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ㅣ 도서관 서비스의 세계화  

 

            ■ 글|기노 슈조ㆍ木野修造, 기노 건축설계사무소 대표   
            ■ 번역|조재순ㆍ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정보관 도서관팀장

최근 우리 사회는 급속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에 고령자를 위한 도서관 서비스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자 일본도서관협회가 발간하는 「現代の圖書館(Vol.44, No.3)」에 수록된 <特集:高齡者と圖書館>을 번역하여 게재한다.(편집자 주)

 高齡者と圖書館 (5월)
高齡者の圖書館利用と讀書活動をめぐる問題 (7,8월 합본)

英米の高齡者 サ-ビスガイドラインに見る高齡者觀 (6월)
利用者高齡化への空間的配慮 (9월)


도서관의 유니버설 디자인

  도서관을 체험하지 못한 고령자가 도서관에 매력을 느껴 찾아오게 만드는 과제는 도서관이 전 존재를 걸고 추구해야 할 사업이다. 그러나 그 과제에 공간이 관련되는 정도는 매우 낮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대상을 한정시켜, 고령화되고 있는 도서관 이용자를 위한 공간 배려에 대하여 고찰해 보고자 한다.

  공간 창조의 현장에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 이것은 장벽 제거를 염두에 둔 “배리어 프리 디자인(Barrier Free Design)”을 보다 일반화시켜, 특별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특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으로 미국의 론 메이스(Ron Mace, 1941~1998) 등에 의하여 제창되었다. 휠체어를 상용하는 장애인이었던 디자이너 메이스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유니버설 디자인센터를 거점으로 연구를 진행하여, 다음과 같은 유니버설 디자인의 7원칙이라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1) 공정한 사용성
  (2) 사용에 있어서의 융통성
  (3) 단순하고 직관적인 사용성
  (4) 인지 가능한 정보
  (5) 오류에 대한 내성
  (6) 최소한의 신체적 노력
  (7) 사용에 적합한 크기와 공간

 (역주: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유니버설 디자인센터 홈페이지에 게재된 한국어판을 사용함.
           http://www.design.ncsu.edu/cud/about_ud/docs/Korean.pdf)

  이 7원칙은 사용하는 사람을 선별하지 않고 모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으로, 필자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획득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에는 당연히 고령자도 포함된다. 그러나 여기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퇴화되고 있는 신체적 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공간적 대처법을 추출하여 제시하기로 한다.

  고령화되고 있는 도서관 이용자, 그것은 곧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따라서 본고는 필자 자신이 바라는 도서관 공간상(像)을 제시하는 것이며 필자 스스로의 체험담이다. 그리고 그것은 머지않아 독자 여러분에게도 찾아올 세계이다. 그날에 대비하여 “연령 증가와 도서관 공간”이라는 문제를 자기와 직접 관계되는 문제로 인식하고 깊이 이해해 주기 바란다.

  도서관을 반복해서 이용하는 사람은 고령화로 인해 신체적으로는 마이너스 면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도서관 이용의 성숙도를 높여 주는 플러스 면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노인의 잠꼬대 같은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필자도 “자학자습 자기 책임의 도서관 이용”을 모토로 보다 차원 높은 도서관 라이프를 추구할 생각이다.

 

운동 능력 노화에 대한 대책

  허리와 다리가 약화되면 1㎞ 전후의 보행권 감소를 초래하며 도서관 접근이 어려워진다. 그러나 지난날과 같이 ‘우체통 수만큼 도서관을’이라는 슬로건을 다시금 내세워 고령자 주변에 많은 도서관을 세우기는 어렵다. 재정난 문제도 있지만 보다 본질적으로는 고령화되어도 지적 탐구심은 결코 줄지 않으며, 따라서 고령의 도서관 이용자는 보존형 도서관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규모 장서를 소장하고 있는 대형 도서관을 계속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도서관 접근 문제는 고령자의 이동성(mobility)을 높여 모든 사회적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속에서 생각되어야 할 것이다. 그 예로 커뮤니티 버스나 에스코트 서비스 등을 들 수 있다.

  드디어 도서관에 도착했다. 다음은 개가(開架) 자료실로의 접근이다. 이용자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층, 도로면에서 직접 평면 층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1층에 개가식 자료실이 있다면 별 문제는 없다. 고령자는 휠체어 이용자나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엄마들처럼 즉시 각자의 관내 활동으로 이행할 수 있다.

  이치카와시(市川市) 중앙도서관 등과 같이 일반 도서부터 참고자료까지 일련의 방식으로 배가하는 원룸식 개가식 자료실을 1층에 설치한 도서관은 고령화 대응 도서관이기도 하다.

  한편, 개가식 자료실의 대규모화와 다른 시설과의 복합 또는 병설되는 도서관이 증가함에 따라 개가식 자료실을 입구 층에서 분리하는 도서관이 늘어난 것도 최근의 두드러진 경향이다.  

