주 독특한 동백이에요. 무늬도 또 이런 무늬도 있어요. 나비 같아요? 아주 독특한 무늬가 있고요. 그다음에 또 이런 무늬도 있어요. 가장자리에만 핑크빛 무늬를 돌게 한. 우리나라에 현재 들어와 있는 동백만 해도 한 300여 종류가 들어와 있습니다. 그러니까 300여 종의 꽃들이 다 다른 거죠.

특히 예를 들면 여러분 목련 그럴 때 목련도 사실은 굉장히 전 세계적으로 종류가 무지하게 많거든요. 특히 예를 들면 여러분 목련 그럴 때 목련도 사실은 굉장히 전 세계적으로 종류가 무지하게 많거든요. 새로 개발했다고 하죠? 식물학 용어로는 선발이라고 하는데요. 새로 선발한 품종이 전 세계적으로 무지하게 많은 게 동백, 목련. 장미는 말할 것도 없고. 이런 게 품종이 많은 거예요. 우리 집 근처에 아파트 단지나 이런 데 심은 목련이 우리가 그동안 보았던 백목련하고 다른 품종일 가능성이 무지하게 높습니다. 그래서 이건 아, 우리 그냥 보던 중국에서 들여온 백목련? 그러면 틀리기 쉬워요. 그 품종들을 많이 심는다는 거죠. 그런 것 중에 하나예요, 동백도요. 동백도 우리 옛날 보던 동백과 다르게 집 근처에서도, 아파트단지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동백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다양한 형태가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흰동백이죠. 흰동백도 이런 것도 있어요. 잎사귀가 완전히 젖혀지는. 이건 처음에 필 때부터, 처음에 필 때부터 완전히 젖히고 피는 동백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동백이 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동백들이 물론 동백은 남녘에서 다 피었다가 떨어졌어요. 다 떨어졌는데 우리가 주로 동백을 어디로 보러 가냐면 선운사 동백 많이 보러가죠. 제일 유명하죠. 선운사 동백은 아직 안 피었습니다. 선운사 동백은 4월이 되어야 핍니다. 그런데 올해 갑자기 날씨가 따뜻해져서 올해 제가 보기에는 평소에는 4월 중순 이후에 폈는데 올해는 4월 초면 피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예측하고 있는데요. 어쨌든 선운사는 아직 안 피었습니다. 그래서 중부지방과 또 남부지방 중에서도 강진이라든가 강진 백련사나 이런 데는 아직 만개하지 않은 상태니까 그리고 또 동백은 잘 아시겠지만 뭐가 아름다워요? 꽃 피어있을 때도 아름답지만 떨어질 때, 낙화의 순간이 아주 아름다운 나무예요. 떨어질 때 그 잎이 전혀 시들지 않은 상태에서 빨간 꽃잎에 노란 꽃술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톡톡 떨어지잖아요. 그거를 보러 가도, 조금 늦어도 돼요, 그렇죠? 4월 초순이나 중순쯤에 동백여행을 하셔도 충분하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에 ‘나무는 왜 심는가?’ 라는 제목을 가져왔어요. 왜 그랬냐면 동백 얘기를 하면서 지금 이 시기에 우리를 흥분하게 하는 꽃 중에 하나가 동백인데 동백 얘기를 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동백나무 하나 보여드릴까 해서 나무를 왜 심는가를 한번 생각해보고 싶었던 겁니다. 이 나무인데요. 줄기인데요. 줄기를 밑에서 본 건데 이게 잘 안 보이죠? 그냥 넘어가죠. 이게 우리 토종 동백이에요. 아까 조금 전에 보여드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동백나무에서 떨어진 꽃. 정말 시들지도 않고 예쁘게 딱 떨어지죠. 진짜 싱그럽고 예쁩니다. 이 동백이 사진 몇 장 더 보시면 이거예요. 이게 지금 관리가 잘 안 돼서 창호지가 막 찢어지고 그랬는데 이거는 정자예요. 조그만 정자고요. 이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동백나무인데요. 가장 큰 동백나무면 이 동백나무는 몇 살 정도 됐냐? 500살 정도 봅니다, 500살. 500살 정도 보고 키는 한 10~12m 정도로 보는 건데 굉장히 큰 나무예요. 그런데 제가 이 동백나무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나무는 왜 심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우리 조상들에게 나무는 도대체 어떤 의미였을까에 대한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게 우리 조상들은 정말 나무를 신주단지 모시듯이 모시고 정말 애지중지 키워왔는데 우리 조상들에게 나무는 도대체 뭐였을까? 저는 그런 질문을 참 많이 합니다, 스스로에게, 제 자신에게. 그런데 다니면서 제가 자료도 보고 실제로 어른들 만나 뵙고 그러면서 얻은 결론이라면 이런 거예요. 농사짓는 분들에게 농사지으면서 살았던 민족에게 나무는 굉장히 중요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질문을 했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꼭 우리 민족에게만 그랬던 게 아니라 유럽이든 어디든 간에 농사를 짓는 민족에게 나무는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왜 중요했느냐면 농사를 짓는 분들은 어떻게 살았냐면 하늘이 주는 만큼만 먹고 하늘이 주지 않으면 안 먹는다고 했습니다.

저 어릴 때만 하더라도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었잖아요, 그렇죠? 보릿고개가 있었어요. 흉년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요즘이야 농사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수입도 많이 해서 그렇지만. 옛날에는 없었어요. 하늘이 안 주면 못 먹었습니다. 그러던 시절에 사람들은 농사짓는 농부들은 모든 소원을 하늘에 대고 빌었어요, 하늘에. 그렇죠? 그런데 이 하늘이 문제예요. 너무 높아요, 너무 높아. 그래서 내가 소원을 소리를 빽빽 질러요. 마이크에 대고 한다고 해도 이 소원이 저기까지 갈까? 이게 늘 불안했던 거예요. 소원은 있지만 하늘에 내 소원이 닿아야 하는데 닿지 않을까 봐 늘 걱정이었던 거예요. 맨날 하늘만 보고 이러고 있다 보니까 어? 하늘에 딱 붙어있는 게 있어요. 그 하늘에 붙어 있는 게 나무였던 겁니다. 하늘에 붙어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래서 나무가 어떤 식이냐면 당산제(堂山祭)도 지내고 하는 이유가 뭐냐 하면 나무 그 자체를 신으로 여긴 게 아니라 내가 하늘에 소원을 비는 그 소원을 나무야, 네가 받치고 있는 하늘에다 내 소원을 전해다오. 그런 뜻으로. 그러니까 영매(靈媒)의 역할을 했던 거예요. 중매자 역할을 했던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계속 하늘에다 비는 것보다 나무에다 비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을 한 거예요. 그래서 나무에 당산제를 지내고 나무야, 나무야, 비 좀 오게 해달라는 소원을 하늘에 좀 전해다오. 그런 소원을 빌었던 겁니다. 그래서 이 나무를 우리 농사짓는 민족들은 그런 뜻에서 굉장히 많이 빌었는데 앞에 제가 동백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드렸어요. 다양한 꽃을 보여드렸는데 그런 다양함이나 이런 것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각각의 그 나무들의 특징을 생각하게 됩니다. 특징을 생각하고 그 특징을 가지고 자기들의 어떤 삶의 빗대어서 나무를 심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을 이 나무를 가지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나무는 400~500년 전쯤인데요. 500년 전쯤이면 우리나라가 언제냐면 조선 중종 때입니다, 중종(中宗) 때. 500년 전에 대표적인 조선 중종 때 대표적인 피바람이 하나 또 있습니다. 기묘사화(己卯士禍)예요, 기묘사화. 이 기묘사화에는 아주 진짜 풍운아가 나오죠, 마흔 살짜리.그 당시에 마흔 살이면 굉장히 오래는 아니지만 원로죠, 원로급이죠. 마흔 살짜리 풍운아가 등장을 합니다. 그 풍운아가 누구냐면 정암 조광조가 등장을 하죠. 정암 조광조에 대해서는 정말 우리가 제대로. 정암 조광조에 대해서는 제대로 살펴볼 이유가 저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는데 조광조가 주장한 그의 도학(道學) 정치라든가 도학 사상이나 이런 것들은 굉장히 훌륭한 사상이었던 건 맞아 보여요. 저는 잘은 모릅니다만 그런데 문제는 이 친구의 방법론에 문제가 있었던 거예요. 마흔 살이라는 게 젊으니까. 그리고 그 당시에 대신들에 비해서 비교적 젊은 사람이었는데 워낙 훌륭하고 학문이 출중하다 보니까 일찍 출세를 했죠. 일찍 출세를 하고 나라를 개혁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 때문에 무조건 밀어붙인 거예요. 아주 급진적으로. 적당히 어느 정도 해야 하는데 한마디로 모가 난 거죠.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모가 난 거예요. 세게 밀어붙인 겁니다. 지나치게 세게 밀어붙이다 보니까 문제가 생깁니다. 그 문제가 기묘사화예요. 그런데 기묘사화의 시작도 어디서 되냐면 나무에서 시작됩니다, 나무에서. 기묘사화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아시죠? 나뭇잎에다가, 주초위왕(走肖爲王). 다 아시네! 나뭇잎에다가 주초위왕이라고 써요. 꿀을 묻혀서 주초위왕이라고 썼는데 조자를 파자(破字) 한 거죠. 조자를 파자해서 주초위왕이라고 썼는데 며칠 지나니까 꿀 부분만 벌레가 파먹어서 그걸 가져가서 중종한테 가서 조 씨가 왕이 되려고 한다. 얘를 잡아야 한다. 그래서 처벌이 시작이 됩니다, 그렇죠? 그거에 넘어가는 중종도. 사실 그거에만 넘어간 건 아니겠죠. 여러 가지 정황들이 있고 하도 그러니까 넘어간 건데.

어쨌든 그 나무는 무슨 나무일까요? 주초위왕을 쓴 나무는 무슨 나무일까요? 나뭇잎인 건 다 아시죠? 그런데 무슨 나무였을까요?
-오동나무.
-잣나무.
-오동나무가 맞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 당시에 그만큼 주초위왕이라는 네 글자의 글씨를 쓸 만큼 넓은 잎사귀를 가진 나무라면 플라타너스도 잎사귀는 넓어요, 그렇죠? 그런데 플라타너스는 그 당시에 왕실에 없었습니다. 그러면 왕실에 그 당시에 있었던 나무 중에 잎사귀가 큰 게 뭘까? 오동나무밖에 없어요, 결국. 오동나무 정도 되면 반듯은 아니지만 이렇게 있어서 주초위왕이라고 충분히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다가 꿀 발라서 그런 사건을 벌인 거죠. 그때 이 주초위왕을 써서 조광조가 피바람의 중심이 돼서 쫓겨나고 사약을 먹고 그러죠. 진짜 그 당시에 피바람이 정말 살벌했던 모양입니다. 심지어는 화순 땅으로 유배를 가서 위리안치(圍籬安置) 되죠, 위리안치 돼서 사약을 먹고 나서 이 사람이 죽습니다. 죽고 났을 때 어떤 명이 내려지냐면 죽은 조광조의 시체를 건드리는 것조차 금지돼 있었어요. 시체도 건드리지 못했습니다. 시체가 그냥 썩어가고 그냥 새들이 날아와서 쪼아 먹게, 맹수들이 와서 뜯어먹게 내버려 둔 거예요. 그런데 그때 화순에 있는 조광조의 사촌 형이면서 사실은 족보로 따지면 사촌 형인데 학벌로 따지면 조광조 문하에서 공부를 한 조광조의 후학 정도 되는 거죠. 그런 분 중에 양팽손이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 양팽손이라는 분이 몰래 시체를 빼돌려요. 그래서 시체를 거두었다는 정도의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그 정도로 살벌했습니다. 그렇게 살벌하자 사실 호남지역으로 가면 조광조의 흔적들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거의 모든 문화재에 조광조가 빠지는 적이 없을 정도로 있는데 이게 어디냐면 나주예요, 나주. 나주, 화순 이 지역은 진짜 조광조의 땅이라고 해도 다름이 없을 정도로 조광조의 영향이 굉장히 강력하게 미친 곳입니다. 여기는 어디냐면 나주 왕곡면 송죽리라는 곳인데요. 송죽리의 이 정자의 이름은 금사정(錦社亭)이라는 정자입니다. 나주에도 조광조의 뜻을 따라서 개혁 정치에 동참하려는 선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조광조가 피의 숙청을 당하자 그 사람들이. 그 당시에 조광조를 따르던 사람들은 대부분 어땠냐면요. 자기네들의 뜻에 대해서는 아주 확신을 가지고 있었어요. 이게 옳은 뜻이라는 것에 확신을 가지고 있어서 도망가자가 아니라 일단 피하자였어요. 일단 피해서 잠시 숨어 있다가 세상이 좀 평정되면 다시 우리 힘을 합쳐서 다시 나오자라는 생각으로 다 일단 피합니다. 일단 피하느라고 다 조정을 떠나요.

