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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몽테뉴와 파스칼 이 환
지음 / 민음사
상식의 세계는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안전한 것처럼 보이고 때로는
아름다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던
상식적 질서가 불합리하거나 부조리하게
보일 때가 있다. 추하다 못해
무의미하고 권태로워 보일 수도
있다. 많은 경우 참다운 생각은
그런 허무와 권태를 이겨내려는
실존적인 몸부림에서 태어난다.
이에 대한 가장 고전적인 사례이자
친근한 사례는 몽테뉴와 파스칼이다.
이들이 구하던 것은 올바른 삶의
길이었고, 그들이 참된 삶의 길을
물은 것은 상식적 세계에 대한
회의 때문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형이상학적이거나 비가시적인
진리를 의심하여 상식의 세계로
하강하지만, 몽테뉴와 파스칼
같은 사람들은 통념적인 진리를
의심하는 가운데 비가시적인 세계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몽테뉴와 파스칼이
시대를 초월하여 끊임없이 읽히는
이유는 그들의 사유가 누구나
한 번쯤은 가지기 마련인 이런
상승의 충동을 자극한다는 데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저자는
공통점만이 아니라 차이점도 보여준다.
몽테뉴는 경쾌하게 세속적인 삶의
허점들을 꼬집어 가면서 속세의
질서에 행복하게 거주하는 지혜를
추구한다. 반면 파스칼은 세속적인
삶의 비참과 불행 속으로 한없이
떨어지는 가운데 신으로 향한
초월의 원동력을 얻는다. 이번에
출간된 『몽테뉴와 파스칼』은
두 저자의 이런 차이를 격정의
드라마처럼 연출한 역작이다.
찬란한 슬픔이 무엇인지를 잊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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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자 :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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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넬슨 만델라 평전 자크
랑 지음 / 윤은주 옮김 / 실천문학사
이 책은
만델라를 다룬 기존의 저서들과
다른 특징을 갖는다. 즉, 기존의
저서들이 만델라의 인격과 업적
등을 중심으로 인물 묘사를 했다면
이 저서는 저자의 취향답게 연극적
형식 안에 세계라는 큰 무대 위에
선 존재감 있는 배우로 만델라를
묘사한다. 연극의 각 장면으로
꾸며진 각 부에서 만델라의 역할은
이렇게 그려진다. 체제 순응적
태도를 벗고 투사로 거듭나는
안티고네(제1막), 샤프빌 학살
이후 ‘국민의 창’을 조직해
무장투쟁을 주도하는 스파르타쿠스(제2막),
리보니아 재판과 함께 27년 간
로벤 아일랜드의 감옥이라는 바위에
묶인 프로메테우스(제3막), 아파르트헤이트를
종식시키기 위해 협상력을 발휘하는
지도자 프로스페로(제4막), 그리고
1인 1표제에 의해 대통령에 당선되어
흑백갈등 치유와 세계 평화를
위해 일하는 넬슨 왕(제5막) 등이
그것이다. 만델라가
이 책에서 무조건 미화되고 포장되지
않은 것도 이 책의 특징 중 하나이다.
오히려 그는 확신을 지녔으면서도
때로는 두려워하고, 때로는 부끄러워하고,
또 때로는 비겁하기도 한 소시민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독자는 이 주저하고 어리숙한
모습의 만델라를 인간적으로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와 마찬가지인
일상을 살아가지만, 이상과 행동이
일치된 실천적 삶을 구현하려고
애쓰는 그에게서 인간 모두에게
깃든 위대함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추천자 : 김광웅(서울대
명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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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미술관에 간 화학자 전창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조토,
에이크, 보티첼리, 다 빈치, 모네,
마네, 렘브란트, 라파엘로….
이름만으로도 그 명성이 짐작되는
화가들이다. 저자는 이들이 그린
명화를 그냥 보고 느끼기보다
읽으라고 권한다. 고전 미술은
한편의 시이며, 소설이고 철학이자
과학이므로 화가의 메시지를 읽으라는
말이다.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 남자와 여자의 맞잡은
손, 혼인 양초를 뜻하는 하나만
켜진 촛불, 가운데 그려진 볼록
거울에 담긴 방 반대의 정경을
세세히 들여다봄으로써 이 그림이
혼인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다. 더불어 신부의 화려한
녹색 드레스가 말라이트 그린이라는
성분이라는 것과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색감의 원인이
식물성 불포화 지방산인 아마인유를
이용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이른 아침 안개 속에 떠오르는
태양이 바다를 물들이는 강렬한
순간을 표현한 모네의 ‘인상(해돋이)’에서는
물질의 색상이 빛에 의해 언제나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인상주의
태동의 역사를 느낄 수 있다. 어려서부터
화가를 꿈꿨던 미술애호가이자
화학자인 저자는 명화의 구도,
화가의 인생, 시대 배경, 미술
재료의 화학적 특성을 과학적인
시각으로 설명한다. 명화를 읽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과학적 시각으로
명화를 새롭게 해석하는 방법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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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자 : 장경애(과학동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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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김승호: 아버지의 얼굴, 한국
영화의 초상 한국영상자료원 지음
/ 한국영상자료원
1950년대와 60년대는
문학성과 예술성이 돋보이는 한국영화의
전성기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
김승호라는 배우가 자리하고 있다.
김승호를 보면 애간장 어딘가에
눌려있던 무언가가 저려온다.
김승호가 떠난 지 40년이 지난
오늘 그의 진한 연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빛을 발하고 있다. 김승호는
일찍이 아시아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탄 바 있고, 제11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마부>도
김승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승호는
연기를 위해 우리 주변을 늘 공부하던
사람이다. 바로 눈앞에 걸어가는
사람들과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모두 그의
연기 선생이었다. 그의 이러한
연기철학 때문인지 김승호에게서는
한국 냄새가 난다. 두덕두덕하게
생긴 얼굴에 퉁퉁한 볼, 무언가
할 말이 있지만 그냥 묻어 두는
듯한 두툼한 입술, 뒷여운을 늘
드리우고 있는 지긋한 눈시울.
뜨뜻한 회색빛 내복에 솜 둔 한복
바지춤을 치켜올려 묶고 앉아
있는 김승호에게서는 옛날 우리들의
동네 냄새가 난다. 동네 구공탄
아궁이 손질을 도맡아 하면서
지방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아들이
가장 큰 자랑인 미장이 박 서방,
한약방을 하는 동네 토박이 김학규,
20년 동안 가족을 버리고 노다지를
찾아다닌 응칠이, 돼지꿈을 꾼
후 그걸 믿고 사업에 뛰어들은
순진한 여학교 교사 김달수, 선한
농사꾼이다가 꾐에 빠져 가진
것을 모두 노름에서 잃어버린
봉수, 생명보험회사에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로맨스 빠빠 김씨,
김승호는 그냥 이들 모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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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자 : 김춘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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