  출입구나 로비 등은 입구 층에만 필요하다. 복합 시설의 경우에는 각 병설 시설로 연결되는 여유 있는 동선 처리 공간이나 넓은 공용 로비 공간이 입구 층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면 유감스럽게도 입구 층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부지에 건축 면적의 여유가 없으면 대규모화 된 개가식 자료실은 보다 넓은 면적을 필요로 하여 다른 층으로 옮겨 가게 된다.

  고층에 있는 개가식 자료실로의 접근은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등 운반 기기를 이용하면 된다. 문제는 개가식 자료실이 입구 층의 바로 위층 혹은 바로 아래층일 경우이다. 보통의 경우에는 휠체어나 유모차를 위한 엘리베이터와 함께 유혹하는 듯 매력적인 계단 설치로 충분하지만 고령자에게는 오히려 이것이 장애가 된다. 오랜 습관으로, 한 층을 이동하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엘리베이터는 이용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점점 쇠약해지는 다리로는 계단, 특히 하행 계단은 힘들다. 고령자를 위해서는 입구 층의 바로 위와 바로 밑에 개가식 자료실이 있더라도 승강이 가능한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주었으면 한다. 최근 들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이용자 수를 보더라도 이것은 쓸데없는 투자는 아닐 것이다.

  고층에 개가식 자료실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 가장 큰문제는 재해 시의 피난이다. 접근과는 반대로, 입구 층의 바로 위나 아래층에 개가식 자료실이 있다면 자기 힘으로 혹은 도움을 받아 피난하기는 쉽다. 그러나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고령자 등 신체적 약자는 앞을 다투는 무리들에 치여 피난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따라서 허리와 다리가 약한 이용자를 위하여 비상용 엘리베이터 승강 로비와 같이 엄중하게 구획된 장소를 마련하여, 구조대의 도착을 기다릴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다리를 들어올릴 수 있는 힘이 저하되는 고령자에게 있어서 높낮이가 다른 바닥은 금물이다. 높낮이가 다른 바닥이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하나, 최근에는 배리어 프리 디자인 의식의 침투나 하트빌 법 등 법제적 강제에 의하여 도서관 바닥의 높낮이가 확연히 다른 곳은 매우 드물다.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에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높낮이 장애는 아직 남아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높은 다다미(역주 : 방에 까는 일본식 돗자리. 우리나라가 온돌식 방이라면 일본은 다다미방으로 대표됨) 코너이다. 이 코너는 다다미에 익숙한 고령자에게 적합한 독서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 표면상의 존재 이유인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고령자가 도서관에서 다다미 코너를 이용하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다. 높은 다다미나 구두를 신고 벗는 번거로움이 장애가 된 것만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고령화와 더불어 다다미와의 거리가 멀어진 것을 필자 스스로도 실감하고 있다. 사실 다다미 코너를 이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몸이 유연한 젊은 층으로 그들 특유의 자유로운 자세로 이용하고 있다. 다다미 코너 이용을 권장하는, ‘고령자에게는 다다미’라는 단편적인 발상은 훨씬 이전부터 재검토했어야 한다.

  일본의 독특한 시각장애인 유도블록 요철(凹凸)은 다리를 들어올리기 힘든 고령자에게는 걸림돌이 된다. 낮다고 해도 높낮이가 있는 것이다. 카펫이나 목재 마감재의 발에 닿는 촉감의 차이에 따라 방향을 지시하는 등 유도 지시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는 없을까?

  개가식 자료실에는 서가 등 가구가 많으므로 고령자가 쓰러지면 생각지도 못한 사고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넘어질 것에 대비하여 딱딱한 마감재를 피하고 충격 흡수성이 뛰어난 부드러운 바닥으로 만들면 발밑의 안정성이 나빠지므로 보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휠체어나 북 카트 등의 주행성이 나빠진다.

  넘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잘 미끄러지지 않고 잘 걸려 넘어지지 않는 바닥을 만들 필요가 있다. 미끄러움 방지는 지팡이 등을 사용하여 힘이 바닥에 비스듬히 걸리는 경우에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잘 미끄러지지 않는 바닥은 다리를 들어올리는 힘이 저하된 고령자의 신발에 마찰 저항을 주기 때문에 걷기에 지장을 주며 때로는 넘어지게 하는 계기를 만든다. 그래서 상식적이기는 하지만 역시 일반적인 카펫이 무난하다.

  앞으로도 자료의 주류는 부피가 큰 인쇄 형태의 자료가 될 것이다. 이용자는 개가된 모든 자료를 필요로 하지는 않으며, 자기가 관심을 갖고 있는 극히 한정된 분야의 책만을 찾는다. 자료는 자기만 이용하고 싶다. 이 세 가지 명제를 고려하여 최대 다수의 이용자에게 만족을 주는 방안을 생각하면 직원이 출납에 관여하지 않는 개가 자료 수를 늘리는 것으로 귀착하게 된다. 즉 개가의 대규모화이다.

  서가 배치법을 검토하여 고령자의 개가식 자료실 내의 이동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 개가식 자료실에 들어선 순간, 서가 배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면 이용자는 최단 경로를 이용하여 자기가 찾는 서가에 접근할 수 있다. 이동량을 낮추고 감소시키는 전제 조건은 이해하기 쉬운 서가 구성 및 배치이다.

