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 서평  

 

장정일의 독서일기 7

‘장정일.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ISBN 9788925510552. 10,000원 

  1994년 발행된 《장정일의 독서일기》 1권을 시작으로 이제 장정일의 독서일기가 7권에 이르렀다.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작가가 읽은 책들에 대한 서평을 모아 놓은 글모음집이다. 그러나 여러 다른 독후감상문과 차원이 다른 이유는, “독서일기”라는 형식으로 책을 내는 일이 장정일 말고 다른 작가들은 엄두내기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성실한 독서광이 아니고는 ‘일기’라는 형식을 빌려 독후 글을 쓴다는 것은 지루하고 고단한 일이기 때문이다(자기 책이 아닌 다른 작가의 책을 성실하게 읽는 작가는 사실 상상이 잘 안 된다). 책이 넘쳐나는 시대에 ‘어떤’ 책을 읽고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통해 독서의 방법과 독후 글이라는 독특한 형식의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정일의 독서 방법은 이를 테면 계통 읽기에 가깝다. 저자 스스로도 한 계통을 모아 책으로 펴내는 것이 ‘성실’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문학과 관련된 더 자세한 독후 글은 《공부》(랜덤하우스코리아, 2006)라는 책으로 펴냈다. 책에는 ‘저자(글쓴이)’라는 주체가 있기 마련이다. 저자란 책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어떤 책을 읽고 독후 글을 쓴 사람은 독자이자 동시에 필자가 되어 ‘읽은 책’을 매개로 독자와 소통한다. 따라서 독후 글에 소개된 책을 먼저 읽지 않는다면(즉 그 책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자칫 먹고 싶은 음식만 먹게 될 위험이 있다. 다시 말해 독후 글은 원전에 대한 주석인 셈이므로 독자는 반드시 원전을 읽어야 의미의 확대 재생산이 가능해진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으면서, 독서에 관한 내 관념은 몇 차례나 바뀌었다. 젊었을 때는 그저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수단으로 책을 읽었다. 그때 책은 아파트 평수를 넓혀 가는 것과 같이, 내 개인적인 재산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다른 사람과 이해와 사랑을 나누는 방법으로 책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지식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게 된 것이다. 무엇엔가 중독 된다는 말은 곧 외로움으로 통하지만, 책에 중독 된다고 해서 외로워지지는 않는다.”(2005년 105쪽) “무술인 최영의는 소와 싸울 때 ‘너 소야? 나 최영의야!’라고 말하고 나서, 한 손으로 소의 뿔을 잡고 한 주먹으로 정수리를 난타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넘버3>에서 송강호가 한 말이다. 그런데 소는 그렇게 ‘잡을 수’ 있을지 모르나, 책은 그렇게 ‘잡으면’ 안 된다. ‘너 책이야? 나 독자야!’ 하고 집히는 대로 읽는 일은 난독(亂讀)이요, 페티시(fetish)이다. 좋은 독서가 되려면 ‘나는 왜 이 책을 읽는가?’라는 강한 동기 부여나 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읽게 된 두 권의 책은 난독이거나 페티시가 아니라면 또 다른 독서 질병인 관음증에 가깝다.”(2006년 178쪽)                                                                                               
                                                                                                                    《장정일의 독서일기 7》에서 발췌

  훈련된 독서가는 다른 사람과 나누기 위해 책을 읽는다. 책이란 하나의 메시지고 메시지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가치를 나누고 이해를 넘어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지와 사랑이라는 이분법의 대명사다. 그러나 지와 사랑은 다른 길을 걷는 게 아니라 같은 길을 동시에 걷고 있다. 사랑이 없는 곳에 지가 있을 수 없고, 지가 없는 곳에 사랑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앎(독서를 통한 지식이나 깨달음)이란 나를 넘어 소통하는 과정이며 이해를 통해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김자영(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