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은 목록을 통해 도서관의
방대한 자료에 접근하고, 그들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간다. 정태적이고
객관적인 상태로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각종
자료는 목록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비로소
도서관 이용자의 지식 체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역동적이고 주관적인 정보 소스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도서관 목록을 도서관의 정보세계를
항해하기 위한 지도이자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가장 근본적인 도구라고 말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현재의 도서관 목록이 이러한 탐색도구로서의
기능을 적절히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도서관 이용자들은 물론이고 도서관 경영자들
나아가 도서관을 연구하는 학자들까지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도서관 이용자들이 느끼는
목록의 유용성은 다른 탐색도구들에 비해 매우
낮은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도서관 학자들은 그 이유를 목록을 설계하는
데 있어 이용자들의 탐색 행위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으며,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이용자들의 변화하는 기대와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렇듯 도서관 목록의 유용성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점차 확산되어 가던 상황에서, 1998년에
IFLA에서 발표한 FRBR(Functional Requirements
for Bibliographic Records: 서지레코드의
기능상의 요건)은 목록의 유용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도서관계 안팎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이용자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서지레코드는 어떤 데이터 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용자들의 내용적, 물리적 접근을 지원하기
위해 이러한 서지데이터는 어떻게 구조화되어야
하는지 등과 같이 ‘탐색도구’로서의 유용성을
염두에 두고 근본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되짚어
보았다는 점에서 FRBR의 개발 시도는 많은
의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최근 FRBR 모델에
대한 우리 도서관계의 관심이 급속도로 고조되고
있는 현상은 지극히 당연하며 나아가 바람직한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글은 FRBR 모델에
대해 많은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우리
도서관 사서들에게 FRBR 모델의 의미와 최근
동향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다만, FRBR 모델은 실행 모델이 아니라
서지레코드의 구조를 논리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의미론적 모델이기 때문에 이를 우리
도서관계에서 어떻게 주체적으로 수용하여
적용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별도의 심층적인
논의를 필요로 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논의는 차후로 미루고, 이 글에서는
FRBR의 개념과 그 모델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만 중점을 두고자 한다.
2. FRBR의 등장 배경
주지하다시피 도서관 목록이 가지는 본질적
목적에 대한 논의를 역사적으로 주도해 온
것은 파니찌, 커터, 루베츠키 등 세 사람이었다.
먼저, 파니찌(Anthony Panizzi)는 도서관
목록의 본질적 목적은 도서관 서가에 흩어져
있는 자료들 중에서 연관성이 있는 자료를
함께 모아서 제시함으로써 이용자들이 원하는
자료를 효과적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고 주장한 최초의 도서관 학자였다.
파니찌의 이러한 생각은 이후에 커터(Charles
Cutter)에 의해 보다 명확해지고 구체화되었다.
커터는 ‘이용자들이 목록을 통해 알고자
하는 것’을 근거로 하여 목록이 추구해야
할 본질적 목적을 제시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첫째, 이용자가 알고 있는 항목으로 자료에
접근하게 하고, 둘째, 동일한 저자, 주제,
장르 등을 함께 모아서 자료를 제시하며, 셋째,
목록이 제시하는 자료 중에서 이용자가 특히
선호하는 자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20세기 벽두에 제시된 커터의
이러한 주장은 이후 도서관계에서 꾸준히 인정을
받으면서 근대적 목록 체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
반세기가 넘도록 목록 체계의 철학적 기반이
되었던 커터의 이론을 뛰어넘어 목록의 본질적
목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도서관 학자가
루베츠키(Seymour Lubetzky)였다. 1960년에
루베츠키는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 중에서
일반적으로 도서라고 불리는 ‘물리적 매체(carrier)’와
저자의 창작의 결집체인 ‘저작(intellectual
or artistic work)’의 개념은 서로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구체적으로
그는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일련의 자료는
저작, 즉 지적 창작물을 표현한 일종의 대리물이며,
도서관에서는 하나의 저작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자료나 상이한 판, 각기 다른 저자와 표제를
