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도서관  

       

 

  필자가 아는 도서관계의 어느 분은 등산객들을 위한 산장도서관을 세우는 꿈을 갖고 계신다. 다른 어느 분은 노인들을 위한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이 소원이라 하신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분은 퇴직한 후에 조그만 북 카페를 개업하고 싶어 하신다. 필자의 넓지 않은 인맥 가운데에서도 여러 명이 평소 이러한 의사를 공공연히 노정하는 걸 보면 전체 사서라는 모집단에서는 얼마나 많은 분들이 비슷한 꿈을 간직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법하다. 어떤 직업군에서는 “그쪽으로는 오줌도 안 눈다.”는 식으로 퇴직 후의 시원섭섭한 감정을 내비춘다는데, 왜 사서들은 도서관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그만큼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인가, 아니면 조직이라는 경직된 틀을 벗어나 이제부터라도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도서관을 운영해 보겠다는 주체적 의지의 표명인가?

  어쨌든, 의외로 많은 사서들이 퇴직 이후에도 도서관과 무관하지 않은 일을 벌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이런 분들에게 더욱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발상할 수 있는 착안점을 제공하기 위해, 아예 도서관을 상호 명으로 내걸고 있는 외국의 주요 사업장들을 살펴보도록 한다. 물론 본문에서 소개할 사업장들은 엄밀히 따지면 도서관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곳이라는 점, 미리 알려둔다.

 

라이브러리 카페

  책과 차를 결합하여 대중에게 서비스를 시작한 최초의 사업장은 북 카페(Book Cafe)이다. 본디 북 카페란 일반적인 카페에서 손님들이 무료로 책을 볼 수 있게 하거나 빌려 주기 위해 책을 다량으로 비치한 데에서 출발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유흥 위주의 놀이문화만 발달하자 사람들이 책 읽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북 카페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북 카페의 경향은 책 자체가 아닌 책의 ‘분위기’로 바뀌었다. 북 카페를 찾는 손님들은 “책을 읽는다기보다 분위기를 즐긴다”고 말하고 있으며, 심지어 어느 카페 주인은 분위기를 위해 책으로 장식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1)

  라이브러리 카페라는 것은 북 카페의 진화된 형태이다. 넓은 매장, 첨단 인테리어, 희귀성을 갖춘 원서 등으로 기존의 북 카페와 차별화를 기하기 위해 ‘라이브러리 카페’라는 새로운 명칭을 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일례로 서울 신라호텔이 2006년 5월에 오픈한 ‘더 라이브러리 라운지 & 바’는 도서관을 주제로 한 카페이다. 라이브러리 바, VIP 바, 라이브러리 라운지, 커뮤니얼 바 등으로 나뉜 공간에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입수한 외서를 비치하고 있다. 장서는 역사, 문화, 예술, 건축 등 다양한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객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롯데호텔서울의 ‘살롱 드 떼(Salon de The)’는 도서관을 컨셉으로 30억원의 공사 비용을 들여 재단장한 카페이다.2) 5개월에 걸쳐 3억원을 투입해 구입한 외서는 건축, 사진, 예술, 여행, 디자인 등 시각적으로 표현된 아트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책을 읽는 것이 아닌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문화적 감흥을 느낄 수 있게 하려는 의도인 듯하다.

 

라이브러리 레스토랑

  미국 피츠버그의 ‘The Library’3)는 내부 곳곳을 서가와 책 따위로 꾸미고 테이블 상판을 아예 책의 본문으로 덮는 등 손님들로 하여금 도서관을 연상케 하도록 실내를 장식하여 2007년 3월 2일에 개업했다. 그러나 이 레스토랑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메뉴판에 숨겨져 있다. 요리의 명칭을 유명한 저작의 서명에 비유한 것이다. 즉, 튀긴 닭 날개는 ‘이카루스의 날개(Wings of Icarus)’로, 아랍식 하머스(hummus)와 피타빵(pitas)은 ‘아라비안 나이트(Arabian Nights)’로, 칠면조와 계란으로 만든 샌드위치는 ‘동물농장(Animal Farm)’으로 이름을 붙였다. 구운 가리비 요리는 ‘노인과 바다(Old Man and the Sea)’로, 다양한 채소를 넣은 샐러드는 ‘비밀의 화원(The Secret Garden)’으로, 오리 가슴살 요리는 ‘미운 오리 새끼(The Ugly Duckling)’로 명명했다. 심지어는 작가 이름을 가져와 ‘에드가 앨런 포테이토(Edgar Allen Potatoes)’로 패러디한 메뉴도 있다.