조정을 떠나는 중에 나주 출신 선비들이 있었습니다. 나주 출신 선비들이 여기에 대표적인 사람이 나일손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나일손이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해서 11명의 선비가 자기네 고향땅으로 몰래 도망을 오는 거예요. 도망을 와서 우리 개혁 정치가 좌절됐으니 이제 실의에 빠져서 술이나 먹고 잠이나 자자. 그게 아닙니다. 조광조를 따르던 사람들은 그런 사람이 별로 없고요. 우리가 지금 일단 조정의 숙청에 못 이겨서 피바람을 피해서 오긴 왔지만 우리의 뜻은 진짜 옳은 뜻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다시 이뤄야 한다. 그 뜻을 다시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는 뭐를 해야 되냐? 요즘 애들 식으로 얘기하면 끊임없이 공부를 해서 시사토론, 100분 토론을 맨날 하고. 시사에 대해서 우리가 열심히 연구를 해서 때를 노리자, 그랬습니다. 이 사람들이 어떻게 했냐면 처음에 내려와서 자기네들이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그 시사토론을 했어요. 매일 모여서 세상 돌아가는 물정 이야기를 하고 이걸 쭉 하다가 얼마 지나니까 이거 맨날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거 불편한데 그러지 말고 우리가 모임을 할 수 있는 정자를 하나 짓자. 그래서 정자를 짓습니다. 그게 이 정자예요. 이 사람들의 모임이 금강십일인계(錦江十一人契) 이렇게 되어 있어요. 금강계인데 11명이 들어갔다고 해서 금강십일인계, 이렇게 부르는데요. 금강계를 조직하고, 비밀결사입니다. 비밀결사를 조직하고 금강비밀결사의 모임 장소인 금사정을 지어요. 금강이 비밀 결사체죠. 그래서 이 금사정은 뭐냐 하면 금, 금강계, 사, 비밀결사의 사. 그리고 금사정이라는 정자를 지었어요. 정자를 짓고 이 나무는 바로 이 정자를 짓고 이 정자 앞에 바로 그때 그 11명의 선비들이 심은 겁니다.

혹시 여러분이 옛날 오래된 정원의 나무들을 많이 보신 적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오래된 정자나 이런 데에서 동백나무를 정원수로. 바로 그것도 눈앞에 딱 보일 정도로 동백을 키워서 하는 걸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없습니다, 저는. 그리고 우리의 선비들이 기본적으로 저렇게 새빨간 거. 그리고 아주 화려한 거. 예를 들면 복사꽃 같은 거 안 키워요. 그런 화려한 것들은 일단 피했어요. 그중에 유난히 예외가 뭐가 있었냐면 배롱나무는 예외였습니다. 배롱나무는 정원 가운데에 빨간 꽃이 피는 배롱나무는 키웠는데 배롱나무를 제외한 동백이니 이런 빨간색, 아주 화려한 원색을 가진 그런 꽃을 피우는 나무들은 안 심는 게 원칙이었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왜 동백꽃을 심었을까요? 왜?
-조광조의 죽음을 상징하기 위해서...
-맞습니다. 맞고, 또. 이거는 기록에 안 나와요. 기록에 안 나오니까 말씀하시는 게 다 맞거든요. 그리고 제가 지금부터 얘기하는 것도 다 맞을 건데 여러분은 무슨 생각이 들어요? 왜 동백을 심었을까요? 왜? 다 얘기를 하시네. 그러면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것 못 들으신 분이 있을 것 같아서 제가 옮겨드릴게요.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한 건데요. 왜 동백나무를 심었을까? 이건 분명히 선비들의 상징으로 한 번도 여겨진 적이 없는 나무인데 이 나무를 왜 정자 앞에 상징으로 심었을까를 제가 생각을 해봤어요. 기록은 없습니다, 물론. 보니까 동백의 특징이 뭔가를 살펴본 거죠.

제가 생각한 거예요. 동백의 특징이 뭐냐? 첫 번째로는 상록성 나무예요. 사시사철 푸른색이에요. 절개가 푸른 거예요. 소나무랑 마찬가지예요. 소나무도 사시사철 푸르기 때문에 우리 선비의 상징으로 얘기해왔잖아요. 마찬가지로 동백도 사시사철 푸름을 간직하는 나무입니다. 지금 우리가 아까 말씀하셨듯이 조광조가 모가지가 댕강 잘리듯이 동백도 꽃이 댕강댕강 잘리는 나무이지만 우리는 사철 푸르른 절개를 유지하려는 뜻이 여기 담긴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또 동백의 특징 중에 그런 게 있어요. 불이 붙지 않는다? 그런 것도 있죠. 그런 것도 있고요. 그건 물을 많이 포함하고 있으니까 그런 거고요. 그리고 이런 것도 있습니다. 뭐가 있냐면 겨울 추위가 더 추워야 빨갛게 펴요. 덜 추우면 빨갛지 않습니다, 그렇죠? 동백 키워보신 분은 정확하게 아실 거예요. 그래서 아파트에서 만약에 베란다에서 동백을 키운다. 꽃을 피우긴 피웁니다만 새빨간 색이 안 나와요. 벌게요, 그냥. 추워야 해요, 동백은. 그게 자기들의 처지 아니었나. 지금 굉장히 추운 계절의 맞이하고 있지만. 그 11명의 선비들이 지금 우리가 아주 추운 계절을 맞이하고 있지만 이 추운 계절은 오히려 우리가 더 빨간,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한 중간 과정으로 동백을 본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저 혼자 그냥 했습니다. 신문에 그렇게 썼어요. 신문 칼럼을 쓰면서 이 사람들이 이 나무를 선택한 이유는 그거다. 그리고 사실 그 실마리를 찾으려고 어디서 그런 말을 하는 걸 들으려고 이 마을에 여러 차례 갔습니다. 그런데 이 마을에 그 금강계가 지금까지 유지가 됩니다. 후손들이 계속 유지하고 있어요.

그런데 금강계가 유지되는데 어떻게 유지가 되냐면요. 지금은 완전히 친목계가 됐어요. 친목계가 됐고 금강계 11인들의 후손들이 다 포함이 되어 있는데 그중에 이 마을에 살아계신 분은 딱 한 분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 딱 1가구도 어떻게 된 거냐면 다 나가 살다가 최근에 들어오셨어요. 그래서 마을 사정을 되레 몰라. 지금 들어오신 분은. 거기서 소 키우고 계시는데 되레 마을 사정은 모르는 식이어서 오히려 옛날이야기는 그냥 추측하는 게, 짐작하는 게 맞을 수가 있겠다는 생각에서 그대로 써버린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그 줄기예요. 어떻게 동백이 이렇습니까, 동백이? 근사하죠? 글씨 보이시죠? 금사정. 이게 비단 금(錦) 자입니다. 지금 이 사진으로 보시면 여기 뒤에 대나무 대숲이 있는데요. 지난봄에 제가 갔었어요, 지난 가을에 갔었습니다. 지난 가을에 갔더니 이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문화재청에서 저걸 관리하느라고 그랬는지 어쨌는지 저 대나무 숲을 싹 없애버렸어요. 완전 난센스에요, 제가 보기에는. 문화재청 사람을 내가 언제 보면 야단 좀 쳐야할 텐데. 이게 있어서 나름대로 이 나무도 바람도 막아주고 그런 거거든요. 그런데 이걸 싹 없애서 지금은 가서 보시면 혹시 가시게 되면 나주 금사정하면 다 나옵니다. 심지어는 저기에도 나와요. 내비게이션에도 금사정 치면 나옵니다만. 여기가 지금 황당하게 돼서, 황량하게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한번 가실만해요. 여기는 언제 피냐면요, 꽃이 4월 중순쯤에 핍니다.

이 나무입니다. 같은 사진이 계속 나오네요. 저 대숲이 사라진 게 참 안타까워요. 아주 휑해졌어요, 지금은. 이 옆으로는 지금 보이시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이거보다 큰 느티나무가 있어서 전체적으로 아주 분위기가 좋은데요. 어쨌든 숲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면 이거 제가 말씀드린 거니까 나주시 왕곡면 송죽리 130번지네요. 나중에 가실 때 참고하시기 바라고요.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 나무를 혹시 아시나요? 사진 몇 장 계속 보여드리겠습니다. 해미읍성(海美邑城). 해미읍성에 있는 회화나무인데요. 이게 서산 사람들의 지방말로는 호야나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제가 지금 나무를 보러 돌아다닌 게 17년째라고 말씀드렸는데 제가 나무를 보러 다니는 게 좀 특이했어요. 어떻게 특이했냐면요. 식물학 공부를 시작하고 나무를 보러 다닌 게 아니라요. 특이하게 씨 공부를 했어요, 씨. 처음에 제가 기자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진짜 사표를 내고 싶어서 사표를 냈어요. 심심풀이로 사표를 냈어요. 진짜 심심풀이처럼요. 제가 농담으로 뭐라고 했냐면 제가 늘 이 컴퓨터 바탕화면에다가 사표를 장난삼아 써놓고 지냈는데 어느 날 나도 모르게 클릭이 됐길래 그냥 프린트해서 내고 나왔다. 그러고 마는데 실제로 그냥 별 대책 없이 사표를 냈어요. 내고 천리포 수목원이라는 데 들어가서 두 달 정도 지내다가 나왔는데 거기서도 사연이 있는데요. 나왔는데 나와서 제가 제일 먼저 한 게 뭐냐 하면 제가 시집을 좀 많이 가지고 있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시집 중에서. 시집을 다 꺼내서 나무 자가 들어가 있는 것들을 다 동그라미를 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손으로 베끼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들을. 놀랐어요, 제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시들이 나무를 쓰고 있는 거예요. 제가 자주 만나는 시인들도 없지만 몇 명 시인들을 만나면 제가 뭐라고 하느냐면 이 땅의 시인들이 나무에 진 빚은 평생을 두고도 갚을 수 없을 것이다. 제가 그렇게 얘기를 해요. 그랬더니 손택수라는 시인이 있어요. 손택수라는 시인은 아예 시를 써버렸어요, 그 얘기를. 뭐라고 했냐면 내 시의 저작권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이런 제목의 시가 있어요. 그 저작권의 50%는 나무에게 있다. 이런 얘기를 아예 그 친구는. 그 친구는 나무 얘기 참 많이 쓰는 친구인데. 그런 식으로 나무가지고 시를... 시를 먼저 베꼈습니다. 지금도 계속해요.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데 요즘은 조금 한 차원 높였어요. 한 차원 어떻게 높였냐면 한시(漢詩). 한시는 나무 없이는 아예 얘기가 안 돼요, 한시는. 그냥 갖다 놓고 베끼는 거예요. 한자 공부도 되고 아주 재미있어요. 짬만 나면 그거 합니다. 그런데 그래서 제가 시를 베껴요. 시를 베낀 다음에 이 나무를 제가 17년을 찾아다니게 된 게 그거예요. 시를 베껴놓은 다음에 이 나무가 도대체 어떤 나무지? 그리고 그 나무를 찾아가는 거예요. 예를 들면 나희덕이라는 시인의 절창 시가 있습니다. 제가 읽어드릴게요.