  유럽의 전통적인 배치법은 열람석 주위를 빙 둘러싸는 벽 부착형 서가이다. 아마도 이것은 검색 방법이 발달하지 못하고 자료를 눈으로 확인하던 도서실 형식이 시대와 더불어 대규모화된 것일 것이다. 소장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자료의 책등 표지를 순서대로 따라감으로써 누구나 반드시 원하는 자료에 도달할 수 있는 뛰어난 서가 배치법이다.

  단위 면적 당 수용할 수 있는 자료 책 수가 적은 이 배치법의 결점은 일반적으로 유럽의 국립도서관 등 대규모 도서관에서 다층 갤러리를 도입함으로써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자료를 찾을 때 이용자 동선이 길어지는 문제는 일렬 배열로 도달한다는 알기 쉬운 배가법과 표리 관계에 있으며 그리 간단히 해결할 수만은 없는 문제이다.

  이용자 동선을 단축시키고 유니버설 디자인에 적합한 개가식 자료실의 서가 배치법은 역시 일본의 도서관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개가식 자료실의 내부에 서가를 배열하는 중치형(中置型)이다. 이 배치법에 벽 부착형 서가의 일렬 배열 원칙을 적용하면 가능한 한 연수(連數)를 늘린 서가를 사용하는 것이다. 종래의 도서관 건축 교과서에는 서가를 몇 연(連)씩 나누고 서가 사이에 통로를 두어 이용자의 보행거리를 짧게 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많다. 분명 서가의 연을 많이 나누면 서가 상황을 숙지하고 있는 직원은 소정의 서가에 빨리 도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보통의 이용자는 연(連)을 나누는 통로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 뒤로 돌아가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일렬 배열 연속형 서가에는 경로 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원하는 자료까지의 도달을 용이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보행거리를 단축시킨다.

  연수가 적은 서가를 많이 배열하여 이용자와 자료의 생각지 못한 만남을 기대하는 듯한 배치법도 등장하고 있다. 많은 이용자는 자기가 볼 자료를 미리 결정하지 않고 도서관에 온다는 조사 결과도 있으므로 이 배치는 일면 수긍되는 점도 있다. 그러나 특정 자료를 찾는 이용자는 필요한 자료를 찾기가 어렵고 자료를 찾으러 돌아다니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이것은 적어도 보행에 어려움을 갖는 고령자를 배려한 서가 배치는 아니다.

  연수가 많은 서가를 개가식 자료실 평면형의 짧은 변(단변)에 평행으로 배열한다. 이렇게 조치함으로써 배가 상황을 알기 쉽고 이용자 동선이 짧은 개가식 자료실을 만들 수 있다. 단변 평행 배치는 약 50년 전의 폐가 서고 출납 동선 거리를 단축시키고자 한 연구 성과를 개가식 자료실에 준용한 것이다. 최근 이와 같은 방식으로 서가를 배치한 장방형 평면의 도서관이 증가하는 경향은 이 이론의 정당성을 증명해 준다고 할 수 있다.

  개가식 자료실의 대규모화는 서가와 카운터 사이의 확대를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서가에서 자료를 찾고 있을 때 생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참고봉사 카운터까지 상당한 보행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종래의 발상을 전환하여, 하나의 중앙 카운터가 아니라 분산하여 서비스를 제공했으면 한다. 즉, 대량으로 배가된 자료의 요소요소에 1인용 카운터를 배치하여 근무하는 직원이 그 주변 자료에 관한 참고봉사와 자료 수속을 처리하는 것이다. 직원이 가까이에 있으면 관내 질서도 자연스럽게 유지된다.

  직원이 자기 담당 공간을 원맨 컨트롤하는 방식의 원형은 기업의 자료실에서 볼 수 있다. 그처럼 소영역의 집적에 의하여 개가식 자료실을 구성하는 것이 서비스의 분산 처리이다.

  참고봉사를 포함한 서비스의 분산 처리는 참고봉사의 전문성을 손상시키는 것으로 질타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오히려 앞으로는 도서관에서 누구나 참고봉사를 담당할 수 있는 직원 체제가 될 것을 기대한다. 이미 그 수준에 도달한 도서관도 많다.

  직원 수 면에서 분산 처리에 난색을 표하는 움직임도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의 카운터를 분할하는 정도의 서비스 포인트 수라면 특단의 증원 요인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현대의 도서관 카운터에 대한 생각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카운터는 사무 공간의 연장이 아니라 개가식 자료실의 주요한 구성원으로서 그 일각을 점유하게 되어 있다. 자료실의 업무를 적극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 그들은 직원 측이 아닌 이용자 측 입장에 설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보다 더 이용자와 자료에 가까운 카운터의 분산 배치는 자료실 업무의 중시라는 자세와도 부합하는 것이다.

