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ㅣ 도서관 서비스의 세계화  


            글|호리 시게오(堀 薰夫)ㆍ오사카(大阪)교육대학 교수   
            번역|조재순ㆍ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정보관 도서관팀장

최근 우리 사회는 급속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에 고령자를 위한 도서관 서비스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자 일본도서관협회가 발간하는 「現代の圖書館(Vol.44, No.3)」에 수록된 <特集:高齡者と圖書館>을 번역하여 게재한다.(편집자 주)

 高齡者と圖書館 (5월)
高齡者の圖書館利用と讀書活動をめぐる問題 (7,8월 합본)

英米の高齡者 サ-ビスガイドラインに見る高齡者觀 (6월)
利用者高齡化への空間的配慮 (9월)


  고령화와 평생학습 사회화라는 두 가지 동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오늘날, 중ㆍ노년층에 대한 학습 지원 문제는 교육노년학1)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실천ㆍ연구 과제이다.

  그동안 중ㆍ노년층에 대한 학습 지원 문제에 관해서는 노인대학이나 제3기(third age) 대학에서의 학습 활동, 실버 자원봉사자나 엘더 호스텔 활동과 같은 사회 참가 활동 방면에서는 연구 또는 실천 성과가 나타나고 있으나2),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이나 독서 활동 측면에서의 연구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고령자가 공공도서관을 이용하고 있으며 고령자의 독서 활동이나 인터넷 이용 등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과반수 이상의 고령자(평균 연령 71세)가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는 조사결과 보고도 있다.3) 고령자를 주 고객으로 한 비디오 게임도 많은 구매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경로의 날 수요’라는 현상조차 생기고 있다.4)

  하지만 실제로 고령자의 도서관ㆍ독서에 관한 연구 결과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고령자와 도서관 이용ㆍ독서’에 근접하는 학문 분야에서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교육학이나 평생학습론 영역에서는 문헌정보학이 하나의 학문 영역이라고 인지되기 시작하면서 도서관ㆍ독서 연구와는 경계를 그으려는 경향도 보인다.

  한편 고령자의 생활을 연구하는 (사회)노년학의 경우 대부분의 연구가 의학이나 간호, 복지, 보건 등의 영역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으며 고령자의 학습이나 교육 문제조차 거의 정면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문헌정보학의 경우, 청소년 서비스나 장애인 서비스와 같은 연구는 간헐적으로 보이지만, 고령자를 주된 이용자층으로 자각하여 연구한 논문은 별로 없다. 대학도서관과 학교도서관, 독서지도, 사서교사 등 도서관의 교육적 기능에 대해서는 젊은 층에 대한 서비스를 먼저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도서관 이용자 연구나 실천적인 면에서도 고령자와 장애인을 함께 다루거나 고령자 대책의 하나로 도서관 서비스를 다룬다는 문제점도 있다.5)

  그러나 ‘2007년 문제’(역주: 단카이 세대 중 특히 1947년생 노동자들이 2007년에 60세를 맞이하여 정년퇴직함으로써 기업 활동에 커다란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을 말함. 구체적으로 노동력 부족 문제, 노하우와 기술 계승 문제, 기업 체력 저하 문제가 지적되고 있음) 등과 연동하여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과 독서 문제를 생각해 보면, 향후 이 영역의 서비스는 지극히 중요한 분야가 될 것이다. 고령자 비율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오늘날, 이른바 ‘건강한’ 고령자가 늘어난 오늘날, 또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고령자가 실버 마켓에 참여하게 되는 오늘날, 고령자의 도서관ㆍ독서 문제를 근원적인 부분에서 재고해 보는 일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판단 하에 본론에서는 우선 인생 후반부를 받아들이는 방식의 이중성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ㆍ독서 행동의 특징과 과제를 살피기로 한다.