해미읍성에 가시거든 – 나희덕.
해질 무렵 해미읍성에 가시거든 당신은 성문 밖에 마를 잠시 매어두고 고요히 걸어 들어가 두 그루 나무를 찾아보실 일입니다. 중간에 좀 잘랐습니다. 아직 서 있으나 시커멓게 말라버린 그 나무에는 밧줄과 사슬의 흔적 깊이 남아있고 수천의 비명이 크고 작은 옹이로 박혀 있을 것입니다. 나무가 몸을 베푸는 방식이 많기도 하지만 하필 형틀의 운명을 타고난 그 회화나무. 어찌 그가 눈 멀고 귀 멀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또 잘랐어요. 그러나 당신은 더 걸어가 또 다른 나무를 만나보실 일입니다. 옛 동헌 앞에 심어진 아름드리 느티나무. 그 드물게 넓고 서늘한 그늘아래서 사람들은 회화나무를 잊은 듯 웃고 있을 것이고 당신은 말없이 앉아 나뭇잎만 헤아리다 일어서겠지요. 언젠가 해미읍성에 가시거든 회화나무와 느티나무 사이를 걸어보실 일입니다.

이 시를 베꼈어요. 베끼고 딱 내려놓고 해미읍성으로 가야죠. 아니, 지금 사표내고 할 일도 없는 백수가 뭐하겠습니까? 가죠, 뭐. 갔어요. 가서 본 나무가 앞에 보여드린 이 나무. 이게 회화나무입니다. 이 회화나무가 여기서 아까 얼핏 형틀의 운명을 띠고 어쩌고저쩌고 되어 있잖아요. 이게 뭐냐 하면 병인박해(丙寅迫害)라고 가톨릭 신자들 계실지 모르겠는데 가톨릭에서 중요하게 얘기하는 박해. 지난번에 교황 왔을 때도 그래서 여기 갔잖아요, 해미읍성. 병인박해 때 그 사람들이 다 성인이 되고 순교자... 저는 잘 모릅니다만 그런 게 되고 그래서 교황도 여기까지 갔잖아요? 여기가 그거예요. 어떻게 된 거냐면 이 나무는 사실 병인박해가 500년 전인데. 500년 전인가요? 400년 됐나요? 하여튼 그 전인데 그 전에 이미 큰 나무로 이 자리에 있었던 회화나무입니다. 그리고 이건 지금 복원한 건데요. 복원한 건데 원래 없었어요. 원래는 감옥이 여기 있었는데 감옥은 다 형태도 없이 사라지고 땅만 남아 있었는데 최근에 이걸 복원한 거예요. 코미디처럼 복원했어요. 안에 들어가면 마네킹으로 곤장 맞는 것도 해놓고 해서 좀 난센스예요, 그런 거는. 그리고 감옥 해놓고 그 안에 마네킹이 이렇게 앉아 있는 것도 있고. 웃음 나와요, 웃음 나와. 그런데 어쨌든 감옥입니다, 여기는 감옥. 이 감옥에 병인박해 때 가톨릭 신자들을 다 잡아다 집어넣었어요. 집어넣고 아침이 되면 신자들 한 명을 끄집어냈습니다. 끄집어내고 배교(背敎)해라, 그랬어요. 그런데 배교 안 했습니다. 안 하는 사람을 이 나무에. 이게 대충 여기에 이렇게 묶었죠. 여기다 묶어서 목을 맨 건 아니고요. 옛날에는 머리가 길었잖아요, 상투 틀고. 이 머리를 묶어서 매단 겁니다. 매달아놨어요, 그냥. 매달아놓고 죽은 거예요. 죽어가게 내버려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이 나무 밑에서 죽어간 사람이 1.000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이게 회화나무거든요. 그러면 회화나무 이야기를 좀 해야 하는데요. 회화나무의 별명은 선비수, 학자목이래요. 학자수, 선비목 이렇게 얘기합니다. 선비의 기품을 닮은 나무다. 나뭇가지 뻗침이나 이런 게 굉장히 아주 늠름하고 자유분방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하지 않고, 천박하지 않게 뻗어나가는 게 정말 멋있다. 그래서 이것을 선비수라고 하는 거고 또 거기에는 이런 이유도 있어요. 이 회화나무에 노란 우윳빛 꽃이 피는데요. 노랗지 않고 흰빛인데 노란기운이 도는 꽃이 피는데 그 꽃이 필 때쯤이 과거시험이 온 거래요. 그래서 과거시험 볼 때 준비를 신호해 주는 나무이기도 해서 선비목, 학자수라고 부르기에는 딱 좋다고 얘기를 하는 거죠. 그런데 재미있는 게 영미문화권. 영어권에서 이 나무에 또 민간에서 부르는 이름이 있는데요. 혹시 아세요? Schola tree예요. 영미문화권에서. 걔네 과거 보는 애들 아니잖아요. 그리고 걔네들이 이게 여름에 꽃핀다고 과거시험이 따로 있었던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영미문화권에서도 이걸 Schola tree라고 별명을 부릅니다. 그러니까 뭔가 이게 우리는 어쨌든 그런데 동서양이 뭔가 통하는게 있어요, 분명히. 나무를 중심으로 하면. 다른 건 안 통하지만 이런 자연물을 대상으로 하면 분명히 통하는 건 있지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제가 뭐라고 말씀드렸냐면 가지 퍼짐이 늠름하고 자유분방하다고 했는데 이 나무는 어때요? 다 부러지고 뭐가 자유분방하고 뭐가 멋있어요, 그렇죠? 멋있을 게 하나도 없습니다. 진짜 실제로 이 회화나무는요. 이만큼 크게 안 자라도요, 옆으로 퍼지는 게 어마어마해요, 이렇게 쫙.

느티나무 아시잖아요, 느티나무. 느티나무처럼 퍼져요. 대개 회화나무들이 느티나무처럼 넓게 퍼지는데 얘는 가지가 다 잘리고 그랬어요. 이 잘린 모습이나 이런 걸 보고 앞에 제가 보여드린 시인 나희덕은 그렇게 얘기를 한 거예요. 자기 몸에 자기가 형틀의 운명을 띠고 나서 자기에 매달려서 자기 몸에 매달려서 죽어간 수 천 의 비명을 들어가면서 어찌 자기가 자기방식대로 몸을 풀 수 있겠느냐. 그거 인정하세요? 아니, 왜 이렇게 금방 인정을 하세요? 아니, 여기 혹시 식물학을 전공하시는 분은 1명도 없나 봐. 식물학을 하시는, 과학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과학적인 증거를 대라고 할 거 아니에요, 저한테. 식물도감을 아무리 찾아봐도 그 나무에 매달려서 사람이 죽으면 그 나무는 제대로 못 자란다. 이런 말 안 나오거든요. 그런데 시인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 거죠. 회화나무 중에서는 정말 못생긴 나무입니다, 한마디로 얘기해서. 그런데 이 못생긴 거의 이유가 뭐냐? 그 수 천의 비명을 들어가면서 어떻게 자기 마음대로 자랄 수 있었겠느냐라는 시인의 절창(絕唱)은 우리는 새겨들어야 할 게 아닌가. 제가 오늘 인문열차라고 해서 이런 사람살이의 무늬가 나무에 어떻게 남는가. 나무는 고스란히 남깁니다. 그런 걸 보여드리려고 하는 건데요. 이런 형틀의 운명을 띤 나무가 우리나라에는 몇 그루 더 있습니다.

평택, 제가 오늘은 간단히 하고 넘어가려고 사진은 안 가지고 왔습니다만 평택에 가면 팽성읍사무소라는 게 있어요. 읍사무소치고는 꽤 커요. 이게 읍사무소 맞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큰데요. 평택 팽성 읍사무소 안에 향나무 3그루가 있는데 그 향나무 3그루도 조선시대 때 형틀의 노릇을 했다고 전해옵니다만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나무는 잘생겼어요. 그리고 형틀은 아니지만 여기 혹시 가톨릭 신자들이 계시다면 저 이 나무와 함께 덧붙여서 사람살이 무늬 얘기할 때 꼭 얘기하는 나무가 전라북도 익산에 가면 여산향교라는 게 있습니다. 여산향교가 어떤 데냐면 가톨릭 신자들을 거기도 박해해서 죽인 겁니다. 이 병인박해 직후인데요. 우리나라에 몇 차례의 박해가 있죠? 그 중 하나의 박해예요. 그런데 그때 거기서는 백지사(白紙死)라는 형식으로 천주교 신자들을 죽입니다. 그래서 백지사 터가 남아있어요. 옛 동원 자리가 있고요. 동원 바로 앞쪽에 백지사 터가 있는데요. 이 백지사 터는 터만 남아있는 건데요. 거기에서 백지사라는 형식으로 어떻게 죽였냐면 사람을 눕힙니다. 꽁꽁 묶어서 눕혀요. 일어나지 못하게. 딱 눕힌 다음에 백지로 얼굴을 덮어요, 백지로. 그래서 백지사인데요. 백지로 얼굴을 덮은 다음에 여기다 물을 뿌리는 거예요, 계속. 한지 이런 거는 딱 달라붙잖아요. 숨을 못 쉬어서 죽는 겁니다. 정말 잔인하게 죽인 거죠. 그 백지사 터와 동원과의 사이에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굉장히 오래된 느티나무가 한 그루가 있습니다.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요. 그 나무는 어땠을까요? 여러분 지금 이 회화나무가 수 천의 비명이 매달려서 죽어가는 걸 보고 자라기가 힘들었을 것이라는 걸 인정, 동의하신다면 그러면 제가 여산향교의 느티나무는 보여드리지 않아도 여러분이 직접 가서 보신다면 느낌이 오지 않을까. 백지사해서. 그 사람은 비명도 못 내고 죽었을 거예요, 얼굴을. 그 아프게 죽어간 사람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고스란히 바라본 나무의 운명은 어땠을까라는 걸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찡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이런 것들을 보면서 제가 쓴 짧은 글이 있는데요. 제 글을 읽고 다음 나무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몸 가진 생명이 모두 그렇다.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는다. 또 생명이 거쳐야 할 세월에는 어김없이 기쁨과 슬픔, 사랑과 증오가 담긴다. 나무도 그렇다. "내게 큰 아픔이 있는 이유는 내가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도덕경' 제13장)이라는 노자의 이야기는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오히려 살아야 할 세월이 장구한 까닭에 나무의 몸 깊이 새겨지는 생로병사의 자취는 사람보다 깊을 수밖에 없다. 살아 있는 세월 동안 나무의 몸에 새겨진 고통의 자취를 바라보면 나무에게도 그만의 운명이 있으리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나무가 짊어진 운명도 사람의 운명처럼 제가끔 고통의 깊이는 천차만별이다.] 해미읍성 회화나무나 여산향교 느티나무나 그다음에 팽성 읍사무소의 향나무나 걔네들이 갖고 있는 고통의 깊이. 그거와 우리 아파트 단지에 있는 나무들의 고통의 깊이. 그거는 분명히 다르지 않을까. 그걸 우리 눈으로 찾아낸다는 것. 저는 그것이 인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몇 장 보여드리고요. 이 나무예요. 이거 분명히 도시의 아파트 단지죠. 빨리 사진을 보여드리고 불을 켜도록 할게요. 이게 아파트 단지입니다. 롯데슈퍼가 있어요, 롯데슈퍼. 이 나무는 어디에 있는 거냐면요. 대전 중천동에 있는 나무입니다. 중천 마을이라는 곳인데요. 이 나무가 여기 보면 잘 안 보시지만 대충 제가 이야기하는 거 보세요. 여기에 입간판이 하나 있어요. 이 입간판이 아주 예뻐요. 제가 그동안 그렇게 많은 나무를 보러 다녔지만 조금 과장하자면 제가 그동안 보았던 나무 앞에 나무의 정보를 알리는 입간판 중에는 최고예요. 진짜 예뻐요. 아주 예쁜 입간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 입간판이 뭐냐? 이 나무의 정보를 알리는 건데요. 이게 그러면 뭐냐? 보호수냐? 아니에요. 그러면 천연기념물이냐? 아니에요. 지방기념물이냐?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입간판을 이렇게 만들어놨어요. 이 나무는 아까 제가 대전 중천동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여기에는 이 입간판에 나무 이름이 있습니다. 이름은 평화의 나무예요, 평화의 나무. 그리고 이 나무가 있는 지역을 평화공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내비게이션에 평화공원이라고 한번 찍어보세요. 안 나와요. 평화의 나무 찍어 보세요, 안 나와요. 공식적인 게 아니에요. 그냥 마을 누가? 마을 주부들이 하는 거예요. 마을 주부들이 저 입간판은 누가 만들어준 게 아니라 마을 주부들이 추렴해서. 그야말로 주머닛돈 추렴해서 만든 거예요. 그냥 자기네끼리 만든 거예요. 여기 대전 중천동이라는 데가 어떤 데냐면요. 대전 감옥 터예요. 대전 감옥이 있던 자리입니다. 대전 감옥이 있던 자리이고 대전 감옥은 누가 만들었냐면 일제 때 일본인들이 와서는 만든 감옥이에요. 서대문 형무소도 마찬가지죠? 일제 때 일본 사람들이 와서 만든 겁니다. 만들어놓고 일본 사람들이 가죠. 가고 난 다음에 누가 와요? 1945년에 일본 사람들이 가고 난 다음에 남한, 북한이 딱 38선이 갈리죠. 38선이 갈린 다음에 남쪽에는 미군정이 들어오죠. 미군정이 들어오면서 이른바 우파 인사들이 남쪽을 하고 위쪽은 좌파 인사들이, 남북으로 나뉘죠.