가진 다수의 자료(대리물)들을 소장하고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따라서 목록은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개별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저작’에 관한 모든 자료들을
모아서 보여 주어야 하며, 그 중에서 이용자가
선호하는 판이나 특정 언어로 된 특정 매체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제안하였다. 루베츠키의 이러한
생각은 이듬해인 1961년 국제목록원칙회의에
채택될 정도로 목록 체계의 재정립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렇듯 파니찌-커터-루베츠키로 이어지는
‘목록의 본질적 목적’에 대한 철학적 접근과
개념적 정의는 지난 150여 년 간 도서관 목록을
규정하고, 그에 적합한 구성 요소를 설계하고,
각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 지배적인 이념과
철학으로 작용해 왔다. 각종 목록 규칙과 형식이
이에 기초하여 제정 혹은 개정되었으며, 편목
업무의 절차와 내용이 이에 기초하여 설계되고
이행되었다. 현재의 시각에서 돌아보아도 이들의
철학과 관점에는 도서관 목록을 ‘이용자 중심’의
탐색도구로 만드는 데 있어 필요한 핵심적
요소를 거의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철학적
기반의 탄탄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도서관
목록이 탐색도구로서의 유용성과 관련하여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 까닭은 이들의
철학과 관점이 그동안의 목록 체계에 완벽하게
구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리적인 자료만을 대상으로
이용자가 이미 알고 있는 저자명이나 표제,
혹은 주제명으로 검색하게끔 하는 기존의 제한적인
목록 기능에서 벗어나, 저작을 중심으로 관련
자료들을 연결하는 기능을 현재의 목록 체계에
추가하는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다시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1990년 8월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IFLA
회의에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는데,
회의에 참석한 목록 전문가들은 목록의 목적과
기능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였다. 1961년의 국제목록원칙회의에서
목록의 목적을 논의한 지 이미 30년이 경과하였고,
특히 자동화 시스템의 도입, 정보 매체의 다양화,
그리고 기술적 진보에 따른 이용자 요구의
변화 등과 같은 도서관 내외적 환경의 변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목록을
비롯한 서지레코드의 목적과 기능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견해가 압도적으로
표출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IFLA가 주관하는 일련의 회의에서 학계의 연구자들을
비롯한 실무자들이 모여서 지속적인 논의와
검토를 거쳐 1997년에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바로 ‘서지레코드의 기능상의
요건’인 FRBR이었다.
3. FRBR 모델의 개발
FRBR에서는 이용자들이 서지레코드를 탐색하고
이용할 때 수행하는 일반적인 과업을 분석하여,
서지레코드가 제공해야 할 네 가지 핵심 기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첫째, 이용자가 진술한
탐색 기준에 맞는 모든 자료를 탐색할 수 있어야
하고(to find), 둘째, 레코드에 기술된 내용을
통해 이용자가 찾는 개체가 맞는지를 식별할
수 있어야 하고(to identify), 셋째, 그 중에서
이용자의 요구에 맞는 개체를 선정할 수 있어야
하며(to select), 마지막으로 원하는 개체를
획득하거나 온라인 접속을 통해 전자적으로
원하는 자료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to obtain
or to access).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FRBR에서는 과거에는
실제로 구현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던
‘저작을 중심으로 관련 자료를 서지적으로
연결하고 집중하는 기능’에 대한 추구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기존의 평면적인
구조를 탈피하여 입체적으로 연결된 통합 구조를
갖는 서지레코드를 구현하기 위한 FRBR 모델의
개발로 이어졌다.
모델의 개발에 있어, FRBR 연구진들은 이용자들이
정보를 찾고자 할 때 일차적으로 원하는 것은
특정 매체나 특정 출판사에서 발행한 물리적인
형식(physical format)이 아니라 개괄적인
내용(abstract content)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가령, “햄릿”이라는 자료를 찾는 사람은
표제가 언어나 특정 판과 상관없이 “햄릿”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저작을 찾고
있으며, 원전과 이에 대한 번역본, 개정판,
요약판, 비평서 등과 같은 내용적 변이나 인쇄
자료, PDF, Tiff, html, 마이크로필름 등과
같이 특정 매체에 구현된 것들 중에서 본인이
보다 선호하는 자료를 선택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경향이 짙다는 행태적 특성에 주목하였다.
나아가, “햄릿”이라는 작품을 쓴 작가의
다른 작품이나 “햄릿”을 번역하거나 제작한
사람이나 단체의 다른 작품, 그리고 이와 유사한
주제를 가진 또 다른 작품 등에 대해서도 알기를
원한다는 점에도 주목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FRBR 모델은 개체-관계 모델을 기반으로
기존의 평면적인 서지구조를 다양한 개체(entity)와
속성(attribute), 관계(relationship)를 통해
입체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이용자들이 원하는
자료를 논리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개념적
모델을 제시하였다.