 

1.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과 고령자관(觀)의 관련성

(1) 고령자 도서관 서비스론에서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론ㆍ독서론ㆍ정보탐구론으로

  고령자 도서관 서비스에 관해서는 지금까지 다카시마 료코(高島凉子)가 일관되게 고령자층에 대한 서비스 제공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다카시마는 미국에서의 선구적 실천 등을 기초로, 1993년 시점에서 고령자에 대한 도서관 서비스의 방향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6)

  ①행동의 자유가 제한되기 쉬운 고령자에 대한 자료 제공을 염두에 두고 도서관 시스템을 만들 것, ②양로원 등의 시설 입소자에 대한 서비스, ③대형 활자본 구입, ④조명이나 계단 등의 설비 정비, ⑤고령자 서비스의 필요성을 사서가 인식할 것.

  나아가 그 후의 논문에서는 고령자에 대한 아웃리치 서비스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이동도서관이나 택배ㆍ우송 서비스 등의 중요성도 언급하였다.7)

  필자는 다카시마의 주장에 대부분 공감하기는 하지만 사태는 이미 훨씬 더 진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고령자를 도서관 서비스의 중요한 대상으로 인식하고 그 특성을 고려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단계를 초월하여, 고령자가 이용자의 다수자(majority)가 될 수도 있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미 공공도서관 이용자 전체의 20%가 60대 이상, 40%가 50대 이상이라는 데이터도 나와 있다).8) 따라서 고령자에 대한 사회적 약자 이미지나 복지 이미지와는 좀 다른, 예를 들면 생활인ㆍ학습인ㆍ활동인으로서의 이미지를 가진 고령자관(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고령자관의 이중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복지ㆍ보호 이미지와 교육ㆍ활동 이미지의 이중성이다.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 문제를 이러한 고령자관의 이중성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종래의 도서관 서비스론(아동 서비스, 장애인 서비스론 등)의 시점에서 도서관 이용자론의 시점으로 무게중심을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도서관이 고령자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라는 시점에서 ‘고령자의 생활 구조 속에 도서관과 독서가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가’라는 시점으로 무게중심을 이행할 필요가 있다.

  단카이(團塊) 세대의 고령화는 다시 말하면, 인터넷이나 컴퓨터 등의 이용에 저항이 없는 층의 고령화라고도 한다. 즉 그들은 이미 일상생활권 속에서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정보를 수집하고 온라인 쇼핑으로 서적을 구입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러한 생활권에 도서관과 독서가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해독하는 작업이 지금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퇴직 후에 인터넷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는 고령자도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종래의 도서관 서비스론뿐만 아니라 도서관 이용자ㆍ독서인ㆍ정보탐구자로서의 고령자론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2) 도서관 이용에 있어서 고령자관의 이중성

  필자는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이나 독서 행동 등을 검토한 결과, 우선 우리 사회의 고령자관을 문제 삼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 고령자관 문제를 논의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많은 도서관의 이용 안내 등에 그 실마리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몇몇 도서관에서는 ‘장애인ㆍ고령자에 대한 택배 서비스’라는 안내를 하고 있다.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등을 고려한 도서관이라는 의미에서는 중요한 관점이기는 하나, ‘고령자=사회적 약자,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간단히 결부시킨 것이라면 에이지즘 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이러한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과 장애인 이미지의 중복(겹침) 문제, 혹은 고령자 대책으로서의 도서관 이용론은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자 조사 등에서도 더러 발견할 수 있다.9)

  사실 대부분의 고령자는 젊은이에 비하면 이동이 느리고 활자의 크기 등에서 다양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러나 도서관은 복지시설이 아니라 사회교육 시설이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교육 논리나 생활인 논리로 고령자를 보는 고령자관이 필요한 것이다. 고령자를 무조건 사회적 약자=보호의 대상으로 파악한다면 일부 고령자는 그러한 사실만으로도 심기가 불편할 수 있다. 즉, 고령자 서비스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모델과 함께 생활 주체에 대한 교육 모델이라는 이중적 파악이 필요한 것이다.
 

(3) 도서관 이용에 있어서 에이징(aging)의 시점

  도서관을 이용하는 고령자를 교육 모델로 파악한다면 그 배후에 어떠한 고령자관을 두게 되는 것일까?