  자동대출기에 의한 셀프서비스의 정착으로 가까운 미래에 카운터에서의 대출ㆍ반납 처리 업무는 없어질 것이다. 또한 RFID 태그 기술의 발전에 의하여 이용자가 자료와 이용증을 가지고 출입 게이트를 통과하면 대출ㆍ반납 수속이 완료되는 처리 과정도 조만간에 실현된다. 그렇게 되면 카운터는 어떻게 될 것인가? 참고봉사의 진전도 있겠지만 필자는 오히려 각종 상담 업무가 일상적인 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분산 배치된 카운터는 도서관 이용 컨설턴트나 지도원(instructor)의 대기 또는 집합 장소가 되며, 직원은 그 곳에서 열람석을 두루 살펴보고 관내 질서를 유지하며 동시에 정보, 자료 및 기기의 취급법을 이용자에게 알려 준다. 서비스와 기기의 최신 사정에 밝지 못한 고령자에게도 반가운, 서비스의 분산 처리이다.

  필자는 나카노(中野) 구립중앙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참고봉사를 받아 특정 자료가 검색되면 직원이 서가에서 자료를 찾아 건네준다. 호의를 표해 준 직원에게는 실례의 말씀이지만, 말 그대로 자료가 내게로 걸어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고령자의 동선을 줄이는 궁극적인 방법이지만 오늘날의 기술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다. 즉, 이용자가 직접 자동출납 서고를 작동시키는 셀프서비스화이다. 출납 카운터에 자료가 1책씩 나오는 프랑스의 보르도(Bordeaux) 시립도서관이나 1단짜리 서가 형태로 나오는 오카무라 제품에 RFID 태그 기술을 적절하게 조합함으로써 자료와 이용자의 관계를 특정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에 의하면 이용자 동선을 단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서관에서 자료의 서명을 직원에게 보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범위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 또한 이 시스템은 대규모 개가와 병존하는 것이다. 대규모 개가의 매력과 위력은 보행 거리만으로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을 위해 부언해 둔다.

  연령 증가와 함께 몸은 경직되며 신장도 몇 센티미터 단위로 줄어든다. 그러나 고령자가 사용하기 쉬운 서가는 보통 서가와 특별히 다른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성인의 손이 닿는 범위는 180㎝ 전후이므로, 1단 30㎝에 6단 높이 서가라면 서가 폭 10㎝를 더한다 해도 통상적으로는 고령자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서가는 휠체어에서도 손이 닿을 수 있도록 낮아지고 있다. 시선을 막지 않도록 140㎝ 이하로 만든 서가도 등장했다. 폭넓은 개가식 자료실의 큰 공간을 실감할 수 있는 쾌적한 서가이다. 사각지대가 생기기 어려우므로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서가는 개가 책 수의 감소와 더불어 자료의 어필 정도가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문제가 마음에 걸린다. 많은 관찰 결과에 의하면, 이용자의 눈 앞, 혹은 바로 밑의 몇 단에 배가된 자료는 다른 곳의 자료에 비하면 훨씬 높은 이용률을 갖는다. 시선의 아래쪽 10°에 배치된 낮은 서가가 유리하다. 이 황금의 장소를 버리고 있지는 않는가? 허리를 굽히는 아래쪽 단으로만 된 낮은 서가를 놓음으로써 공간적인 해방감을 얻고, 그것을 사용하기 쉬운 서가라고 이해한 과거의 잘못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고령자는 서가의 하단을 이용하기 어렵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무리해서 허리를 굽히지 않으면 자료의 책등 표지를 볼 수조차 없다. 특히 최하단의 책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최상단을 내리기보다는 최하단을 우선적으로 높였으면 좋겠다. 최하단이 바닥보다 20㎝ 높아지면 그만큼 자료의 책등을 보기 쉬워지며 책을 꺼낼 때에도 허리를 굽히는 정도가 쉬워진다. 또한 발밑의 서가가 높아짐으로써 보다 넓은 범위의 바닥이 보이게 되어 가구로 넘치는 개가식 자료실에서의 해방감은 증가된다. 이용자는 최하단과 바닥 사이에 발이나 휠체어의 발 디딤판을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자료 접근성은 훨씬 높아진다. 바닥도 청소하기 쉬워지며 자료 손상도 적어진다. 이와 같이 최하단을 높일 경우의 효과는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필자의 오랜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겠지만, 최근 최하단을 높인 서가가 각지에서 나타나게 되었다. 그것들은 기성제품 스틸 서가를 구조체로 한 형식이 일반적인데, 2006년 11월에 개관한 가나가와현(神奈川縣) 사무카와(寒川) 정립(町立)도서관에는 필자가 개발한 목재 패널 기둥 최하단 높임 서가가 설치되었다. 그것은 90㎝ 간격으로 서 있는 패널 기둥 사이에 기성제품 스틸 서가판을 올려놓은 것으로 최하단은 바닥에서 40㎝ 위로 올라가 있다. 또한 각 연마다 세워져 있는 패널 기둥에 의하여 연의 경계가 확실하기 때문에 이용자에게  쓸데없는 혼란을 주지 않는 부차적인 효과도 있다.

