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 제기
지식정보사회에서 세계 각국은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지식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행정부는
다양하고 구체화된 행정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전문화된 각종 정책 및 핵심 정책들을 입안하고
수립하여 정책을 시행하게 되었다. 이러한
정책이 체계적으로 수립되고 집행되기 위해서는
계획 수립 단계에서 철저한 사전 조사와 정확한
정보 및 지식을 토대로 하여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따라서 정책 수립 및 집행의
주체인 행정부의 대다수 정부 중앙 부처는
정책의 효율적 수립과 정책 결정 과정에 도움이
되는 기초자료 조사, 연구 및 정보 서비스를
지원받기 위하여 소속 자료실(이하 행정자료실)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다양하고 세분화된 정책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보와
지식에 근거한 정책 수립이 필수적이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행정자료실의 역할은 갈수록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행정자료실의 기능과
역할의 중요성에 비해 전반적으로 행정자료실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행정자료실의 운영은 과거에는 전문
인력에 의존하기보다는 주로 부처 내 유휴
인력을 배치하는 양상으로 운영되어 왔다.
따라서 고도의 전문적인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었고, 비전문적 인력에 의한 운영은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행정자료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에 걸쳐 문헌정보학(구 도서관학)을
전공한 인력이 양산됨으로써 정부의 행정자료실에서도
최근에는 전문 인력을 채용하여 비교적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 행정자료실의
역할과 존립 필요성 등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 도서관이 전문적 영역이며
전문 인력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현실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자료실의 존립
근거가 확고히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공공기관의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이하
기록물관리법이라 함) 제정(1999.1.29)과 법
시행(2000)으로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 등
국가 기관과 광역자치단체에 기록 자료의 수집,
보존, 활용을 전담하는 별도의 전문 관리 기관이
설치되는 등 체계적인 기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1)
기록물관리법은 기록 관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기록 관리 전문요원의
배치를 의무화하고 있고2) 국가기록원은 2005년
8월 기록연구사 49명을 선발, 중앙인사위원회
등 49개 중앙행정기관에 배치했다. 기록연구사는
정부 각 부처에서 생산되는 기록물(행정 발간물
포함)을 전담 관리할 전문요원으로, 기록연구사의
각 부처 배치를 계기로 기존의 사무관리 규정에
의해 존속되어 오던 정부 부처 행정자료실과
기록관 간의 업무 중복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기록관이 행정자료실의 업무 범위를
상당 부분 잠식함으로써 행정자료실 및 행정자료실
사서의 존립 근거를 위협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정부 행정자료실의 역할
및 존립 근거를 위협하는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도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가까운 장래에 행정자료실은 기록관에 흡수되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특히
행정부의 속성상 행정부가 생산하는 모든 기록을
법적으로 귀속하는 법인 기록물관리법의 영향이
도서관법의 영향력보다 우선되기 때문에, 기록물관리법에
명백한 근거를 두고 있는 기록연구사의 입지가
도서관법과 기록관리법의 경계에 모호하게
자리한 행정 부처 소속 사서들의 입지에 비해
훨씬 더 확고한 제도적 기반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고는 최근 두 가지
업무를 총괄하는 단일팀을 신설, 상호 협력하여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통일부의 사례
분석을 통해, 정부 행정자료실과 기록관과의