  필자는 거기에 ‘포지티브 에이징(positive aging)’ 시점을 두고자 한다. 에이징이라는 말은 원래 인생 후반부의 변화 패턴을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과정으로서 형용하는 말로, ‘age=나이를 먹다’는 말에 ‘ing’가 부가된 중성적인 말이다. 노쇠나 노화(senescence, senility, senectitude)와 같은 말에 ‘언덕을 내려간다’는 뉘앙스가 숨어 있는 반면, ‘에이징’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배경에는 인생 후반부의 변화와 경험을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런 인간적 현상으로 바라보려는 자세가 있다.10)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사회에서는 에이징 개념이 위의 원뜻과는 다르게 항간에서 논의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안티 에이징론 등이 그러한 경우이다.11) 이것은 주로 미용성형 분야의 주름 펴기나 체형 유지와 같은 영역에서 논의되는데, ‘에이징에 대한 대책ㆍ예방’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약간 의심스러운 면도 있을 것이다.

  에이징이나 늙음은 그 자체가 병이 아니다. 따라서 의료 행위로 치료해야 할 일은 아니다. 물론 에이징의 진행 결과 생긴 핸디캡(시력 저하, 이동이 완만해지는 것 등)에 대해서 도서관에서는 방도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동도서관 등을 활용하여 병원이나 복지시설에 대한 아웃리치 서비스도 진척시켜야 한다.

  그러나 에이징에는 나이를 먹어 늙음과 죽음에 이른다는 측면과는 또 다른 측면도 있다. 예를 들면, 와인이나 치즈를 숙성시켜 부드러운 맛을 내게 하는 것(mellowness)도 에이징이라 불린다. ‘발효’, ‘숙성’을 뜻하는 에이징이라는 말에는 긍정적인 함의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을 다루기 위한 고령자관에서는 에이징의 이중적 측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늙음에 수반되는 핸디캡에 대한 배려ㆍ대처라는 측면과 나이를 먹음으로써 열리게 되는 지견(知見)에 대한 경의(敬意)와 그 활성화라는 측면이다. 후자의 측면이 에이징의 긍적적인 의미에 관련되는 부분이라고 한다면, 에이징의 긍정적인 측면을 주시하면서 그것을 끄집어내는 작업이 도서관에도 요구된다는 것이다.

 

2.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과 독서 활동의 특징

  도서관 이용이나 독서 활동 등에서 고령자나 중ㆍ노년층의 포지티브한 측면을 찾으려고 할 경우, 그들의 도서관 이용이나 독서 활동의 특징을 알아두어야 한다. 이하에서는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과 고령자의 독서 활동의 특징에 대하여 언급하기로 한다.

  필자는 일찍이 오사카부(大阪府) 마쓰하라시(松原市) 시민의 도서관 이용자 조사 데이터를 토대로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을 수량화하여 분석하였다.

  이 분석 결과는 <표1>과 같다.12)

<표1> 연령층별로 본 도서관 이용자의 유형 변화

연령층

젊은층(29세 이하)

중년층(30~59세)

고령층(60세 이상)

유형

관내 열람

대출

관내 열람

많은 층

남성

여성

남성

 

방문 횟수 빈번

가끔 방문

방문 횟수 빈번

  즉, 도서관 이용자의 이용 패턴을 연령층별로 보면 젊은층과 고령층의 경우 관내 열람이 많고 중년층은 대출형 이용이 많았다. 고령층은 관내 열람이 많지만 그 패턴은 남성이 많이 이용하고, 신문ㆍ잡지 열람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단순 집계 결과를 보더라도 고령자(60세 이상) 중 ‘신문ㆍ잡지 열람’을 위하여 도서관을 방문한 사람은 21%(전체 평균 10%), ‘신문ㆍ잡지 열람을 한’ 사람은 31%(전체 평균 18%)로 신문ㆍ잡지 열람이 고령자 도서관 이용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관내 열람의 비율도 평균보다 높았다.