  최하단을 높이면 서가의 중심이 높아지므로 지진이 일어나면 전도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지진에 의한 수평력 대비, 바닥 고정법 등 세심한 지진 대책이 필요하다. 필자는 고베(神戶)의 한 대학에 최하단을 높인 패널 서가를 설치하도록 했는데 효고현(兵庫縣) 남부 지진의 일격에 쓰러지고 만 쓰디쓴 경험을 갖고 있다.

  자료의 수용력과 과시라는 점에서 필자는 앞으로도 190㎝ 전후의 높은 서가를 채용하려고 한다. 그러려면 손이 닿지 않는 사람을 대신하여 최상단의 자료를 꺼낼 방안이 필요하다. 필자는 서가 근방 곳곳에 설치된 스위치를 누르면 램프에 불이 들어오고 그것을 본 직원이 돕기 위해 달려오는 시스템을 여러 도서관 계획에서 제안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직원이 이용자의 오작동이나 장난을 염려한 까닭에 실현되지는 못했다. 현재 생각 중인 것은 도서관 내에서 어떤 곤란이 예상되는 개별 이용자의 희망에 부응하여 이용자에게 ‘헬프(help) 발신기’를 대출해 주는 것이다. 이 시스템을 사용한다면 이용자가 장난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고령자의 열람 의자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다다미 코너는 고령자의 독서에 적합하지는 않다. 고령자에게 필요한 의자는 몸이 푹 가라앉지 않을 정도의 딱딱한 의자에, 일어설 때 붙잡을 수 있는 팔걸이가 달린 것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는 독서 열람석은 체위의 차이가 매우 큰 어른과 어린이들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몸이 유연한 젊은 부모는 어린이와 같은 낮은 의자를 사용할 수도 있으나 조부모 세대는 몸에 무리가 가므로 역시 어른용 의자가 바람직하다. 그러나 사용하고 있을 때는 그런대로 괜찮을지 몰라도, 어린이용 의자의 높이에 맞게끔 배치된 낮은 무인 테이블 옆에 커다란 어른용 의자가 돌출되어 있는 것은 공간적으로 어색한 느낌을 준다. 그런 부조화를 피하기 위해서 어린이를 주체로 가구를 구성하면서 한편으로는 딱딱한 어른용 접이식 의자를 준비하여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해결책을 마련했다. 이 의자를 사용하면 자리에 구애받지 않고 어린이 공간 어디에서든 부모(조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는 독서를 즐길 수 있다. 2006년 7월에 개관한 이나기(稻城) 시립중앙도서관도 이 의자를 도입했다.

 

시각 능력 감퇴에 대한 대책

  이른바 노안은 40대부터 시작되며 근거리에 있는 문자가 잘 보이지 않게 될 뿐만 아니라 시력도 저하된다. 12~14세를 정점으로 하는 시력은 연령 증가와 함께 저하되어 60세가 되면 시력 0.5 전후가 된다. 시세포의 감도(感度)와 함께 동공 확장 기능이나 수정체의 투과율이 저하되어 고령자는 어두운 곳에서 사물을 보기 힘들며 젊은이에 비해 생리적으로 더 높은 조명도를 요구하게 된다. 또한 눈부심에 대해서도 과잉 반응하게 된다. 즉 시각은 연령 증가와 함께 그 관용도를 잃게 된다.

  주위의 밝기에 따라 망막의 감광도가 변화하는 순응현상에는 두 종류가 있다. 즉, 밝은 곳에 들어가면 감광도를 내려 눈부심을 줄이는 ‘명순응(light adaptation)’과 어두운 곳에 들어가면 점차 감광도가 높아져 주위가 보이게 되는 ‘암순응(dark adaptation)’이 그것이다. 명순응은 단시간 내에 끝나지만 암순응은 비교적 장시간을 요한다. 문제는 연령 증가와 더불어 암순응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다는 점이다.

  고령자의 이용이 증가하고 있는 도서관에서 발생하는 두드러진 현상 중의 하나는 유리문과의 충돌이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자리한 유리 스크린 등 평면 구성상의 결함에 기인하는 경우도 있으나, 사고의 대부분은 로비 주변이나 풍제실(風除室)과 같이 옥외의 밝기가 변화하는 장소에서의 충돌이며 암순응이 늦어지면서 발생하는 일이라고 추측된다.

  유리문과의 충돌은 일상적인 사고 중에서 가장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충돌에 의하여 유리가 깨지고 유리 파편이 인체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입구 부근에서의 유리문 충돌 대책은 우선 유리 스크린을 될 수 있는 대로 줄이는 것이다. 풍제실이나 입구 로비 부근에서 유리 스크린 설치가 불가피할 경우에는 고속도로의 터널 조명처럼 입구 부분의 조명도를 높이고 외부와의 밝기의 차이를 감소시킨 이행 공간을 마련하여 암순응에 필요한 시간을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다. 또한 조도를 높이면 유리창에 자기 그림자가 비치기 때문에 유리창의 존재를 인식하기 쉽다. 도서관 입구가 밝아지면 이용자는 자기가 가고자 하는 곳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도서관 이용 자체에도 바람직한 영향을 줄 것이 틀림없다.