그러고 나서 전쟁이 1950년에 터지죠. 전쟁이 1950년에 터지면서 쭉 밀고 내려오죠. 좌파들이 쭉 밀고 내려오죠. 좌파들이 쭉 밀고 내려오기 전까지 대전 감옥에는 누가 들어있었겠습니까? 좌파들이 들어있겠죠. 우파들이 있었으니까. 밀고 내려오니까 우파들이 도망을 가야 하죠. 도망을 가면서 이 감옥을 열어주고 너희 좌파들이 온다, 가라고 했겠어요? 싹 죽여 버립니다. 싹 죽여 버렸는데요. 죽여 버리고 나서 며칠 뒤에 9.28 서울수복 인천상륙작전이 딱 벌어지죠. 그러니까 얘네가 다시 올라가야 하잖아요. 그 며칠 사이에 거기에는 누가 또 들어가 있었겠습니까? 우파들이 딱 또 들어갔던 거예요. 몇 달 사이예요, 몇 달 사이. 우파들이 들어가 있는 사이에 인천상륙작전이 벌어지니까 도망가야 해요, 그렇죠? 도망가면서 또 어떻게 해요? 또 싹 죽입니다. 죽이는 방법이 기가 막혔어요, 기가 막혔습니다. 산내학살사건이라고 아직 채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은 사건이에요. 한국 현대사에서. 산내학살사건에서 산내동인가, 산내리인가 거기로 쭉 끌고 갑니다. 끌고 가서 집단학살을 해버려요. 무려 1,800명이 여기서 죽어갑니다. 이 감옥 터 근처 앞뒤에서. 이 우파들은 도망가면서 산내마을로 끌고 가서 집단처형을 했고요. 민간인이고 뭐고 다 쓸어 넣고 했어요. 가릴 틈이 없어, 급해. 도망가는 게 더 급해요, 죽이는 것보다. 아무나 갖다 놓고 죽여 버린 거예요. 그래서 1,800명을 죽입니다. 그러고 난 다음에 얘네는 그러고 도망갔죠. 그러고 난 다음에 좌파들이 여기를 장악하고 있다가 좌파들이 도망갈 때는 더 급했어요. 이 감옥 터에 바로 옆에 지금도 남아있는데 우물이 있어요, 우물. 우물에다 다 처넣어 버렸어요, 우물에다가. 그 우물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조그마한 우물인데 그 우물 안에 200명이 들어가 있습니다. 200구의 시체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엄청난 일을 벌인 거예요, 저 감옥 하나를 가지고.

이 중천마을은 얼마나 심각하냐면 실제로 그 양쪽의 후손들이 아직 다 살고 계세요. 우파의 후손, 좌파의 후손이 다 살고 계세요. 그런데 여기는 조그만 마을이에요. 지금은 많이 커졌죠. 대전에 가면 혹시 선병원이라고 큰 병원 있어요. 잘 모르시나? 선병원이라는 데가 꽤 큽니다. 대전에 있는 병원. 그 선병원이 중천마을 근처예요. 여기가 감옥 중심으로 돼서 선병원 뒤쪽으로는 감옥에서 하는 노역장 이런 것도 있어서 그쪽은 다 감옥이었던 거예요. 거기에 지금 다 정착해서 살고 계시는데 거기 좌파, 우파 다 있어요. 시장가다가 만나잖아요. 진짜예요. 제가 코미디 하려고 하는 게 아니고요. 시장가다가 만나면 돌아서요, 아직도. 아직도 그러고요. 실제로 6.25 전쟁 희생자 추모제를 2번 해요. 좌파들이 하는 추모제가 1번 있고요. 우파들이 하는 추모제가 1번 있고요. 이게 뭡니까? 이게 우리나라예요, 이게. 이게 우리의 비극적인 역사예요. 그 역사를 진짜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은 관심 없었어요. 관심 없어하는 동안 누가?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진짜 아줌마들이 우리 마을 역사한번 알아보자. 그걸 시작해요, 아줌마들이. 제가 여기에서 이 아줌마들한테 정말로 많은 것을 배웠는데 아줌마들이 이런 말을 했어요. 평화란 무엇인가? 평화란. 나는 이 아줌마들이 대학원을 나온 사람인지 대학을 다닌 사람인지 고졸인지, 중졸인지, 초졸인지 나는 관심도 없고 물어보지도 않아서 모르는데 하여튼 이 아줌마라는 것만 정확하게 아는데 이 아줌마들이 저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평화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밥 짓듯이. 아줌마니까 그렇게 표현하신 것 같아요. 밥을 짓듯이 조금 조금씩 지어나가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겁니다. 누가 이 평화를 만들어주기를 우리는 기다리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여기 평화공원이라고 했잖아요. 평화공원이라는 이게 그래서 이 아줌마들이 우리 마을 역사탐험대를 조직을 해요. 주부회에서, 부녀회에서 우리 마을 역사탐험대라는 것을 조직해서 그 역사탐험대 이름이 뭐냐 하면 그루터기예요, 그루터기. 그루터기라고 이름을 만들어놓고 그 그루터기에서 다녀본 거예요. 다녀봤더니 대전 감옥 터가 놀랍다. 여기가 바로 이 모든 잔혹의 현장이다. 이 현장을 그런데 그동안 어떻게 했어요? 나라를 운영한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했습니까? 싹 없애버렸어요. 감옥의 흔적을 싹 없앴어요. 싹 없애면 그 기억이 사라지나? 없애면 더 응어리가 남는 거예요. 오히려 드러내고 치료해야죠. 그런데 그거 안 하고 없애기만 했던 거예요. 지금 저기에 가면 감옥 터의 흔적이 2개가 남아있어요. 아까 말씀드린 우물터하고요. 우물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것도 완전히 가둬놨어요. 우물이 남아있고 옆에 망루가 하나 남아 있어요. 망루 아시죠? 감시하는. 망루하고 그게 아파트단지 옆으로 있어서 보이지도 않아요. 구석에 있어요, 구석에. 그렇게 2개만 남겨놓고 싹 갈아엎고 보시다시피 저렇게 고층아파트들을 세워놓은 거예요. 저렇게 고층아파트들이 싹 들어온 거예요. 그때 이 아줌마들이 여기에서 부터 평화를 밥 짓듯이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아줌마들이 모이기 시작한 거예요. 모여서 공부를 합니다. 그래서 여기가 대전 감옥 터였다고 생각을 해요.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서 쓰러져 갔다. 그러면서 이 나무를 평화의 나무로 지정해요. 왜 평화의 나무로 지정했는지 아세요? 그때 1,800명이라는 사람들이 그 좌, 우니 쓸데없는 그런 것들 가지고 목숨을 잃어가는,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과정을 또렷이 지켜본 유일한 생명체는 나무 한 그루밖에 없다. 다 갈아엎은 거예요, 다. 다 갈아엎었는데 마침 이 나무는 아파트 공터 가장자리에 있었어요, 가장자리. 여기가 터가 좋은 자리가 아닙니다. 결코 좋은 자리가 아니에요. 결코 좋은 자리가 아니라 가장자리에 있다 보니까 이 나무는 하나 놔둘까? 해서 놔둔 거예요. 우연히 놔둔 거예요, 우연히. 그걸 그 동네 그루터기 아줌마들이 찾은 거예요. 이 나무는 우리가 지키자. 이 나무에서부터 평화의 울림을 밥 짓듯이 한번 해보자. 그래서 자기네들끼리 추렴해서 지금 입간판이 여기예요. 지금 여기에서는 안 보이는데 입간판도 제가 말씀드렸듯이 제가 그동안 본 입간판 중에 제일 예쁜 입간판을 만들어놓고.

처음에는 이 아줌마들이 그랬습니다. 이 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대전시와 이런 데다가 요청을 해요. 그래서 대전시에서 나와서 봅니다. 나와서 봤더니 대전시에서 나온 사람들이 이 나무를 감정을 했는데 뭐라고 감정을 했냐면 60년 정도밖에 안 된 나무다. 이렇게 감정을 했어요. 그래서 여기에 이 사람들은 전문가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 사람들은 여기다가 60년 된 나무, 이렇게 써놨어요. 제가 가서 봤습니다. 이거 60년 넘었어요. 100년 정도 된 나무예요, 제가 보기에. 그래서 제가 아줌마들 도와드릴 건 아무것도 없는데 제가 그동안 우리나라의 나무를 좀 본 사람입니다. 제가 본 걸 바탕으로 하면 이 나무는 100살 정도 된 걸로 봐야 맞습니다. 저거 고치세요라고 제가 얘기를 했는데 고쳤는지 안 고쳤는지 소식은 없는데 제가 100살로 보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대전 감옥 터라고 했잖아요. 그리고 일본사람들이 대전 감옥을 짓고 감옥 앞에다가 넓은 연못을 만들어요. 그 조감도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자료에 있어요. 넓은 연못을 만들고요. 연못 주변에다가 일본 사람들은 조경을 안 할리가 없는 사람들이에요. 어떤 나무를 어떻게 심었다는 기록은 없어요, 지금. 하지만 연못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거든요. 그 사람들 말에는 일본 사람들은 건축이니 이런 거는 우리나라보다 앞서간 건 사실이잖아요. 그 사람들이 그걸 할 때 그 사람들 말에 연못이라는 말에는, 연못이라는 단어에는 이미 나무 심는 게 포함이 되어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연못 주변에다가 나무를 다 심었던 거예요. 그 나무 중에 하나예요. 그 나무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 나무가 그래서 1909년인가 1910년에 처음 여기에 대전 감옥을 만들거든요. 그러고 나서 1950년이 됐어요. 1950년에 여기서 학살이 벌어지잖아요. 한 50살 정도 돼서 그 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걸 본 거예요. 그런데 만약에 이 나무가 60살이라고 하면, 60년 됐다고 하면 그때 떡잎이에요, 떡잎. 그렇죠? 여기서 사람들 죽어가고 있을 때 떡잎인 거예요, 떡잎. 대전시에 계신 분들도 좀 무성의하지 않았을까요? 거기서 60살이라고 하는 게. 저는 만약에 이 나무가 진짜 과학적으로 60살이라고 하더라도 100살이라고 그러고 싶어요, 저는. 그 어머님들의, 그 아주머니들의 노력이 얼마나 훌륭합니까? 밥 짓듯이 평화를 만들어나가겠다는 그 노력이. 그걸 키워주기... 물론 사실 왜곡하면 안 되지만 이건 왜곡이 아니라.

