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 신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추천한 이달의 책]

 

<역사> 아틀라스 중국사   박한제 외 지음 / 사계절

전통시대의 세계사는 중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리적으로 밀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주도국이 바로 중국이었기 때문에 중국사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었다. 문ㆍ사ㆍ철을 중요시하던 인문학의 시대, 역사는 중요 교과였고 바로 그 역사에서 많은 분량을 중국사 이해에 할애하였던 것이다. 현대에 와서 세계사의 중심축이 서구로 이동하고 냉전시대의 단절을 겪으면서 중국사에 대한 관심의 폭도 줄어들고 중국사를 한국인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양인의 입장 내지는 일본인의 시각에서 이해하는 듯한 분위기까지 조성되어 있었다.

이 책은 세계대국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역사를 서술하기 위하여 최신의 연구를 집약하여 역사와 지도의 접합을 시도한 역사지도책이다. 변변한 중국사 개설서조차 없는 현실에서 중국사 연구의 신예 다섯 명이 모여 각기 독창성을 살리면서 일사불란하게 중국사 서술의 체계를 지키려 한 점이 장점이다. 중국사를 96개의 주제로 나누고 각 주제는 두 면에 연표, 지도, 도판, 표 등을 배치하여 개설서이자 사전의 역할까지 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 추천자 : 정옥자(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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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ㆍ경영> 디지털 금융, 누가 주도할 것인가?  강임호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우리는 은행에 가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계좌를 개설하고 다른 은행 업무도 처리할 수 있다. 또한 휴대전화로 가계부를 정리하고 물건값을 전자화폐로 결제한다. 이러한 디지털 금융의 발전 과정을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까? 강임호 박사는 디지털 금융을 ‘테크놀로지(technology)’와 ‘코디네이션(coordination)’의 긴장관계로 이해한다. 테크놀로지는 정보기술을, 코디네이션은 정보기술이 경제성을 가질 수 있도록 관련 당사자들을 조직화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테크놀로지가 중요할까, 아니면 코디네이션이 중요할까? 이 책은 테크놀로지가 디지털 금융의 발전을 견인하여 왔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정보기술은 언제 어디서든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하므로, 굳이 그것이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코디네이션은 정보기술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디지털 금융의 에피소드를 일반인의 흥미 중심으로 서술하면서도 보다 일관된 이론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그러나 경제학의 기본 원칙인 ‘희소성의 원칙’을 통해 희소한 자원에 바탕한 금융과 풍부한 정보기술에 바탕한 통신의 갈등을, 그리고 테크놀로지와 코디네이션의 갈등을 설명했으면 더 좋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 추천자 : 정운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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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네트워크 사회의 구조와 쟁점  이재열 외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팀의 신간 『네트워크 사회의 구조와 쟁점』은 간략한 서론에 이어 상류사회, 직업 세계, 사회봉사, 지식산업, 사회운동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부문에서 작동하는 연결망 구조와 성격을 실증적 자료와 적절한 개념들에 의거해 설명한다. 혈연, 지연, 학연의 ‘삼연(三緣)’으로 대표되는 한국 사회의 폐쇄적 집단주의는 족벌주의, 학력주의 및 지역감정 등 많은 사회문제들을 야기하는 부정적 요소로 비판받아 왔다. 반면 그것은 사회 자원을 배분하거나 인적 유대를 강화하는 데 활용 가치를 발휘함으로써, 뉴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일촌이나 동호회 등으로 우리 사회에 새로이 재현되고 있다.   

이 책은 학술 연구를 목적으로 씌어진 것이나, 작은 비공 모임에서 대규모 공적 조직체에 이르기까지 “끼리끼리” 문화가 만연해 있는 우리 사회의 속살을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단서와 해설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상생활에서 아는 사람을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고, ‘인간관계’에 신경 쓰며, 때때로 그 때문에 피해를 당해온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추천자 : 김문조(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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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퀴리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   여인형 지음 / 한승

세상은 화학물질로 가득 차 있다. 이론적으로나 가능한 진공을 제외하면 화학물질이 없는 곳은 없다. 세상은 곧 화학물질인 셈이다. 그런 화학물질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놀라울 정도로 왜곡되어 있다. 화학물질이 ‘좋은 물질’과 ‘나쁜 물질’로 구분되어 있다는 것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일반적인 오해 중 하나다. 일산화탄소는 처음부터 우리에게 맹독성을 나타내는 고약한 화학물질이고, DHA와 EPA와 비타민 C는 우리의 건강에 더 할 수 없이 좋은 신비의 영약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많다. 그런 인식은 대부분 정체불명의 ‘전문가’에게 현혹된 언론에 의해 놀라운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화학물질의 세계는 우리 인간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날 때부터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화학물질도 만들어질 때부터 좋은 물질과 나쁜 물질이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천연물질 중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보톡스의 경우도 적정한 양을 사용하면 보기 싫은 주름살을 없애 주는 가장 효율적인 명약이 되는 것이 화학물질의 세계다. 화학물질에 대한 지식은 싫다고 외면해 버릴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다시 말해서 화학적 지식은 즐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다. 화학물질에 대한 지식은 우리가 건강하고, 쾌적하고, 안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누구나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현대 사회의 필수 상식이다. 화학 지식은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뜻이다.

- 추천자 :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