- Small Plates
Wings of Icarus
Tres Tristes Tigres
Billy Goat’s Gruff
Where the Wild Things Are
Dark Green, Bright Red
Arabian Nights
Peter Pan Fried Provolone
Breakfast of Champions
Of Mice and Men
The Labors of Hercules
Edgar Allen Potatoes
Edgar Allen Sweet Potatoes 

- Sandwiches
Animal Farm
The Emperor Has No Clothes
The Huck Finn
Alice in Wonderland
King Arthur
Hamlet
Mary’s Not So Little Lamb- Salads
Jack and the Beanstalk
A Light in the Attic
Julius Caesar
The Secret Garden 

- Entrees
Tyler Durden
Yellow Brick Road
Hunter S. Thompson
Rolland’s Roulade
The Scarlet Letter
The Ugly Duckling
The Fisherman and His Wife
The Sky is Falling
Old Man and the Sea 

The Library (Pittsburgh)의 메뉴

  이외에도 일본 도쿄의 ‘Restaurant & Library Cafe ARGO’, 영국 포츠머스의 ‘The Library Restaurant-A Steak House’4), 미국 와이오밍주 라라미의 ‘Library Restaurant’5),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Myrtle Beach)의 ‘The Library Restaurant’6), 뉴욕의 ‘The Old Library Restaurant’7), 캐나다 온타리오의 ‘The Library Restaurant’8) 등 도서관이란 상호를 쓰는 레스토랑이 제법 많다.

 

라이브러리 바

  지난 2000년에 개봉한 영화 ‘코요테 어글리’는 바텐더의 매력을 흠뻑 느끼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바텐더라는 직종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끔 만든 영화였다. 그런데 바텐더들이 스스로를 사서(librarian)라 칭하며 그들의 일터를 도서관(library)이라고 주장하는 곳이 있다면 믿겠는가?

  실제로 그런 바(bar)들이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템페에 위치한 ‘The Library Bar & Grill’9), 뉴욕에 있는 ‘Library Bar’10)가 대표적이다. 바들이 왜 도서관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바와 도서관에서 가장 자주 쓰는 단어 한 가지가 공교롭게도 동일하다는 점에서 애써 바와 도서관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 단어는 ‘book’이다. 당연히 도서관에서는 ‘책’으로, 바에서는 ‘예약’으로 가장 자주 사용된다.

  위에서 소개한 바는 사실 클럽(club)에 가까운 영업장이다. 보통 바라고 하면 차분한 분위기에서 술을 마시는 곳이 대부분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Library Bar’11)는 LA중앙도서관(LA Central Library)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다. 도서관과 가까운 곳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빌려왔겠지만, 실제로 이 바는 내부에 서재를 마련하여 손님들이 자유로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술집은 맥주의 종류를 도서관식으로 구분한 것이 이채롭다. 맥주를 맛과 생산지 등에 따라서 Light Reads, Geography, Religion, Kid’s Corner, American Authors, Womens’ Studies, Epic Novels, English Authors, Periodicals(Seasonal Beers)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그밖에 도서관이란 명칭을 사용하는 바들로는 영국 런던의 레인스보로(Lanesborough) 호텔의 ‘Library Bar’, 아일랜드 오팔리주의 캐슬(Kinnitty Castle) 호텔의 ‘The Library Bar’, 덴마크 코페하겐의 ‘Plaza Library Bar’, 미국 텍사스주와 미애나폴리스 등 4곳에 분점을 둔 ‘Library’12), 미국 채이프힐의 ‘The Library’13) 등이 있다. 한편, 미국 라스베가스에는 ‘The Library’14)라는 상호의 스트립 클럽도 있다.

 

라이브러리 호텔

  미국 뉴욕의 메디슨가 41번 도로의 세칭 ‘도서관길(Library Way)’에는 부티크 호텔인15) ‘Library Hotel’16)이 있다. 지은 지 100년이 넘은 건물에 60여 개의 객실을 보유한 이 호텔은 2000년에 개관했다. 가까운 곳에 뉴욕공공도서관이 위치하고 있다고 해서 호텔에 Library란 이름을 붙인 건 아니다. 호텔의 테마가 바로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로비를 비롯한 호텔 곳곳에 서가를 비치했으며 안내데스크의 뒷벽은 카드목록함으로 장식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정도는 눈요기에 불과하다. 도서관 테마의 압권은 도서관 분류법에 따라 모든 객실을 분류했다는 점이다.

  객실이 위치한 3층에서 12층까지 10개 층을 DDC에 따라 3층은 사회과학, 4층은 언어 등으로 분류된다. 다만 10층부터는 층수의 뒷자리로 10층은 총류, 11층은 철학, 12층은 종교로 명명했다. 각 층의 6개 객실은 DDC의 강목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지만, 방마다 각기 다른 테마를 두고 있다. 그 중에 가장 인기 있는 객실은 8층의 첫 번째 방인 ‘Erotic Literature’ 라고 한다.