제가 그동안 우리나라의 왕버들 무지하게 봤습니다. 왕버들 빨리 자라는 나무예요. 속성수예요. 속성수지만 그래도 이게 14m 정도 되는데요. 14m 정도 되는 이 키로 자라려면 100년은 돼야 해요. 그래서 아줌마들이 지키고 있어요. 그리고 여기서 요즘도 계속 할 겁니다. 매주 토요일 아침 10시에 가면 아줌마들이 집게 들고 나와요, 담배꽁초 주우러. 아직도 청소를 매일 하고 있어요. 무늬를 새겨 넣고 있어요. 자신들의 어떤 평화를 만들어가는 무늬를 여기에 새겨 넣고 있고. 그래서 아줌마들이 여기에서 공연도 막 하고 그래요. 대전 중천마을 고등학생 아이들 중에 밴드 하는 애들이 있는 모양이에요. 여기 대안학교 이런 게 있는 모양이에요. 대안학교에서 밴드 하는 애들 데려다가 1년에 1번씩 공연도 하고. 여기서 평화를 만들어가는 그런 걸 하나둘 해나가고 있는 상징적인 나무다. 이 나무에 대해서 제가 너무 막 지나갔는데요. 왕버들이라고 하는 나무인데요. 우리가 버드나무하면 다 이렇게 축축 늘어진 거 보시죠? 수양버들, 능수버들 그런 거. 수양버들 능수버들 그런 거는 다 중국에서 들어온 나무입니다. 그런데 같이 버드나무 종류 중에 우리나라 토종인 나무가 있어요. 그 토종인 버드나무가 왕버들이에요. 이 나무입니다. 기왕에 왕버들 얘기 나왔으니까 조금만 더 말씀드릴까요? 왕버들은 별명이 있습니다. 왕버들 별명은 뭐냐 하면 도깨비나무예요, 도깨비나무. 왕버들은 아까 제가 뭐라고 말씀드렸냐면 일본 사람들이 연못을 만들고 연못 가까이에 심었다고 했잖아요. 버드나무도 여러분 많이 보시죠? 그런데 이 버드나무가 대개 어디에 있어요? 냇가에 있잖아요, 냇가. 물을 좋아해요, 이 나무가. 버드나무 종류들이 다 물을 좋아합니다. 냇가라든가 호수, 저수지 이런 근처에 심으면 아주 잘 자라고 물을 정화해 주기도 한다나? 그런 식이에요. 물을 좋아해요, 어쨌든 그러다 보니까 문제가 있습니다. 얘네가 물을 좋아해서 물가에서 잘 자라는 것까지는 좋은데 잘 썩어. 습기가 많으니까 잘 썩습니다. 나무가 이렇게 굵다 보면 썩어서 구멍이 나요, 구멍. 제가 이 나무가 60살인지 100살인지 이런 거 얘기를 했잖아요? 나무의 나이를 한번 이야기해보자고요.

지금 구멍 난 얘기를 하다 보니까 나무의 나이 얘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요. 질문하셔서 재미있는 얘기로 넘어왔습니다. 나무의 나이를 과연 어떻게 알아볼까?
-나이테로.
-나이테.
-나이테 그러면... 쳐요? 맞습니다. 생장추라는 게 있어요. 생장추라는 게 긴 대롱이에요, 대롱. 간단히 이야기하면. 대롱을 가운데다 박아버리는 거예요. 가운데다 박아서 빼면 거기 안의 내부 조직이 나와요. 거기에 나이테 조직이 있으니까 그걸 세면 되는 거예요. 아주 정확하게 셀 수가 있죠.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한 300살 이상 넘어가는 나무들. 300살, 400살, 500살 넘어가는 나무들이 이 나무에 생장추를 박습니다. 그걸 빼요. 빼면 거기 어떻게 되냐면 조직이 2개가 나와요. 가운데가 없다는 거죠, 가운데 없다는. 그 얘기는 뭐냐 하면 썩어서 이미 사라졌다는 이야기에요. 빈 거예요, 가운데가. 왜 시골 같은 데 다니시다 보면 오래된 나무 가운데가 텅 빈 것들 많이 보이시잖아요. 그런 거예요. 가운데가 텅 비고도 나무는 죽지 않습니다. 나무는 나무의 줄기를 보면 변재(邊材)와 심재(心材) 둘로 나누는데요. 바깥 부분하고 가운데 부분이 있는데요. 이 심재는 살아있는 조직이 아니에요. 얘는 이미 죽은 거예요. 자기 할 일 다 하고 죽은 거예요. 얘가 하는 유일한 역할은 뭐냐 하면 이 큰 몸뚱이를 지탱해 주는 역할만 합니다. 그것도 안 해도 되는데 하고 있는 거예요. 그게 있어서 좀 더 안전해지는 거 이상 아무 역할을 안 하거든요. 죽은 조직이다 보니까 썩는 거예요, 이게. 그러다 보니까 이 왕버들 같은 게 잘 썩어요. 썩어서 구멍이 뻥 납니다. 구멍이 뻥 뚫린 데로 물가다 보니까 뭐가 많아요? 곤충들이 많잖아요. 곤충들이 날아다니다가 그 구멍 안으로 들어갑니다. 또 누가 들어가냐면 들쥐와 같은 설치류들도 그 안으로 들어갑니다. 들어갔다가 푹 빠져서 올라와서 나오지를 못해요. 쌓입니다, 거기에. 쌓이면 얘네가 시체가 되는 거죠. 시체가 되면 시체에서 인이라는 성분이 나와요. 인이라는 성분이 불빛이 납니다. 푸른색 불빛이 납니다. 그래서 여름에 이 왕버들 근처에 가면 모르고 멀리서 보면 그 속에서 인이 번쩍번쩍 하는 게 그 근처에 어른어른 대면서 그게 이른바 도깨비불인 거죠. 그래서 도깨비나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게 왕버들입니다. 그 종류의 하나예요.

나무가 좀 신비롭다는 걸 좀 얘기를... 아까 제가 처음에 신비 얘기를 했는데요. 나무가 어떻게 신기로운가? 그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사진부터 좀 보여드릴게요. 지금 보여드리는 나무가 여러 그루의 나무가 아니라 한 그루의 나무를 계속 보여드릴 거예요. 자, 이거. 그다음에 이건 겨울이에요. 겨울에는 잎사귀가 다 떨어집니다. 잎사귀가 다 떨어져서 완전히 낙엽을 한 거예요. 그다음에 새 잎이 이렇게 나요. 이색으로 나와요, 딱. -가죽나무. -가죽나무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서두르지 마세요. 처음에 잎이 이렇게 납니다. 그래서 이게 나무 전체에 번졌을 때 앞에 보여드린 이렇게 되는 거예요. 빨간색 잎을 쫙 가져요. 그다음에 같은 나무가 가을이 아니라 빨갛게 잎이 물들었다가 한 열흘쯤 지나면 이렇게 노랗게 바뀌어요. 나뭇잎이 노란색으로 바뀝니다. 그런 다음에 또 열흘쯤 지나면 초록으로 바뀌어요. 한 그루의 나무가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세 가지를 가진다 해서 이 나무는 '삼색참죽나무'라고 부르는 나무입니다. 그러면 제가 이 삼색참죽나무라는 걸 왜 보여드리냐면 나무는 그러면 어떨까 살까? 나무는 뭘 가지고 살까? 나무는 그걸로 살죠. 햇빛 그다음에 이산화탄소, 물. 그걸로 광합성을 해서 살죠. 그게 전부일까요? 그게 전부일까요? 왜 그런 얘기 믿으세요, 여러분? 시골의 감나무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서... 그렇죠? 주인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서 익어간다고 해서 주인 떠난 집의 감나무는 감이 열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혹시 열린다 하더라도 떫어서 못 먹는다. 그런 얘기, 맞죠? 그 얘기 들으신 적 있으세요? 다른 분들도요? 그렇죠? 다 들으셨죠? 또 논밭의 곡식은 농부들의 발소리를 듣고 큰다. 그거 진짜예요. 발소리가 그게 진짜... 그게 도대체 뭘까? 이런 얘기를. 제가 오늘 너무 뜬구름 잡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이 나무가 이게 어디냐면 천리포 수목원이라는 데 있습니다. 천리포 수목원의 명물 중에 하나예요. 천리포 수목원은 태안반도 중에 제일 끝에 있는 거죠. 제일 서쪽에 있는 겁니다. 저게 명물이에요, 저게. 지금 이제 막 빨간 잎이 요만큼 돋아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조금 지나면 빨간 잎 나올 차례예요. 아직 빨간 잎 안 나왔겠구나. 조금 더 있어야 나오겠네요. 어쨌든 그런 데 저게 워낙 저렇게 빨갛게 예쁠 때 제가 이름을 대면 여러분도 아주 알고도 남을 만큼 유명한 우리나라의 노시인이 여기 한번 오셨어요, 천리포에.

우리 수목원에 도움도 많이 주고 하신 분인데 그분이 여자분이에요. 할머니시죠. 그분이 어떻게 저렇게 예쁠 수가 있냐. 나 저거 하나 키우고 싶다. 선생님 댁이 어디시죠? 서울, 서울. 서울에 사시면서 저거 키우고 싶다. 될까, 서울에서? 그런데 마침 우리 직원들이 저 묘목을 가지고 있었던 게 있어요. 한번 물어봤더니 있어요. 그러면 드리자. 드리면서 제가 직접 얘기한 건 아니고 그걸 드리는 직원이 서울에서 이 빛깔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드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는 더 이상 묻지 않아도 저 색깔 안 나옵니다, 서울에서. 심지어는요. 태안반도 끝 서해안 쪽에서 저 색깔이 정확하게 저렇게 났는데 그래서 삼색참죽나무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서산으로 만들어와도 삼색이 나오지 않습니다. 서산하고 태안하고는 한 50km도 채 안 됩니다. 그 50km 안으로 들어왔는데도 색깔이 안 나와요. 서울에서야 뭐 말할 나위 없겠죠. 그러면 과연 뭐냐? 오늘의 주제는 그겁니다. 사람살이의 무늬. 나무도 자기가 살아있는... 자기 생육 특징이. 물론 나무마다 자기 생육 특징이 있습니다만 그 특징만 갖고 사는 게 아니라 자기가 어떤 지역에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무늬를 다 담아낸다. 목재연륜학이라는 게 있어요, 목재연륜학. 목재연륜학이라는 건 뭐냐 하면 예를 들면 이게 만약에 나무라면. 이거 나무 아닌데. 나무지만 가공한 건데 만약에 이런 통나무 같은 거라면. 예를 들면 제가 한번 그런 분을 뵀어요. 어디서 뵀냐하면 지난번에 남대문 때문에 자살한 교수님 있죠? 그분이 우리나라 목재연륜학의 최고였습니다. 그분을 어디서 만났냐면 인천 영종도에 있는 용궁사라는 절에 갔다가 우연히 만났어요. 우연히 만났는데 그분이 그날 왜 왔냐하면 거기에 있는 현판. 그 목재를 연구하러 온 거예요. 그 목재를 왜 연구하냐? 그 목재를 언제 만들었는지 모르잖아요. 그런데 그 목재만 보면, 거기에 남아있는 나뭇결만 보면 이게 몇 년도에 어디에서 자랐던 나무라는 걸 정확하게 알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최고인 분이었는데 남대문 그거에 얽혀서 자살해서 돌아가신 분이에요. 자기 스스로 죽으신 분인데. 어쨌든 그분을 거기에서 뵙고 저는 놀랄 이야기들을 정말 많이 들었는데 그런 게 목재연륜학이에요.