FRBR 모델에서는 먼저, <개체>를
3개의 군으로 구분하였다. 저작(work)과 표현형(expression),
구현형(manifestation), 개별 자료(item)로
정의된 ‘제 1집단’과1), 이러한 산물의 지적,
예술적 책임을 지거나 혹은 물리적 제작, 배포,
관리의 책임을 지닌 개인(person)과 단체(corporate
body)로 구성된 ‘제 2집단’, 그리고 주제에
해당하는 개념(concept)과 대상(object), 사건(event),
장소(place)와 같은 부차적 개체로 구성된
‘제 3집단’이 그것이다.
다음으로, 이용자들이 이들 개체에 관한
정보를 탐색하거나 탐색의 결과를 해석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이들 개체들 모두는 개개의
고유한 <속성>을 가지도록 하였다. 속성은
제 1집단의 경우는 전통적으로 서지레코드에
수록된 정보를, 제 2집단과 제 3집단의 경우에는
서지레코드에서 접근점으로 표현되거나 전거레코드에
반영된 정보를 활용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제 1집단에 속하는 개체 간, 제 1집단과 제
2집단의 개체 간, 제 1집단과 제 3집단의 개체
간의 주요 <관계>를 표현함으로써 자료들
간의 서지관계를 적절히 반영하도록 구조화하였다(<그림
3> 참조).
이러한 구조에 따르면, FRBR 모델의 제
1집단 각 개체들은 창작, 제작, 실현, 소유하는
관계에 의해 제 2집단과 연결되어 있으며,
개념, 대상, 사건, 장소와 같은 주제 속성에
의해 제 3집단과도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햄릿”이라는 저작에 접근하고자 하는 이용자는
‘표현형’에 의해 저작의 다양한 표현 형식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하나하나의 표현형은
다시 특정 도서나 연속간행물, 녹음 자료,
필름 등과 같은 물리적인 매체에 실제로 구현되어
있는 여러 ‘구현형’으로 나누어지므로 이들
가운데 원하는 특정 자료를 선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책임 관계에 따라 저작을 창작하거나
표현형을 실현하거나 구현형을 제작하거나,
개별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의
또 다른 저작에 접근할 수 있고, 주제 관계에
따라 이 저작과 관련 있는 다른 저작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 이처럼 FRBR 모델은 ‘서지적
관계’(bibliographic relationship)를 이용하여
하나의 저작 아래에 관련 자료들을 집중함으로써
이용자들로 하여금 원하는 자료를 포괄적으로
탐색할 수 있게 하고, 나아가 편목 작업자들로
하여금 상위 개체에 속한 데이터를 하위 개체에
그대로 이어받도록 함으로써 편목 비용 및
편목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4. FRBR 모델과 관련된 최근의 동향
FRBR 모델이 모습을 드러낸 이후 각국의
도서관들은 이 모델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제요소를 도출하여 그들의 목록 규칙에 반영하거나,
기존의 MARC 레코드를 FRBR 모델로 변환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자 시도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ISBD review group에서는
FRBR 최종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ISBD의 내용이
FRBR 모델에 상응하도록 전면적인 검토를 시작하였으며,
영미목록규칙 개정위원회(JSC)에서는 FRBR의
개념을 반영한 새로운 목록규칙인 RDA(Resource
Description and Access)를 2009년 초반에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OCLC에서는 WorldCat의
MARC 레코드를 FRBR 모델로 재편하기 위한
목적에서 저작을 중심으로 각 개체를 자동
변환하기 위한 알고리즘(Work-Set algorithm)을
개발하였으며, LC에서는 서지레코드의 내용을
이용자들이 보다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도록
FRBR 모델의 각 개체에 따라 배열하기 위한
‘FRBR display tool’을 개발하였다. 또한,
아직 초기 개발 단계이기는 하지만 도서관
상용시스템 개발 벤더들은 FRBR 모델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편목 시스템을 출시하기도
하였다. 미국 VTLS사의 Virtua 시스템과, 덴마크
Portia사의 VisualCat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한편, 주요 서지 유틸리티와 각국의 중앙도서관에서는
FRBR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탐색도구를
만들어서 하나 둘씩 선을 보이고 있는데, 호주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호주국립도서관과 호주의
8개 대학도서관이 공동으로 개발한 AustLit
Gateway, WorldCat에 수록된 소설 작품을 대상으로
OCLC에서 개발한 FictionFinder, 학부생들의
OPAC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RLG에서 만든 RedLightGreen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그리스ㆍ로마 자료를 비롯한 인문학
자료의 통합 검색을 지원하는 Perseus Digital
Library, 인디애나 대학의 Variation2, 미국
로체스터대학에서 영화와 음악 자료를 대상으로
만든 Voyager 목록, 노르웨이 국립도서관에서
개발한 Paradigma 등이 있다. 이처럼 최근에는
FRBR 보고서의 ‘개념 모델’을 실제 서지
세계에 적용하여 ‘실행 모델’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FRBR 모델의 실행과 관련하여 적지
않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가령, FRBR 모델은 하나의 저작이 다양한 표현형이나
구현형으로 구분되며, 그러한 개체들 간의
계층적인 구조를 통해서 이용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자료를 손쉽게 찾아갈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하나의 저작이 다수의 표현형이나
구현형을 가지지 않는다면, 이 모델의 실행은
오히려 현재의 서지구조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2003년 OCLC의
조사에 의하면, OCLC의 Worldcat을 구성하는
4천 7백만 서지레코드 중에서 저작으로 구분될
수 있는 서지레코드는 3천 2백만 레코드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 통계는 하나의 저작이
평균 1.5개의 구현형을 가지게 됨을 의미한다.