  초등학교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충돌해도 깨지지 않는 안전유리를 사용하면 고령자의 큰 부상은 방지할 수 있겠지만 부딪혀서 혹이 생기는 이용자는 증가할 것이다. 또한 유리문에 충돌 방지용 표시 등을 붙여 시각적으로 인식시키는 일반적인 방법은 암순응의 지연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뜻하지 않게 쓰러져 충돌하는 것 등에는 효과가 없으므로 이것만으로는 유리문 안전 대책에 만전을 기했다고는 할 수 없다.

  광(光) 환경이 개가식 자료실의 독서 환경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건축 공간에서의 채광 조명은 디자인의 일부로서 공간의 분위기 조성이라는 기능과 작업에 적합한 밝기 제공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갖고 있다. 어느 한 쪽을 우선시할 것이 아니라 이 두 가지 기능을 양립시키는 것이 채광 조명 계획의 원칙이다. 그러나 고령자를 위한 개가식 자료실로 한정시켜 생각한다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쾌적한 작업광(光)의 확보이다.

  작업광 밑에서 인간의 눈은 금방 밝기에 익숙해져 더 밝은 공간을 요구하게 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하여 개가식 자료실에 필요한 조도는 시대와 더불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유리를 많이 사용하여 내부와 외부가 연속적으로 이어진 새 도서관에서는 옥외와의 휘도(luminance) 대비를 완화하기 위해 실내의 조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뒤에 기술). 조명학회의 사무실 조명 기준(1992)에 의하면, 자료실의 권장 조도는 750 럭스로 일반 사무실과 같다고 한다. 단, 사무실에 관한 항목의 부기(付記)에 의하면, 미세한 작업을 할 경우 및 주광의 영향에 의해 창밖이 밝고 실내가 어둡게 느껴지는 경우에는 1,500 럭스를 선택한다고 되어 있다. 개가식 자료실도 1,000 럭스를 훨씬 넘는 조도가 필요하다. 또 2,000 럭스에 달하는 오늘날의 사무실 조도로부터 유추해 보면 더 높은 조도가 요구될 것이다.

  오피스 빌딩 중에는 밝은 외부가 보이지 않도록 개구부를 설치하지 않고 실내 조도를 내리는 것도 있다. 그러나 개가식 자료실에서는 장시간의 거주성을 높이기 위해서, 그리고 눈이 쉴 수 있는 시각 대상을 확보하기 위해서 개구부가 필요하다. 건축기준법에서도 바닥 면적의 7분의 1 이상의 채광 면적을 의무화하고 있다.

  빛의 색은 색 온도로 계측할 수 있다. 색 온도가 높을수록 희고 푸른색을 띤 빛의 색이 되며, 색 온도가 낮을수록 황색 또는 적색을 띤 색이 된다. 일반적으로 저조도에서는 낮은 색 온도의 따뜻한 빛을, 고조도에서는 높은 색 온도의 차갑게 느껴지는 빛을 좋아한다고 한다. 어느 신문 보도에 의하면, 일본인은 세계적으로 드물게 형광등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개가식 자료실의 조명은 무드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작업광이므로 작업에 적당한 색 온도와 조도가 높은 것을 지향해야 한다. 또한 파란 하늘에 대기가 맑을 때의 천공광(skylight, 역주 : 대기 중의 입자에 반사되거나 지표면에 반사된 태양광)은 푸른색을 띤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높은 색 온도의 빛도 결코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고령자의 수정체 투과율은 짧은 파장의 영역(청색)에서 저하되는 정도가 크므로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서도 높은 색 온도에 의한 조도가 필요하다.

  연령 증가에 의하여 색의 감도도 저하된다. 예를 들면 시각장애인 유도블록의 황색은 고령자의 눈에는 베이지계의 환경에 매몰된 것처럼 보여 그 유도 효과는 감소된다.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의 고령화에 대비하려면 황색만을 주장하지 말고 적절한 명도 대비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실내를 균일하게 조명하는 전반 조명(general lighting)에서도 필요 조도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늘날에는 에너지 절약이라는 관점에서 책상 윗면만 조도를 높이는 태스크 라이팅(task lighting, 국부 조명)이 권장된다. 태스크 라이팅은 이용자의 정신집중에 적합한 공간을 만든다는 관점에서 즐겨 선택하는 설계자도 있다. 그러나 태스크 라이팅을 너무 중시하면 눈의 피로나 암순응 지연에 따른 방향 감각 상실 등의 원인이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책상 윗면 조도의 3분의 1 이상을 전반 조도로 확보하면 태스크 라이팅의 폐해는 없다고 하는데, 이 상태의 실내는 밝기가 충분하며 어디서든 자료의 브라우징이 가능하여 어슴푸레한 곳에서 책상 윗면만 밝게 빛나는 내성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고령자에게 적합한 높은 조도를 인공조명만으로 확보하는 것은 발광에 의하여 생긴 열을 오히려 에너지를 써서 버려야 하므로 에너지 절약이라고는 할 수 없다. 개가식 자료실에서 조명에 의한 열 부하는 냉방 시 전체 부하의 50%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2,000 럭스나 되는 조도가 필요한 오피스 빌딩에서는 조명에 의한 열을 열펌프 등으로 회수하여 난방이나 급탕의 열원으로 이용하고 있는 곳도 있으나, 커다란 공간인 개가식 자료실에서는 회수되는 에너지와 장치에 드는 비용의 균형을 취하기 어려우며 실효성 또한 우려된다.