  이 데이터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이상이 지난 오래된 것이지만 현재의 고령자 이용 패턴과 대동소이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지금도 많은 도서관에서 주로 고령의 남성이 신문이나 잡지를 읽기 위해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 특징을 정리하여 그 특징을 고려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 행동은 독서 행동이나 자료 탐구 활동의 일환으로 영위되는 것이다. 따라서 고령자의 독서 행동 등에 관한 지견(知見)이 도서관 이용 행동의 바탕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면의 지견은 지금까지 충분히 집적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한편, 1979년에 잡지 Educational Gerontology가 ‘독서와 고령자’라는 특집을 구성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다소 오래된 외국의 데이터이기는 하나 현재 고령자의 독서 활동을 고려할 때 시사해 주는 바가 많다.

  이 특집이 주는 첫 번째 시사점은 고령자가 좋아하는/좋아하지 않는 독서 패턴이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표2>에 이 요점을 정리하였는데 오늘날에도 적용되는 부분이 많다고 할 수 있다.13) 특히 고령자가 옛날을 그리는(nostalgic) 이야기를 좋아한다14)는 것은, 오늘날 주목받고 있는 회상법 실천과도 일맥상통하며, 또한 과거에 대한 라이프 리뷰가 60대부터 70대에 걸쳐 상승한다는 데이터도 나와 있다.15)

<표2> 고령자가 흥미나 관심을 보이는/보이지 않는 독서의 영역

고령자가 흥미ㆍ관심을 보이는 영역

자기 능력을 발휘하기 쉬운 것
픽션, 전기, 성서, 웨스턴, 미스터리
신문, 대형 활자본, 여행 관계
성적 표현을 동반하지 않는 가벼운 로맨스 소설
노스탤지어(the good old days)가 있는 이야기
(목적) 독서를 통해 지적ㆍ신체적ㆍ정신적인 재생을 도모한다.

고령자가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는 영역

SF소설, 공포소설
성이나 폭력이 직설적으로 표현되는 것
직업이나 전문성에 관한 것
하우 투(how to) 책
구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
등장인물이 많은 것

 ※ 출전 : Educational Gerontology, 4, 1979, pp.209-222를 토대로 필자가 작성.

  두 번째 시사점은 고령자의 독서 행동이 과거의 독서 습관에 의하여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아울러 학력이나 사회 계층이 높은 사람일수록 독서 행동이 활발하다는 점도 나타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층에 대한 독서 지도나 도서관 서비스의 문제는 이 지점까지 사정 범위에 넣어 논의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 번째로 주목하고 싶은 것은 고령자가 독서를 하는 의의ㆍ목적이다. 여기서는 ‘고령자의 지적ㆍ정신적 재생(renewal)을 위해서’라고 쓰여 있다. 고령자가 좋아하는 영역의 리스트에도 나타나 있듯이 고령자는 바로 도움이 되는 ‘하우 투(how to)’ 식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격, 수험이나 직업을 위하여, 혹은 긴장된 일상생활로부터 도피하기 위하여 독서하는 일도 적을 것이다. ‘지(知)와 노는’ 것에 의한 자기실현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고령자 독서 행동의 보다 근저에 있는 고령자의 문장 해독에 관한 연구는 심리학을 중심으로 상당히 심화되어 있다. 최근의 에이징과 독해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지견이 나타나 있음을 알 수 있다.16)

  ①고령자는 자기 생활이나 관심으로부터 동떨어진 문장을 순서대로 읽고 기억하는 것이 서툴다. 반대로 자기 생활이나
     관심에 따라 글의 요점(gist)을 기억한다면 서툴지 않다. 또한 강하게 감정이입을 한 제재에는 강한 관심을 보인다.

  ②고령자는 자기 페이스로 책을 읽는 것이 효과적이다. 고령자는 문장 해독뿐만 아니라 제한 시간이 설정된 작업을
     잘 못한다. 독해의 속도 또한 고령이 되면 느려진다.

