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 고문서, 고지도 등 오랜 시간을 견뎌온 ‘고문헌’에는 모진 풍파와 총탄 등 전쟁의 아픔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문중의 소중한 자료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기꺼이 탁본과 고문서를 내어준 박형원 기증자를 만났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지난 6월 2일 밀양박씨 충헌공파 대제학공 후손 박형원 씨로부터 기증받은 것은 탁본 8점과 고문서 1점입니다.
밀양박씨 문중을 명문가로 이끈 조선 중기 박율, 박이서, 박노, 박수현 4대의 신도비와 묘비의 탁본이었죠.
* 탁본 : 석비나 기물 등의 각명·문양 등을 먹을 이용해 원형 그대로 종이에 뜨는 방법
‘신도비’는 죽은 사람의 행적과 학문이 뛰어나 후세의 사표가 될 만한 기록을 새겨 묘 입구에 세운 비를 말합니다.
조선시대 신도비는 종2품 이상의 관직과 품계를 갖춰야만 세울 수 있었죠.
박율의 비석 몸체 명문에는 조선 중기 명필 김현성(金玄成)의 글씨와 대학자 김상용(金尙容)이 전서로 쓴 두전을 확인할 수 있답니다.
이미 지난해 고서 121책을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한 바 있는 박형원 기증자는 “선조들의 자료가 긴 세월 동안 풍파를 겪어 오면서 손상돼 알아보기 힘든 글자가 많아진 가운데, 탁본으로 조상의 행적이 남겨져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번 기증 자료는 연구자를 비롯해 국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향후 보존 처리를 거친 뒤 디지털화될 계획입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앞으로도 가치 있는 고문헌을 기증받아 우리 고유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