나무에는 분명히 우리가 살아가는 사람살이의 무늬뿐만 아니라 생명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들어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제가 다음 나무로... 여기 제가 써온 글도 있는데 이건 그냥 넘어갈게요. 그래서 제가 여기에서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예요. 하늘과 바람과 별과 나무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아니라 하늘과 바람과 별과 그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는 생명체가 나무라는 얘기를 드리는 건데. 그래서 제가 하나 다음 나무를 보여드릴게요. 이런 나무가 있고요. 이게 같은 나무인데요. 가시가 엄청나죠? 엄청납니다. 다음 사진을 보면. 아직 불 켜지 말아주세요. 이게 여기에 가시가 무성하거든요. 가시가 이렇게 무성한데 이 가시가 어디까지 있냐면 제가 손이 안 닿는데 여기까지 있어요, 여기까지. 이 위를 보세요. 가시 있어요? 미끈하잖아요. 없어요. 여기까지만 딱 있습니다. 그다음에 이 나무가 가시를 낸다는 건 뭐냐 하면 자기 방어하는 거예요, 방어. 음나무 아시죠, 음나무. 흔히 엄나무라고 하시는데 엄나무가 틀려요. 오늘 이후로는 음나무라고 부르세요. 엄나무가 틀린 거예요. 국어사전에도 음나무고요. 백숙집에서만 엄나무라고 해요. 백숙집 아닌 데서는 다 음나무라고 쓰니까 오늘 이후로는 음나무로 불러주세요. 음나무인데 음나무도 가시를 막 냅니다. 그런데 음나무가 가시를 내는 이유는 뭐냐 하면 음나무는 초식동물이 굉장히 좋아하는 먹이예요. 초식동물이 먹으면 안 되니까 먹지 못하게 찔리게 하는 거예요. 그래서 가시를 내는 거예요, 자기가. 우리나라 음나무 중에 1,100살 된 음나무가 있거든요. 강원도 삼척에 있어요, 그게. 강원도 삼척에 있는 음나무를 제가 딱 보고 깜짝 놀랐어요. 처음에 그걸 볼 때 놀랐어요. 왜 놀랐냐면 나뭇잎사귀는 완전히 음나무 맞는데 나무 전체에 가시가 하나도 없어요. 왜 없어요? 같은 음나무인데. 얘는 아래 밑동의 줄기가 1,100년이니 얼만하겠습니까? 밑동의 줄기가 이만해요. 이걸 누가 와서 먹겠습니까? 그러니까 이제 가시가 없어도 돼. 가시라는 건 뭐냐 하면 잎사귀가 나와야 할 자리에 잎사귀를 변형시켜서 가시를 만드는 거거든요. 그것도 힘이 들 거예요. 제가 쟤한테 물어봤는데 대답을 안 해서 잘 모르는데 힘들 겁니다. 그냥 평상시 하던 대로 해야 하는데 하던 대로 안 하고 새롭게 뭘 하는 건 분명히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에요. 그렇죠? 그런데 그걸 굳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뭐냐 하면 살아남기 위한 안간힘을 쓰는 거란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이만큼 굵어졌으니까 초식동물이 와도 끄떡없어. 그러니까 가시를 안 만들고 평상시처럼 가는 거죠. 그게 1,100살 된... 아니 1,100살까지는 아니더라도요. 한 300살만 넘은 음나무를 봐도 가시 없습니다. 그것만 알아두시면 됩니다. 이것도 이제 그거예요. 잎사귀가 나야될 자리에 가시를 이렇게 냈는데 이게 특이하게 여기까지만. 아주 수평이에요, 정확하게. 여기 가시 있고요, 여기 있고, 여기 딱 있고, 그 위로 딱 없어요. 딱 일직선이에요, 딱! 저게 뭘까요? 네? 사람 손닿는 자리. 정확한 답입니다. 이게 어디냐면요. 이게 이란에서 들여온 나무예요. 이란 사막지역에서 자라는 나무입니다. 그래서 이 나무를 이란 주엽나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에도 주엽나무라는 나무 있죠? 아시는 분은 아실 텐데 주엽나무도 이렇게 가시가 많습니다만. 이거보다는 약하지만. 이란 사막지대에서 자라는 나무거든요. 그래서 누가 지금 벌써 여기에서 말씀하셨는데. 낙타, 저기가 딱 낙타 주둥이의 높이입니다. 낙타 주둥이가 닿는 자리까지만 가시를 내고 그 위에는 얘도 자기 영양분을 만들려면 광합성을 해야 해요. 그렇죠? 그러니까 잎사귀를 빨리 내야해요. 저런 애들의 경우는 어떤 식이냐면 아래쪽에 가시를 내는 것은 내되 위로 빨리 자라요. 낙타보다 빨리 자라는 거예요, 막. 위로 올라가야해. 올라간 다음에 거기에서는 정상적인 잎사귀를 돋아내는 거죠. 이게 이란 주엽나무라는 사막에서 자라는 나무의 특징이에요. 그런데 얘가 이것도 천리포 수목원에 있는 나무입니다. 천리포 수목원의 명물 중의 하나인데요. 천리포 수목원이 처음 조성된 거는 1970년대 초반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해요. 지금부터 40여 년 전이죠? 40여 년 전인데 이 나무도 그래서 1970년대 초반에 들여왔습니다. 그런데 이 나무는 묘목 상태로 들여온 거예요. 대부분 씨앗으로 많이 들여오는데 이거는 묘목 상태로 들여왔어요. 묘목상태로 들여와서 그러니까 넉넉잡고 10년생짜리 들여왔다고 칩니다. 그러면 얘가 지금 50년생이에요. 자기 평생 50년 중에 40년을 천리포 수목원에서 살았어요, 그렇죠? 그리고 말이죠, 제가 갈 때마다 천리포 수목원을 혹시 가이드 할 일이 있으면 사람들 관람객들 모셔놓고 여기서 그 이야기를 해요. 낙타 주둥이 높이입니다. 그러면 다들 재미있어하시죠. 재미있잖아요, 그런 얘기가. 그래서 꼭 하는데 2년 전에. 제가 깜짝 놀랐습니다. 다음 사진. 이 잎사귀가 어느 위치냐면요. 여기예요. 여기서 초록 잎이 났어요. 무슨 일일까요?
-(웃음소리)
-무슨 그런 얘기들을 하세요. 얘가 무슨 공부를 해요? 일기를 씁니까? 기억을 해요? 나무가?
-DNA.
-DNA가 뭐요?
-(웃음소리)
-DNA가 뭐요? 지금 말씀하신 게 다 맞습니다. 제가 그냥 한 얘기인데 얘가 자기 주변에 낙타가 오지 않는. 뿐만 아니라 누구도 자기를 해치려 하지 않는다. 아까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내가 굳이 가시를 내서, 가시를 내려고 굳이 애를 쓰지 않아도 여기서는 다들 자기를 보호만 해 주고 있다는 것을 안 거예요, 이제. 이제 안 겁니다. 우리가 궁금해요. 제가 지금 여러분한테 에이, 진짜? 그러고 얘기했듯이 궁금해요. 얘가 뇌가 있나? 나무가? 얘가 뇌가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최초의 궁금증. 최초까지는 아니지만 아주 오래전에 그런 궁금증을 가졌던 사람이 있어요. 그게 누구냐면 찰스 다윈이었습니다.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이 그 고민을 합니다. 식물의 상태를 보면 굉장히 지능적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이 지능의 원천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걸 연구하고 싶어 해요, 다윈이. 그래서 다윈은 물론 종의 기원으로 제일 훌륭한 업적을 만들어냈지만 종의 기원 이후에 그는 식물학자로 변신을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이 사람이 실험이나 이런 걸 혼자 할 수가 없어서 자기 아들을 데려와요. 그래서 나이가 들어서 낸 논문이나 책자 이런 것들은 죄다 아들하고 공저입니다. 아들하고 공저로 낸 거의 모든 책들이 다 식물학 책이에요. 그중에 그가 거의 말년에 아들하고 공저로 낸 책 중에 The movement of plant라는 책이 있어요.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한글로는 번역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원문을 본 건 아닙니다. 이렇게 두꺼운 책인데 뒤에 사실 다윈은 다윈의 문법이 있어요. 찰스 다윈은 글을 어떤 식으로 쓰냐면 앞에는 무지하게... 과학자들이 대부분 그렇죠. 앞에는 무지무지하게 많은 사례들을 다 들어놓고 결론은 맨 마지막 단락에 다 들어있습니다. 제대로 공부를 하려면 다 읽어야 하지만 급하게 알고 싶으면 맨 뒤에 한 단락만 읽어도 대충 알아요, 실제로. 제가 어떻게 이렇게 두꺼운 영어책을 다 읽습니까? 우리나라에는 수입도 안 돼 있어요. 이 책을 사려면 아마존에서 사야 합니다. 그런 식인데요.

어쨌든 그 책의 마지막 단락에 나오는 얘기에 다윈은 자기의 고민을 평생 풀지 못하고 간다는 걸 그대로 토로하는데요. 뭐라고 토로하냐면요. 나는 평생 도대체 이 식물의 이 지능의 원인이 어디에서부터 오는지를 찾으려고 애썼으나 찾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이야기하건데 내가 관찰했던 모든 식물들에게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하등 동물에게서 나타나는 최소한의 최하의 지능보다는 높은. 최하의 지능보다는 높은. 이 사람은 뭐라고 표현했냐면 지능이라고 표현 안 하고요. 최하의 지능보다 높은 Intelligence가 있다. Intelligence는 우리가 번역하자면 지성이라고 변역해야 하나요? 지성이 존재하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게 어디에서부터 나오는지는 나는 모르겠다. 그게 찰스 다윈의 결론입니다. 마지막 단락에 이렇게 나와요. 어쨌든 그래서 이 다윈도, 저도 궁금한 거예요. 도대체 얘가 어떻게 그걸 기억하지? 어떻게 40년 동안 자기를 해치지 않았다는 걸 기억하지? 우리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냥 따뜻하니까 잎사귀가 났다 보다. 아니잖아요. 얘 본성대로 하면 가시가 나와야 하는데 가시가 안 나오고 잎사귀가 돋아난다는 것은 분명히 지능적인, 아주 지능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건데 그 지능이 얘한테 기억이 된다는 거죠. 혹시 여러분 여유가 되신다면 '식물은 알고 있다'는 최근에 나온 책을 보십시오. 얇은 책인데요. ‘식물은 알고 있다는 책’은요. 식물에게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오감이 있는가, 없는가를 검증하려고 애쓴 책이에요. 그거를 자기가 기존에 나온 연구 성과나 이런 걸 아주 쉽게 아주 대중적인 책이에요. 일반인들이 읽기 편하게 풀어쓴 책인데요. 그 책에 의하면 식물에게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오감 중에 청각만 빼고 나머지 감각은 완벽하게 증명이 됩니다. 시각, 후각, 촉각, 미각. 이 4가지는 완벽하게 가지고 있어요, 정확하게. 그리고 거기에 또 하나가 있습니다. 그런데 청각은 없습니다, 청각은. 그동안 얘기해 주는 거.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식물이 잘 자라는 거. 그런 거 있죠? 그 얘기도 해드려야겠네, 괜히. 안 하려고 했는데. 질문하시니까. 그게 뭐냐 하면 그 책에도, '식물은 알고 있다'는 책에서도 그 얘기를 해요. 그거가지고 논란이 굉장히 많았답니다.