Third Floor: Social Sciences
300.006 Law
300.005 Money
300.004 World Culture
300.003 Economics
300.002 Political Science
300.001 Communication 

Fourth Floor: Language
400.006 Ancient Language
400.005 Middle Eastern Language
400.004 Asian Language
400.003 Germanic Language
400.002 Romance Language
400.001 Slavic Language 

Fifth Floor: Math and Science
500.006 Astronomy
500.005 Dinosaurs
500.004 Botany
500.003 Zoology
500.002 Geology
500.001 Mathematics 

Sixth Floor: Technology
600.006 Health & Beauty
600.005 Computers
600.004 Medicine
600.003 Management
600.002 Manufacturing
600.001 Advertising 

Seventh Floor: The Arts
700.006 Fashion Design
700.005 Music
700.004 Photography
700.003 Performing Arts
700.002 Paintings
700.001 Architecture Eighth Floor:Literature
800.006 Mystery
800.005 Fairy Tales
800.004 Dramatic Literature
800.003 Poetry
800.002 Classic Fiction
800.001 Erotic Literature 

Ninth Floor: History
900.006 Biography
900.005 Geography & Travel
900.004 Asian History
900.003 Oceanography
900.002 Ancient History
900.001 20th Century History 

Tenth Floor: General Knowledge
1000.006 New Media
1000.005 Journalism
1000.004 Museums
1000.003 Encyclopedic Works
1000.002 Almanacs
1000.001 Libraries 

Eleventh Floor: Philosophy
1100.006 Love
1100.005 Paranormal
1100.004 Psychology
1100.003 Philosophy
1100.002 Ethics
1100.001 Logic 

Twelfth Floor: Religion
1200.006 Ancient Religion (Mythology)
1200.005 Native American Religion
1200.004 Germanic Religion
1200.003 New Age
1200.002 African Religion
1200.001 Eastern Religion 

‘Library Hotel’의 객실 분류법

  이 호텔이 널리 유명세를 탄 이유는 OCLC와의 법적 분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3년 9월, DDC의 저작권을 소유한 OCLC는 십진분류법에 따라 객실을 분류한 것이 DDC 상표권을 침해한 행위라며 ‘Library Hotel’을 상대로 콜럼버스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17) 그즈음 미국의 도서관계는 OCLC를 지지하는 편과 ‘Library Hotel’을 옹호하는 편으로 나뉘어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Library Hotel’이 OCLC로부터 DDC 상표권 사용을 승인 받는 대신 비영리기관에 어린이 독서진흥을 위한 기금을 기부하기로 하는 것으로 원만히 해결되었다.18)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점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어떤 사람이 식당을 창업한다고 가정할 때, 이를테면 ‘찌개도서관’이라는 상호를 쓰는 것은 가능할까? 현행 도서관법에 따르면 제10조에서 “이 법에 따른 도서관이 아니면 ‘도서관’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법에서 언급하는 도서관과 무관한 경우에는 ‘도서관’이 엄연히 상표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서관옆출판사’, ‘물고기도서관’과 같은 출판사가 이미 책을 펴낸 바 있고 ‘책 만드는 도서관’, ‘도서관 옆 신호등’ 등의 상호를 가진 교육업체도 활발하게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특허청에 출원된 사례를 보더라도 ‘기적의 도서관’, ‘작은 도서관’, ‘푸른 도서관’ 등이 이미 상표로 등록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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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로 생긴 Library Cafe”, 프라이데이 2006/08/09,     <http://myfriday.joins.com/myfriday/article/m_article_view.asp?aid=251336&servcode=3020301>
2) “호텔이야, 고급 서재야?”, 매일경제 2006/06/02,     <http://inews.mk.co.kr/CMS/emag/emSec/emSec7/7405082_3311.php>2)  “호텔이야, 고급 서재야?”,
    매일경제 2006/06/02, <http://inews.mk.co.kr/CMS/emag/emSec/emSec7/7405082_3311.php>
3) http://www.thelibrary-pgh.com
4) http://www.libraryrestaurant.com
5) http://www.library-odwyers.com
6) http://www.thelibraryrestaurantsc.com
7) http://www.oldlibraryrestaurant.com
8) http://www.thelibraryrestaurant.ca
9) http://www.thelibraryusa.com
10) http://www.librarybarnyc.com
11) http://www.librarybarla.com
12) http://www.librarybars.com
13) http://libraryrocks.com
14) http://www.vegas.com/nightlife/stripclubs/library.html
15) 부티크 호텔(Boutique Hotel)이란 여행객을 위한 숙소의 목적보다는 문화, 예술, 엔터테인먼트 등의 차별화된 경험과
     유희를 제공하기 위해 주로 대도시의 중심에 위치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다양한 여가 시설을 갖춘 호텔을 뜻한다.
     객실 수가 많지 않고, 프랜차이즈 형태가 아니라 대부분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16) http://www.libraryhotel.com
17) Skalbeck, Roger V. “How Dewey Classify OCLC’s Lawsuit.” <http://www.llrx.com/features/deweyoclc.htm>
18) “OCLC and Library Hotel Reach Out-of-Court Agreement”, American Libraries November 2003,       <http://www.ala.org/ala/alonline/currentnews/newsarchive/2003/alnov2003/oclclibraryhotel.cfm>

    글|전창호ㆍ부산여대 도서관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