이 조사 결과는 또한, 불과 1%에 불과한 47만
서지레코드만이 7개 이상의 구현형을 가지며,
이 중에서 3만 개의 서지레코드만이 20개 이상의
구현형을 가진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OCLC와 같은 대규모 서지 DB 보유
기관에서조차 서지 DB를 구성하는 자료 중에서
극히 일부의 자료들만이 FRBR 모델의 적용으로
인해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FRBR 모델은 특히
서지적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자료들,
그리하여 FRBR 모델의 실행으로 이득을 얻게
되는 자료들(문학 작품이나 음악 작품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되고 있다)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실행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처럼 서지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일련의 자료들이 FRBR 모델에서
제시하고 있는 개체와 각 개체들 간의 관계로
재구조화될 때, 이용자들은 원하는 정보에
비로소 ‘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 150여 년의 역사 속에서
그토록 갈망하였던 ‘관련 자료를 한자리에
집중하고자 했던 목록의 전통적 기능’은 FRBR
모델의 개발을 통해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5. 나오며
FRBR 모델은 이용자들이 서지레코드를 통해
원하는 정보에 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보다 효율적인 경로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로
인해, 모델이 발표된 이후 목록 전문가들로부터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나 현 단계 FRBR 모델을 실제 서지
세계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세부적이고
지속적인 논의를 필요로 하고 있다. FRBR 모델은
데이터를 기술하고 레코드를 구조화하기 위한
표준이 아니라 개념적인 수준에서 제안된 하나의
참조 모델이며, 모델 자체만을 놓고 볼 때
아직까지 해석하고 적용하는 데 있어서 혼돈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FRBR 모델이 기반하고 있는 논리적
프레임과 실제 도서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편목 업무의 철학과 방식 사이에는 다양한
괴리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며, 따라서 특정
국가에서 이 모델의 수용과 실행을 고려한다면,
해당 국가의 문화적 환경과 서지적 전통의
기초 위에서 준비하고 논의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닌 것이다.
이제 우리도 단계별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FRBR 모델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FRBR 모델
자체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와, 이를 우리 도서관
현실에 적용하고자 할 때 나타날 수 있는 각종
현안에 대한 검토가 지금부터라도 적절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
* 이 글은 필자의 글 “한국의 도서관 환경에서
FRBR 모델의 의미”(한국도서관ㆍ정보학회지
제38권 2호(2007. 6), pp.223-244)에 수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임. 1) FRBR 모델에서는 ‘저작’을 독창성을
지닌 지적ㆍ예술적 창작물로, ‘표현형’을
저작을 지적ㆍ예술적으로 실현한 것으로,
‘구현형’은 표현형을 물리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그리고 ‘개별 자료’는 구현형의
하나의 사례로 정의하고 있다. 가령, 앞서
예를 든 “햄릿”을 사례로 볼 때, “햄릿”
그 자체는 추상적인 개념이면서 하나의 독창적인
스토리인 ‘저작’을 의미한다. 이 저작은
문자로 표기한 텍스트나 영상, 이미지, 음성,
동작 등으로 표현될 수 있으며(‘표현형’),
이러한 표현형은 도서, 잡지, 지도, 녹음 자료,
동영상 자료, PDF, HTML 등과 같은 물리적인
매체에 구현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도서관에
소장된 자료는 이러한 하나의 구현형에 대한
하나의 사례, 즉 개별 자료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저작’을 중심으로 계층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FRBR 모델의 제 1집단 개체들은
서지적 관계를 지닌 자료들을 집중하는 데
유용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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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지현ㆍ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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