논란이 많아서 그거를 계속 끝끝내 실험을 해봤는데 어떤 식이냐면 결론은 뭐냐 하면 식물은 음악을 구별하지 못해요. 음악을 구별하지 못하는데 다만 분명한 건 뭐냐 하면 온실 안에다가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면 얘 잘 자라고. 록 음악을 틀어주면 못 자라요. 그 실험 결과는 계속 나오거든요. 그런데 얘는 알아듣지는 못하는데 왜 그럴까? 결론은 뭐냐 하면 이 스피커에서 나오는 진동. 그다음에 스피커에서 나오는 사람이 감지하지 못할 정도의 미세한 열. 그것이 영향을 미쳐서 식물의 생장에 영향을 줬다는 게 이 책의 결론이에요. 물론 저는 제가 직접 실험한 게 아니고 제가 직접 연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뭐라고 말씀 못 드립니다만 '식물을 알고 있다'라는 책은 그 얘기를 아주 논리적이고 명쾌하게 설명되어 있으니까 그 책을 좀 참고하십시오. 그 4가지 감각을 가지고 있는. 청각을 뺀 4가지 감각을 다 가지고 있고요. 거기에 1가지가 더 있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건데요. 기억력을 가지고 있어요, 식물은. 기억력을 그 책에서는 뭐로 증명하냐면요. 식충식물을 가지고 증명을 합니다, 식충식물들. 식충식물들 중에 예를 들면 파리지옥이니 이런 거 있잖아요. 얘네가 쓱 지나가면 확 닫죠? 그런데 얘네가 지나가는 그 자리에 톡 치면 안 닫아요. 이렇게 쳐야 닫아요. 두 번 이상 쳐야 닫습니다. 두 번 이상 쳐야 닫아요. 왜 그러냐면 두 번 이상 한 번 이렇게 칠 때 닫으면 계속 닫아야 해요, 계속. 바람만 불어도 닫고 그래요. 얘가 먼저 쳤던 거를 기억하고 그다음에 일정 순간 뒤에 다시 쳤을 때 그걸 닫는 거예요. 그러면 먼저 친 걸 기억하고 있어야 하잖아요. 기억하는 거예요, 정확하게. 어쨌든 식물은 나름대로 그런 신비를 가지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 거고요.

시간이 지금 20분 정도 남았는데요. 제가 이 20분 동안 준비해온 얘기는 다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러면 끝으로 한 그루의 나무만 더 이야기하고 끝낼까 합니다. 이런 건 사진만 보세요. 그냥 쭉 넘어갈게요. 이거 오늘 해드리려고 하다가. 이거 수련 아니에요.
-가시연.
-가시연 아니고요. 이거는 세상에서 입사귀가 가장 넓은 식물입니다. 빅토리아 수련이라니. 잎사귀 한 장에 지름이 3m짜리예요. 잎사귀 한 장에 지름이 3m고. 저 잎사귀 위에 사람. 저 정도 되는 사람이 올라가서 서도 충분히 있는. 이거 빨리 넘어가야 해요, 빨리. 이게 밤에만 펴요, 밤에만. 얘기하려고 했는데 넘어가고요. 이게 첫째 날은 이렇게 폈다가요. 둘째 날에는 이렇게 펴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 건데 넘어가겠습니다. 연꽃 있죠, 이거 다 넘어가요. 다 넘어가고 아까 말씀하셨듯이 참혹한 이야기와. 그러면 시간이 좀 넘더라도 2그루의 나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좀 참담한 나무하고 하나는 좀 신비로운 나무하고 2개만 말씀드리고 조금 넘더라고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나무는 곰솔입니다, 곰솔. 곰솔인데요. 이 나무를 이야기하기 전에 제가 쓴 글을 먼저 읽고 이야기 하겠습니다. [250년 전에 북학파 실학자 홍대용은 사람의 입장에서 물을 보면 사람이 귀하고 물이 천하지만 물의 입장에서 보면 물이 귀하고 사람이 천하다. 그러나 하늘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과 물은 균등하다고 있다. 이른바 인물균(人物均) 사상이다. 그는 대표 저술인 '의산문답(醫山問答)'에서 이 시대의 우리에게 경종을 울릴 이야기를 남겼다. 이제부터가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초점입니다. 지구를 활물(活物)이다. 살아 움직이는 물건이라는 뜻이죠? 활물. 생명체가 있는 물건이다. 활물이다. 흙은 지구의 살이고 물은 피며 비와 이슬은 눈물과 땀이고 바람과 불은 혼백이며 기운이라고 한 뒤 풀과 나무는 지구의 모발이고 사람과 짐승은 지구의 벼룩이며 이라고 선언했다. 홍대용보다 100년 뒤에 활동한 서구의 니체가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이 앓고 있는 유일한 피부병은 인간이라고 했던 말을 시환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니체와 홍대용을 제가 인용을 했는데요.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 살아있는 곰솔이라는 나무는 소나무인데요. 소나무 중에 바닷가에 사는 나무를 곰솔이라고 하는데 왜 곰솔이냐면요. 바닷가에 사는 소나무는 이 껍질이 까만색이 납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검은 솔, 검은 솔, 이렇게 불렀어요. 그러다가 오래 되니까 검은 솔이 곰솔이 돼버린 겁니다. 그래서 곰솔이라고 부르고 식물도감에도 곰솔이라는 이름으로 올라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곰솔이 바닷가에서 자생하지만 자생하는 게 바닷가일 뿐이지 갔다 옮겨다 심어주면 뭍에서도 잘 자라요. 여기가 어디냐면 전주입니다. 전주는 전형적인 내륙 지역이잖아요. 내륙에서 잘 자요. 그런데 이 내륙의 지금 이 상황을 보시면 여기 누구네 산소예요, 그렇죠? 무덤입니다. 이게 어디냐면 누구네 선산인 것 같아요. 여기 돌담 있는 거 보면, 그렇죠? 누구에 선산이고, 선산 맞고요. 이게 인동 장 씨의 선산입니다. 인동 장 씨 가문의 선산이고. 그 선산의 이 나무는 누가 심은 거냐 하면 인동 장 씨의 후손들이 자기네 선산 지역을 알리기 위한 표지송으로 심고 여기 축대도 후손들이 만든 축대고 여기 이 비석도. 여기 이 입간판 말고요. 여기 제일 후지게 생긴 이 입간판 말고 이 표지석도 후손들이 인동 장 씨 표지송이라고 자기네 표지송이라는 거를 해놓은 거고요. 이 입간판은 뭐냐 하면 대한민국 정부에서 올려놓은 겁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제일 크게 세웠네요, 제일 크게. 어쨌든 이게 그런 나무예요. 그리고 이게 우리나라 곰솔 중에서는 살아 있을 때 가장 아름답고 지금 모습이 여러분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학이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모습을 했다고 해서 학송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아름답던 나무예요.

그런데 이 나무에 문제가 생깁니다. 1990년대 중반에 이게 전주 삼천동이라는 곳인데요. 전주 삼천동에 택지개발계획이 발표가 됩니다, 택지개발계획. 이게 전부 다 택지로 개발되는 거예요. 택지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여기 뒤에 보시듯이 이런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오고 나무 바로 옆으로 여기 8차선 도로가 생깁니다. 이 8차선 도로는 전주의 대표적인 간선도로예요. KTX 전주역에서 이어지는 8차선 도로이고 교통량이 무지하게 많아요. 제일 많은 도로예요. 그래서 여기 전주를 가면. 그리고 길 이름이 곰솔길이에요. 곰솔이 있으니까 곰솔길입니다. 여기가 이렇게 막 번화한 거리가 되니까 나무가 몸살을 시작해요. 조용한 데 있다가 갑자기 이렇게 시끄러운 데 나오니까. 아까 얘기했잖아요. 시각, 촉각. 보는 것도 맨날 좋은 것만 보다가 이상한 아파트, 시멘트 이런 거만 보니까 짜증이 나는 거예요, 얘가. 몸살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름시름거리고 있는데, 시름시름거리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 나무가 소나무는 겨울에도 푸른 잎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야 하잖아요. 어느 날 갑자기 겨울도 아닌데, 겨울이어도 마찬가지지만 겨울도 아닌데 잎사귀를 한꺼번에 후두둑 내려놨습니다. 그래서 이게 무슨 일일까? 그리고 사람들이 가까이 갔어요. 가까이 가서 정밀조사를 해봤습니다. 정밀조사를 해봤더니 이 나무의 밑동 부분에 8개의 예리한 드릴로 뚫은 구멍이 발견이 됐고요. 8개의 구멍 안에서 독극물이 발견이 됐습니다. 누군가가 이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 근처에 땅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정말 개발 이익을 많이 얻었겠죠. 하지만 이 나무는 그 당시에 뭐였냐면요. 그 당시에 천연기념물 제355호로 지정되어 있었습니다. 천연기념물이라는 게 뭔지 간단히 말씀드리자면요. 제가 시간이 없어서 막 서두르는데 천연기념물이라는 게 뭔지 간단히 말씀드리면요. 천연기념물은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국가가 부여하는 최고의 지위예요. 제 말씀 한 글자, 한 글자 다 기억하셔야 해요. 살아있는 생명체. 죽은 생명체가 아닙니다.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국가가 부여하는 최고의 지위가 천연기념물입니다. 그러면 천연기념물이 지금 5백 몇 호까지 나와 있어요. 그러면 천연기념물이 5백 몇 가지가 있냐? 아니에요. 3백 몇 가지밖에 없어요. 왜냐? 이미 지정이 됐는데 만약에 얘가 죽으면 기념물에서 해제합니다. 그래서 천연기념물 1호, 2호, 3호 다 있는 거 아니에요. 1호는 있는데 2호, 3호가 없고 4호도 없고 5호가 있고 8호가 있고 옛날에 지정한 것들은 거의 다 비었어요. 1호는 있어요. 1호는 아직 있는데. 중간 중간 다 빕니다. 죽으면 그러는 거예요.

그리고 천연기념물로 딱 지정이 되면, 국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을 하고 나면 얘는 어떻게 되냐면 얘를 보호하죠. 당연히 걔를 보호하겠죠. 그런데 얘만 보호하는 게 아니라 천연기념물 주변에 보호 구역이 설정이 돼요. 이 보호구역에서는 개발이나 이런 게 다 규제가 됩니다. 개발을 못해요. 나무인 경우에 옆에다 고층 아파트를 지어놓으면 바람막이가 되고 그러면 나무가 못 자라잖아요. 그런 걸 다 허락을 안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어떻게 하겠습니까? 여기 이 땅 부자들이 다 진짜 떼부자가 됐는데 이 땅 주인인 사람만, 아시죠? 어떻게 됐는지. 저는 바로 오늘 아침에 실린 건데요. 한국고전번역원이라는 데서 저한테 칼럼을 하나 써달라고 해서 바로 오늘 아침에 홍대용 얘기하고 지금 이 나무 얘기를 써서 보냈는데요. 오늘 아침에 나왔어요. 저는 진짜 진심인데요. 제가 주책맞아서 그런지 몰라도요. 이 나무 앞에 가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렇게 아름답던 나무가 이렇게 됐다는 게 가슴이 미어지고요. 진짜 눈물이 납니다. 눈물이 나는 이유가요. 제가 오늘 아침 칼럼에 그렇게 썼는데요. 눈물이 나는 이유가 이 나무가 불쌍해서이기도 하지만 저렇게 아름다운 나무를 죽여서까지라도 자기 이익을 챙기려고 한 그 사람이 너무너무 불쌍해요. 어떻게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 그 사람이 너무 너무 불쌍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그 탐욕에 나는 과연 자유로운가. 그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와요. 그리고 얘가 가지고 있는 저 참혹한 모습이 내 안에 담겨 있는 또 다른 나의 참혹한 모습 아닌가? 더러운 나의 모습이 아닌가? 눈물이 납니다. 나무가 과연 뭔가요, 나무가. 오늘 제가 나무를 심으라는 얘기하러 오지 않았습니다. 나무에 남아있는 사람살이의 무늬. 사람을 결의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데요. 나무 한 그루를 보면서 눈물이 나요.