  ③고령자는 문장을 읽을 때에 글의 문맥에 의지하는 일이 많다. 따라서 권선징악 등 문맥을 예측하기 쉬운 내용의 책을
     읽기 쉽다.

  ④고령자의 책 읽기는 선행 지식(prior knowledge)이나 배경 지식이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
     기반이 결여된 제재는 읽기 어려워진다. 반대로 지식은 기억력 등에 대한 부하를 경감시킨다.

  ⑤고령자에 대한 독해 훈련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인다. 여기서의 훈련 포인트는 a. 자기 페이스로 실행할 것,
      b. 지원에 대해 접근하기 쉬울 것, c. 가장 중요한 부분 강조, d. 주의를 산만하게 하지 않는 환경 등이다.

  ⑥고령자의 독해는 그 이전 시기에 어휘나 언어적 기능, 독서 습관을 얼마만큼 습득해 왔는가와 관련된다. 또한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어온 고령자는 독해의 기반이 보다 탄탄하다고 할 수 있다.

  ⑦고령자는 젊은이보다 자기 관심이나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 경향이 있다.

  ⑧고령자는 인쇄 매체보다 컴퓨터 화면에서의 독해를 싫어한다.

  ⑨고령자는 기술(記述)이 이루어졌을 때의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기 쉽다. 따라서 역사적인 사건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기
     쉽다.

  에이징과 문장 독해의 관련 문제는 지금까지 많이 연구되어 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에이징에 의한 감각 기관이나 반응 시간의 저하에 대한 보조로서 고령자의 독서 문제를 고려한다(대형 활자본의 도입 등)기보다는 오히려 고령기에 활성화되는 독서를 강조하는 일일 것이다. 고령자는 사소한 것보다는 이야기의 본질적인 것(gist)을 크게 파악한다고 언급하고 있는 만큼 더욱 그러하다.

 

3. 향후의 과제

  마지막으로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과 독서 활동 지원에 관한 앞으로의 과제를 세 가지만 이야기하겠다.

  우선 첫째로 지적해야 할 점은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 지원에 관한 논거의 문제이다. 다카시마가 지적한 바와 같이,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는) ‘장래성 있는 젊은 사람들에게 보다 많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17)고 하여 고령자에 대한 지원의 우선순위를 낮추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장래성’을 우선시하면 아동 서비스나 청소년 서비스가 중시되는 논거가 될 것이며, 독서 습관의 조기 형성이 결국에는 고령기의 독서로 연결된다고도 볼 수 있다.

  여기서 필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이른바 ‘장래성’이, 사실은 독서에 내재되어 있는 가치를 간과하기 쉽다는 점이다. 젊은층의 독서는 자칫하면 독서의 수단화(instrumentalization)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함정이 따른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수험공부를 위해 도서관이나 도서실을 자습실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한편 고령자의 대부분은 주로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해 도서관을 찾는다. 독서 자체가 목적이므로 거기에는 내재적 보수(intrinsic rewards)가 있다. 보다 본원적인 도서관 이용자는 누구일까?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두 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점은 고령자의 사회 참가 활동과의 연동 문제이다. <표3>은 오사카부(大阪府) 노인대학(수강은 1년만) 수강 수료자의 도서관 이용과 여가 활동 등에 관한 조사 결과의 일부이다. 이를 보면, 동부(東部) 강좌 수강자의 도서관ㆍ책의 이용률이 높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사실 이 동부 강좌는 오사카부립 중앙도서관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대학 강좌의 일부가 도서관에서 개최되는 것만으로도 이처럼 수치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도서관과 고령자의 사회 참가의 장이 연계되었을 때 고령자는 독서 활동에 보다 적극적이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점은 고령자의 특성을 살린 독서 지원 방침에 관한 것이다. 다른 세대와 고령자의 커다란 차이점 중의 하나는 인생 경험의 길이이다.