협력을 통한 상호 윈윈 전략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물론 통일부 북한자료센터는 순수한
행정자료실이라기보다 독립된 성격의 전문도서관적
요소가 많아 다른 기관에 일반화된 사례로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나, 현 시점에서
행정자료실과 기록관과의 새로운 협력 사례로
검토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2. 정부 행정자료실과 통일부
북한자료센터
정부 행정자료실이란 행정부
각부에 소속되어 도서 및 정보 자료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로서 해당 기관의 특성에 따른
전문적인 자료를 축적, 서비스하므로 관종별
구분으로 보면 전문도서관의 범주에 속해 있으며,
해당 기관의 소속 직원과 공중에게 전문 분야에
관한 정보 자료를 수집, 축적, 관리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통일부는 1988년 7ㆍ7선언에
따른 북방정책의 일환으로 북한 실상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북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1989년 5월 22일 북한자료센터를
설립, 일반 시민들의 자료 이용 편의를 돕기
위해 광화문 우체국 6층에 개관하여 현재까지
18년 동안 북한ㆍ통일 관련 전문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행정자료실이
1명 또는 2~3명의 소수 담당자가 운영하는
‘One-person Library’의 형태로 비교적 소규모인데
반해, 북한자료센터는 기존의 통일부 소속
자료실의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행정 간행물
이외에도 북한 및 국내외에서 발행된 북한
및 통일 관련 자료를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전문도서관이다. 또한 대부분의 행정자료실
이용자 집단은 주로 소속 기관의 직원인 내부
이용자가 주 대상이며 외부 이용자는 극히
적은 편이나, 북한자료센터는 소속 직원뿐만
아니라 일반 공중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북한자료센터에서는 북한
자료의 공개 정책, 북한 및 통일문제에 대한
연구 활동 지원, 북한 및 통일 관련 정보 자료
전산화, 북한 반입 자료 심의와 같은 전문적
서비스뿐만 아니라 북한 영화 상영, 북한 실상
설명회 운영 등 공공도서관적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장서량도 일반 행정자료실의
규모를 훨씬 상회, 2007년 8월 현재 총 9만여
건의 북한ㆍ통일 관련 자료를 소장하고 있으며,
일반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정보 자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사 개최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기록관과의
역할 설정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는
자체 발간물(행정 간행물)도 창립 이후(1969.3)
현재까지 발간물 전량을 축적, 관리하고 있으며
북한 영화 상영, 북한 실상 설명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자 노력함으로써 북한 실상에 대한
이해를 제고, 통일 기반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3. 통일부 기록관
통일부 기록관은 기록물관리법에
따른 특수 기록관으로 2005년 기록연구사가
배치되기 전까지 기록관이라기보다는 문서를
쌓아둔 창고, 문서고 수준에도 못 미칠 만큼
문서 관리를 위한 기본 시설조차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1996년 남북문제와
관련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주요 문서 및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존할 필요성이 통일부 내부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었고, 정부는 1996년 사무관리
규정을 개정하여 통일부가 통일 문서를 수집하고
보존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1996년 12월 18일
정부조직법에 의한 직제 조정에 의하여 당시
통일원 정보분석실에 조사관리과가 신설되었고,
‘통일 문서의 수집과 관리’에 관한 업무가
분장되어 본격적으로 업무가 시작된 것은 1997년
1월부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1998년 3월
통일부 직제 개정3)에 의해 조사관리과가 폐지됨으로써
통일 사료 수집 및 관리 업무는 2007년 2월
28일 통일사료관리팀이 신설되기까지 사실상
중단된 채 유지되어 왔다.
북한자료센터와 기록관의
업무가 단일한 팀에서 관리되기 전까지 북한자료센터와
기록관은 별도의 이질적인 부서에서 소관하고
있었다. 북한자료센터는 정보분석본부 정보자료팀
소관이었고, 기록관은 행정지원팀(구 총무과)
소관이었다.