  높은 조도와 에너지 절약을 양립시키는 유력한 방법은 창이나 탑 라이트 등 개구부로부터 자연광을 실내에 끌어들여 인공조명과 융합시키는 주광조명이다. 태양의 빛 주광은 직사일광과 천공광으로 대별되는데, 주광조명용의 광원으로 이용되는 것은 주로 밝기만을 가져오는 천공광이다. 열원과 눈부심의 근원이 되는 직사일광은 차양이나 블라인드(열 부하적으로는 개구부에 외부에서 부착된 것) 등으로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천공광의 조도는 주로 대기 혼탁도와 태양고도에 의해 결정된다. 대기 혼탁도가 낮아서 대기가 맑을 때에는 천공의 휘도가 작고 조도는 오히려 낮다. 대기 혼탁도가 커지면 천공의 휘도는 높아지며 조도도 높아진다. 즉 천공광 이용은 날씨에 별로 좌우되지 않으므로 도서관에 도입할 수 있는 것이다. 니가타현(新瀉縣) 도요사카(豊榮) 시립도서관이나 국립국회도서관 간사이칸(關西館)은 훌륭한 사례이다.

  나이를 먹으면 눈부심에 민감해진다. 휘도 대비의 완화와 글레어(glare) 제거는 고령자를 배려한 도서관 공간의 필수조건이다. 휘도 대비란 보는 대상과 배경의 휘도 차이를 말하는데 배경의 눈부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휘도 대비가 클수록 대상을 보기 쉬우므로 휘도 대비는 반드시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개가식 자료실에서는 개구부를 통해 지각되는 실내외의 휘도 대비가 커지면 시선을 집중시키는 지면이 백색인 것도 하나의 이유로 작용하여 독서 환경은 쉽게 손상된다. 2,000 럭스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실내 조도라 해도 맑게 갠 하늘의 옥외 조도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벽 부착 서가로 덮인 벽면에 있는 작은 개구부를 내부에서 보면 그 부분이 매우 눈부시게 느껴진다. 커다란 개구부에서 밝은 옥외를 바라보고 있으면 실내가 어둡게 느껴진다. 특히 조도가 모자랄 경우에는 그 부족감이 강조된다. 이러한 현상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실내 조도를 충분히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인공조명에 의한 높은 조도는 에너지 낭비로 직결된다. 따라서 도서관 시설을 계획할 때에 개구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가장 중요한 검토 사항 중 하나이다.

  시야 안에서 고휘도의 광원 등으로 인해 보기 힘들어지는 현상을 감능 글레어(disability glare, 불능 글레어라고도 함)라 하며, 광원의 눈부심으로 인해 불쾌감이 생기는 현상을 불쾌 글레어(discomfort glare)라고 한다. 직접 글레어는 시선과 같거나 가까운 방향에 있는 광원 등에 의한 것이며, 글레어라고 할 경우 일반적으로는 이것을 가리킨다. 시선과는 다른 방향에 있는 광원 등에 의한 간접 글레어, 광택이 있는 벽이나 책상 위 등에 비친 광원에 의한 반사 글레어 등은 감능 혹은 불쾌 글레어가 될 수 있다. 그밖에 휘도 대비가 너무 강해 보기 힘들어지거나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갑자기 밝은 것을 보게 되면 심한 눈부심을 느끼는 것도 일종의 글레어이다. 개가식 자료실의 높은 조도는 글레어 없이 얻어져야 한다.

  직접 글레어는 글레어 커트 루버로 30°보다 낮은 각도의 빛을 커트한 글레어리스 조명기구를 이용하면 어느 정도는 용이하게 제거할 수 있다. 유백 아크릴 등의 커버가 있는 면 광원(surface light source) 기구나 간접 조명을 채용하면 조명 효율은 떨어지지만 직접 글레어가 생기는 일은 없다.

  개가식 자료실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반사 글레어이다. 우선 책상이나 카운터의 갑판에 의한 반사가 있다. 실내 조도가 낮았던 시절에는 특별히 의식된 적이 없었으나 책상 위 조도가 높아지면서 광택 있는 멜라민 수지나 인조 대리석 등의 플라스틱계 재료로 완성된 갑판의 반사 글레어가 문제시되었다. 반사 글레어를 피하기 위해서는 희미하게 광택이 나는 별로 밝지 않은 색의 갑판재를 골라야 한다. 필자가 25년 전에 어느 대학도서관에 설치한 유백 카운터도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크게 반성해야 할 문제이다.