제가 요즘 어디에 미쳐있느냐면요. 바로 이 말에 미쳐있습니다. '우리 곁의 생명들' 제가 나무를 처음 시작한 것도 우리 마을에 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미쳐있었다고 했는데요. 제가 진짜 우리 마을에 어떤 나무가 있는가를 보는 거에 한 3~4년 전부터 제가 전국에 있는 나무를 답사를 하러 다니지만 그 답사를 하는 사이사이에 집 근처에 있는 나무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집근처에 있는 나무뿐만 아니라 저는 완전 대도시예요. 부천시 아주 신도시 거기인데요. 그 보도블록 틈을 뚫고 나오는 생명들, 이런 것들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면 이런 일이 있었어요. 저희 집 앞에 8차선 도로거든요. 8차선 도로 앞을 가면서 도로블록 사이에서 올라오는 꽃들을 보고 싶었어요. 냉이 가시죠, 냉이. 냉이꽃 요만하죠. 이 요만한 꽃을 서서볼 수 있나요? 볼 수 없습니다. 그러면 얘를 보려면 구부리고, 쪼그리고 않아야 해요. 쪼그리고 않았습니다. 그런데 쪼그리고 보고 얘랑 얘기를 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이걸 사진으로 찍어야 해요. 사진으로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세요? 냉이는 아시겠지만 가늘게 올라와요, 그렇죠?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작은 게 그렇게 흔들리니까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면요. 그냥 쪼그려 앉는 게 아니라요. 엎드립니다. 배를 깔고 엎드려야 해요. 머리 하얗게 샌 사람이 머리 하얗게 샌 아저씨가 그 8차선 대로 옆에 인도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요.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요, 창피해요.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옆으로 사람들 막 다니는데 창피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요. 엎드려서 한 1분, 2분 그 작디작은 냉이꽃에 집중하고 있으면 걔들이 저한테 들려주는 생명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옆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머릿속에서 사라져요. 귓속에서 사라져요. 정말 행복한 시간이 됩니다. 그 행복한 시간을 여러분도 가져보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거고요.

저희 집 옆에 이런 것들이 있어요. 지금 막 피고 있죠. 개나리 핍니다. 또 목련도 핍니다. 다 이거 도시 사진이잖아요. 어디 산에 가서 찍은 거 아닙니다. 대단히 큰 나무,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요즘 제가 환장하고 있는 꽃입니다. 이거 무슨 꽃인지 아시는 분. 회양목입니다. 회양목은 요만해요. 요만해요, 그렇죠? 요만한데다가 이 꽃은 요만합니다, 요만해요. 그냥 보지마시고요. 회양목에 코를 대고 회양목 향기를 한번 맡아보세요. 1년이 행복해집니다, 진짜. 회양목 향기는 여러분의 1년을 책임질 수 있어요.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회양목 꽃인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가고 회양목의 꽃인지 알아도 코를 들이대고 향기를 맡으려고 하지 않는 향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지금 내일이면 질지 몰라요. 지금 한창 피어있습니다. 지금 저 꽃에다가 향기를 여러분 코에 담아놓으면 앞으로 1년 동안 정말 행복해지실 것을 제가 보장합니다. 안 되면 저한테 오세요. 이게 회양목이고요. 이건 무슨 꽃인지 아세요? 조금 지나면 펴요. 아니요, 라일락꽃은 작아요. 제가 이 사진을 크게 보여드려서 그런데. 쥐똥나무입니다, 쥐똥나무. 이거 얼마나... 쥐똥나무 얼마나 예쁜데요. 얼마나 예뻐요. 흔하디흔한 거예요, 여러분 아파트에. 그런데 그냥 지나가면서는 안 보인다는 얘기죠. 이건 등나무죠? 조금 지나면 피죠? 등나무는 식물도감에는 등나무로 안 돼 있고요. 등으로 되어 있습니다. 박태기예요. 박태기가 저는 우리 마을에 없을 줄 알았어요. 그랬더니 박태기가 저희 아파트 단지인데요. 아파트 단지에 이 전기시설 설비박스 옆에다가 박태기를 심어놨더라고요. 어쨌든 박태기죠. 제비꽃. 자, 보세요. 돌 틈에서, 보도블록 틈에서 올라와요. 제비꽃 중에서 흰제비꽃이에요, 흰색.

이건 냉이예요, 이게 냉이. 이건 꽃다지입니다, 꽃다지. 냉이랑 똑같이 생겼지만 노란색이죠. 이건 꽃다지예요. 위에서 조금 확대해서 찍은 거고요. 이거 아시는 분?
-꽃마리
–네, 꽃마리예요. 꽃마리 아시죠? 얼마큼 작은 아시죠? 꽃마리, 저 꽃 한 송이가요. 지름 2~3mm입니다. 지름이 2mm예요, 지름이. 지름 2mm짜리를 지금 이렇게 보면 예쁘다고 하시죠, 여러분? 그런데 여러분 주변에 흔하디흔하게 널렸어요. 저건 따로 심어주는 게 아니라 가로수 있잖아요. 가로수. 가로수 있으면 가로수 옆에 흙이 있을 거예요. 거기서 저절로 나와요. 웬만한 데는 다 있습니다, 저 꽃마리는. 꽃마리를 그냥 지나가면서 보면 절대로 예쁘다는 거 모릅니다. 하지만 구부리고. 배를 깔고! 배를 깔고 한번 엎드려 보세요, 진짜. 처음에는 창피합니다. 처음에는 부끄럽습니다만 배를 깔고 엎드린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은 유일할 겁니다. 아주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정말 아름다운 꽃이라는 걸 느끼실 수가 있을 겁니다. 이거는 점나도나물이라는 거예요. 이것도 무지하게 작은 건데요. 이거는 지름 한 3~4mm정도 돼요. 꽃마리보다는 좀 더 커요. 그런데 어쨌든 제가 이래서 아마 거의 마무리하고 있는데요. 다음 달에는 도시의 나무들을 소재로 해서. 저희 집을 중심으로 해서 반경 1km 이내에서 만났던 나무들. 저런 풀, 꽃 빼고. 나무들만 가지고 책 한 권을 새로 냅니다. 관심 가져 주시기 바라겠고요.

끝으로 제 얘기를 마무리하겠는데요. 다 넘어가고요. 끝으로 이거는 제 글은 아니고요. 요슈타인 가아더라는 사람의 글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요슈타인 가아더라는 사람은 누구냐면 ‘소피의 세계’라는 전 세계 대형 베스트셀러를 낸 스토리텔러예요. 전형적인 스토리텔러죠. 진짜 말을 재미있게 하는. 책을 재미있게 쓰는 사람이죠. 이 사람이 ‘오렌지 소녀’라는 소설을 냈어요. 그런데 ‘오렌지 소녀’라는 소설은 아주 발상이 재미있습니다. 주인공이 의사예요. 의사로 설정한 건 뭐냐 하면 첨단과학자로 설정한 거예요, 주인공을. 첨단과학자인 이 의사가 암에 걸려서 죽게 됩니다. 암에 걸려서 죽게 되는데 죽을 때 자기 아들이 하나 있는데 게오르그라는 이름의 아들이 하나 있는데 아들이 2살밖에 안 됐어요. 그런데 자기는 몇 달밖에 못 살거든요. 몇 달밖에 안 남은 그 기간 동안에 자기 아들한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 거예요. 그런데 2살짜리 애가 못 알아듣잖아요, 지금. 그래서 이 사람이 편지를 씁니다. 편지를 엄청나게 길게 써요. 지금 2살짜리한테 해 줄 얘기는 뭐가 있겠어요. 무럭무럭 잘 커라. 더 할 얘기 없잖아요. 그런데 세상에 대해서, 우주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그런 얘기를 다 하고 싶은 거예요. 아빠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게, 자식한테 다 들려주고 싶은 게 있잖아요. 그걸 씁니다, 끊임없이. 그리고 그건 비밀이에요. 자기 마누라한테도 얘기 안 해요. 그리고 꼬깃꼬깃 봉해서 자기네 집 유모차 밑에 짐칸에다 그걸 밀봉을 해요. 그런 다음에 자기 아내한테 부탁을 합니다. 우리가 이사를 다니더라도 저 유모차만큼은 버리지 말아 달라. 내가 죽은 다음에 버리지 말아 달라. 그리고 저 아이가 14살이 됐을 때 그때 유모차는 걔한테 줘라. 딱 그렇게 얘기를 합니다. 그랬는데 얘가 진짜 14살이 됐어요. 그래서 그 유모차를 딱 깼더니 유모차에서 아빠가 자기한테 준 편지를 발견합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편지를 발견해요. 읽어나가면서 죽은 아빠와 대화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 오렌지 소녀라는 소설이에요. 제목이 오렌지 소녀라는 것도 참 특이한데요. 저 소설 속에 오렌지 소녀가 나오는데 제가 그 오렌지 소녀가 누군지 얘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말씀 안 드리는데 재미있습니다. 여기에 첨단과학자인 의사가 자기 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중에 제가 이 짧은 이야기를 베껴왔는데요. 읽고 나서 잠깐 제가 이야기를 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자연법칙이나 진화론. 원자, DNA 분자. 생화학 신경세포 따위. 현대과학이 만들어낸 온갖 허튼 소리가 존재하기 전의 세계를 상상해보렴. 그래, 이 지구가 회전하기 이전. 지구가 우주 속의 한 행성으로 전락하기 이전. 그리고 자랑스럽던 인간의 육체가 심장이네, 허파네, 간이네, 뇌네 하고 혈액순환이네, 근육이네, 위네, 장이네 하며 토막 나기 이전의 세계를 상상해보란 말이다. 인간이 그저 인간이었던 그때. 온전하고 자랑스러운 인간이던 그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바로 그때를 말이다. 물리나 화학에 지나치게 빠지기 전에 세계를 바라보란 말이다. 자연이 기적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거라. 세계가 동화가 아니라고 말하지 말란 말이다. 그걸 꿰뚫어보지 못하는 사람은 동화가 끝날 무렵에 가서야 겨우 알게 될지도 모르지. 누구도 유클리드 기하학이나 원자의 주기율과 눈물 흘리며 작별한 적은 없었다. 그 누구도 인터넷이나 구구단과 헤어져야 해서 눈물방울을 쥐어짠 적은 없었지. 눈물로 헤어져야 하는 것은 우리가 이별을 고해야 할 세계란다. 바로 인생, 동화, 모험이다.] 이게 첨단과학을 다루는 인간의 몸을 뇌네, 간이네, 허파네. 잘라서 치료를 하던 의사가 자기 아들에게 남긴 말이에요. 놀라운 얘기입니다. 놀랍다기보다 뭉클한 얘기예요.

나무를 이야기할 때 나무를 저는 오늘 처음부터 끝까지 나무를 여러분이 어떻게 들으셨는지... 그냥 전설 따라 3천리 같은 이야기를 했어요. 그렇죠? 제가 다 이상한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그걸 그대로. 여기에 이 사람이 자연이 기적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자고 얘기한 것처럼 저는 나무도 나무가 보여주는 신비의 세계를 과학으로 쪼개놓고 얘기하지 말고 받아들이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세기 최고의 생태학자인 레이첼 카슨 여사가 한 말이 있습니다. 그 얘기로 오늘 얘기 마무리 하겠습니다. 레이첼 카슨 여사는 그런 분이죠. 침묵의 봄이라는 책으로 세상에 제초제의 위험을 알린 분이죠. 레이첼 카슨 여사는 침묵의 봄을 쓰고 난 이후에 시골에 들어가서 산속에 살면서 진짜 내가 쓰고 싶었던 책을 지금부터 쓰겠다고 책 집필 작업을 시작합니다. 하다가 이 병 때문에, 암에 걸려서 마무리를 못하고 돌아가셨어요. 그 책은 지금 나와 있는데 ‘Sense of Wonder‘ 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와 있는데요. 그 책에서 선생님이 정말 우리가 명심해야 할 메시지를 남깁니다. 그 메시지는 뭐였냐면 자연을 아는 것은 느끼는 것의 절반만큼도 중요하지 않다. 이런 말씀을 남깁니다. 여러분 곁에 있는 나무를 느끼면서 진짜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로 살아가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