두 개의 조직은 2005년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공개 기록물 목록의 일부가
그대로 외부에 공개됨에 따라 기록물 관리
체제의 문제점이 노정되면서 소관 부서의 이관
문제가 전면 거론되어, 2006년 기록관 업무와
정보 공개 업무가 행정지원팀으로부터 북한자료센터로
이관되면서 통합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
후 2007년 2월 28일 직제 개정을 통하여 통일
사료 관리 업무를 전담할 통일사료관리팀을
신설하였다. 정원 8명(북한자료센터 3명 포함)으로
구성된 통일사료관리팀의 신설로 북한자료센터와
기록관이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인적ㆍ물적
기반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통일사료관리팀은 분산되어
관리하던 사료, 기록, 도서관 업무를 총괄
관리하도록 하고, 남북관계 통계 관리 등 신설
업무를 추가하여 장관 직속의 별도 팀으로
구성ㆍ운영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팀 신설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기록연구사
배치 이후 업무 영역의 불명확 등으로 정부
행정자료실과 기록관 간의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는 타 부처들과 달리 단일팀으로 업무가
통일되고, 팀장(사서직)을 구심점으로 행정자료실과
기록관 간에 상생의 기반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이제까지 기록 관리 분야는
기록물의 활용 측면보다는 보존 가치가 있는
자료를 수집ㆍ발굴하여 보존하는 업무에 중점을
두어 왔으나, 최근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2007.4.27개정)이 제정되면서 체계적
보존뿐만 아니라 기록물의 활용 등으로 관심이
확대됨에 따라 전통적으로 자료의 활용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어 온 행정자료실과의 관계
설정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행정자료실의 설치 근거가
되고 있는 (구)사무관리 규정에 의해 설치,
운영하고 있는 행정자료실을 그대로 운영해야
하는지, 기록물관리법에 의한 기록관을 설치ㆍ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소관 부처의 이해관계와
관련 전문 인력 집단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어 명확한 해답이 제시되기가 쉽지
않다.
정부 부처에서 소속 행정자료실은
장기간 존속해 온 반면, 기록관의 설치는 2005년
기록연구사의 배치를 기점으로 새로운 역할
및 기능의 재정립 단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두 기관은 새로운 정보 요구 환경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각각의 업무 영역을 구분
짓기 위한 긴장과 갈등을 지속하기보다는 상생을
위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긴밀하게 협조해
나가야 한다. 고유성과 공통성을 잘 살려 공통되는
부분은 적절히 역할 분담을 하고 고유 업무
부분은 독자적으로 개발, 발전시켜 나가고
제3의 영역(그레이 에어리어)을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할 것이다.
현대는 컨버전스(convergence)가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가 도서관,
박물관, 기록관 등이 통합ㆍ협력하는 경향이며,
도서관과 기록관도 컨버전스의 흐름을 역행하여
각자의 영역을 고집할 상황은 아니다.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는 통합 관리 운영이 요구되고
있고, 이들 기관을 통합 운영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자료와 기록은 근본적으로
상호 중첩되는 영역이 많으므로 현재 드러나고
있는 문제들이 완벽하게 해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따라서 도서관과 기록관의 업무
구분, 즉 조직에서 사서와 기록연구사의 업무
분장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면, 정부간행물의
경우 소속 기관 행정자료실에 당연히 비치해야
함은 물론, 기록관에서도 정부간행물이 기록물
수집 범위에 해당되고 법적 의무조항이므로
똑같은 자료를 수집, 관리하고자 한다. 따라서
생산 부서에서는 자료실과 기록관에 이중으로
납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대다수의
구성원이 자료실과 기록관을 유사한 기능을
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어 동일한 자료를
두 곳에 각각 납본하는 것을 번거롭게 여겨
양쪽 모두 납본을 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양측이 상호 협력 체제를 구축하여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두 기관 모두 고객(수요자)으로부터 외면 받게
되어 공멸을 자초하게 될지도 모른다.
전반적인 흐름은 받아들이되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여 실천해
나감으로써 그 존재 가치를 높임은 물론, 더욱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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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궁 황. 1999. 도서관과
기록보존소의 업무에 관한 비교분석. 한국비블리아
제10집. p.118 2) 법 제41조 (기록물관리
전문요원) ①기록물의
체계적ㆍ전문적인 관리를 위하여 기록물 관리기관에는
기록물 관리 전문요원을 배치하여야 한다. ②기록물
관리 전문요원의 자격 및 배치인원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국회규칙ㆍ대법원규칙ㆍ헌법재판소규칙ㆍ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및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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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분희ㆍ통일부 통일사료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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