  PC와 AV 기기를 개가식 자료실에 배치한 것도 반사 글레어의 문제를 야기했다. 보통 약간 위쪽을 향해 놓여 있는 PC의 디스플레이는 천정의 조명기구 등 밝은 것을 쉽게 비춘다. 직접 글레어와는 달리 면 광원이나 간접 조명에서도 이러한 종류의 반사 글레어는 일어난다. 차양 모양의 커버를 다는 것이 이 글레어 방지에 효과적이긴 하나, 화면과 주위의 휘도 대비가 강해지며 장시간 사용하면 눈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광원이 비치지 않는 위치를 선택하는 것이 지난날 일부에서 임시로 사용한 대증요법이었으나 액정 디스플레이가 보급되면서 이러한 반사 글레어 문제는 잠잠해지고 있다. 액정 디스플레이에 조명기구가 비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가나가와현 사무카와 정립도서관에는 화면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쉽도록 액정 디스플레이를 위로 향하게 하여 OPAC을 설치할 예정이다.

  도서관에서는 북향 개구부가 안정된 외광을 얻을 수 있다 하여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의 전통적인 정원을 만드는 기법에도 건물 북쪽에 뜰을 만드는 북정(北園)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북쪽에 반사물이 있으면 강렬한 반사 글레어의 원인이 된다. 도서관 주위에 하얀 건물이 있을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시력의 저하가 진행되면 확대 독서기도 필요해진다. 종래의 렌즈로 된 독서기 이외에 지면을 스캔하여 모니터로 확대해서 비추는 기기도 등장하고 있다. 활자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음역기로도 사용할 수 있는 이러한 기기는 고령화에 대비하여 스스로를 돕는 도구로서도 그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청력의 저하와 피난 권고

  고령자를 포함하여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외견상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그들은 정보 소외층이 될 위험성을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다.

  도서관 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재해 발생이나 피난 권고를 하는 것은 주로 음성으로 실시한다. 시선이나 차폐물에 의하여 전달되지 않는 영상 정보와는 달리 음성 정보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건, 또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건 간에 용이하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재해 정보를 정확히 전달할 수 없다.

  교토시(京都市) 청각언어장애센터 등에 설치되어 있는 램프가 부착된 전광 게시판은 재해 시에 램프가 깜빡거리면서 문자로 피난 권고를 표시한다. 그러나 효과적으로 작동시키려면 도서관 내 곳곳에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청각장애인의 주의를 끌기 쉽도록 섬광 등을 포함하는 점멸 램프의 빛을 강하게 하면 유아나 고령자에게 쇼크를 주어 2차 재해의 위험성도 증대된다는 의견 등도 있어 다양한 이용자로 넘치는 도서관에 반드시 적합하다고는 할 수 없다.

  집회실 등에서 사용하는 보청기에 증폭된 신호를 보내는 시스템을 확장시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 중에는 보청기를 사용할 수 없거나 사용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재해 정보를 전달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운동 능력 노화의 장에서 등장한 ‘헬프 발신기’(이 경우는 수신기)는 여기서도 필요할 것 같다. 청각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도서관 방문 시에 신고를 하면 ‘헬프 수신기’를 대출해 주는 것이다. 휴대전화의 매너모드의 호출과 같이 진동을 감지한 사람은 카운터 직원한테 달려와 직원의 지시에 따라 피난한다. 이미 일부 도서관에서는 청각 장애인의 서고 출납 대기 등에 이러한 진동 호출기를 사용하고 있다.

 

보유 - 화장실

  여성 고객이 백화점을 평가할 때는 화장실의 좋고 나쁨에 따라 점수가 좌우된다고 한다. 그래서 각 백화점에서는 파우더 룸이 설치된 호화스러운 화장실을 만들고자 앞 다투어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도서관에서도 호감도 조사를 해 보면 ‘깨끗한 화장실’은 반드시 상위에 올라오는 항목이다. 이용자가 도서관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하므로 좋은 화장실 설치는 오늘날 도서관의 필수조건이다.

  휠체어용 위생기구는 물론이며 의복을 갈아입거나 기저귀 교환을 위한 간이침대, 오스트메이트(역주 : ostmate. 인공항문 성형을 뜻하는 ostomy에 친구나 동료를 뜻하는 mate를 합성한 일본식 용어로 인공 배설장치 이용자를 말함)는 공간에 여유가 있으므로 장애가 없는 고령자에게도 선호된다.

  구체적인 고령화 대응책으로는 쉽게 알 수 있는 곳에 화장실을 설치할 것, 좁지 않게 할 것, 위생기구 수가 충분할 것, 변기는 양식으로 하고 각 부스에 붙잡을 수 있는 손잡이와 비상용 버튼을 설치할 것, 소변기 근처에 지팡이를 둘 것 등이다.

      ■ 글|기노 슈조ㆍ木野修造, 기노 건축설계사무소 대표   
      ■ 번역|조재순ㆍ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정보관 도서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