  회상법이 고령자에게 적합한 교육적 작용(educational intervention)이라는 지적도 있으나18), 과거에 유행했던 영화 등을 시청하는 토의 그룹을 만들거나, 시가(詩歌)와 역사ㆍ개인사를 낭독하여 내용을 음미하는 프로그램도 좋을 것이다. 읽어 주기는 반드시 성인이 어린이나 유아에게 들려주는 활동으로 한정시킬 필요는 없다. 또한 어린이나 유아에게 읽어 주기를 할 경우 고령자가 손자손녀 세대에게 전하는 활동도 중요하다. 옛날이야기는 고령자가 들려주는 것이 더 구수하면서도 박력이 있을 것이다.

<표3> 오사카부(大阪府) 노인대학 수료자의 독서 관련 행동 등 (%)

 

북부 강좌

남부 강좌

동부 강좌*

강좌 수료 후에 참가한 학습 활동

 

 

 

도서관을 이용한 학습
혼자서 책이나 잡지를 읽는 학습

14.2
16.8

18.1
18.1

29.4
29.4

학습 방법ㆍ내용에 대한 관심

 

 

 

책이나 잡지를 읽는다
문학이나 고전
현대 정치나 경제

19.6
57.0
72.2 

21.6
63.9
77.8 

29.9
73.7
79.0 

여가 활동

 

 

 

신문이나 잡지를 읽는다
책을 읽는다

69.0
41.1 

73.7
46.0

77.7
52.4 

전체

504

355

109

※동부(東部) 강좌는 오사카부립 중앙도서관 내에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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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堀薰夫, 『교육노년학의 구상』, 學文社, 1999 참조.
2) 堀薰夫 편, 『교육노년학의 전개』, 學文社, 2006에는 이러한 실천 사례가 나타나 있다.
3) 오사카(大阪)교육대학 생애교육계획론 연구실 편, 『노인대학 수료자의 노인대학에 대한 평가에 관한 조사 연구 : 오사카부 노인대학을 사례로』, 2006, pp.62-69. 이 논문에는 고령자의 휴대전화 보급률 52.1%, 컴퓨터 보급률 59.7%(가족 공용 포함)라는 결과가 나타나 있다(N=997).
4) 예를 들면, NINTENDO DS의 ‘뇌를 훈련하는 어른의 DS 트레이닝’이라는 비디오 게임은 2005년 9월에 ‘경로의 날 수요’라는 현상을 낳았다. (http://www.quiter.jp/db/news/060301nds.html)
5) 예를 들면 『도서관잡지』 1999년 9월호에서는 ‘지금 요구되는 『고령자 서비스』란’ 이라는 특집에서 도서관의 고령자 서비스가 제시되었으며, 노인 보건 시설에서의 그림연극(가미시바이)이나 특별 양호 노인 홈에서의 개인 대출이라는 서비스 활동이 소개되어 있다. 高島凉子, ‘고령화 사회에 있어서의 도서관의 역할’, 『現代の圖書館』30(1), 1992, pp.59-70에서도 미국의 Nursing Home에서의 도서관 서비스 실천 등이 소개되어 있다. 또한 堀薰夫, ‘고령자 서비스의 현상과 과제’, 『現代の圖書館』37(3), 1999, pp.142-143에서는 ‘장애자 서비스 대상으로서의 고령자’라는 시점이 나타나 있다. 고령자 서비스는 시설 입소자에 대한 서비스와 장애인 서비스에 가까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6) 高島凉子, ‘고령자에 대한 도서관 서비스’, 『도서관계』45(1), 1993, pp.73-75의 지적. 高島凉子, ‘미국의 고령자에 대한 도서관 서비스’, 『도서관계』43(3), 1991, pp.138-149도 참조.
7) 高島凉子, ‘공공시설은 고령자에게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 : 도서관의 실천 사례와 도서관 본연의 자세로부터’, 關口禮子 편, 『고령화 사회에 대한 의식개혁』, 勁草書房, 1996, pp.217-221.
8) 예를 들면, 사이타마(埼玉)현립도서관 이용자 조사(2004년 2월 실시, 회답 수 2,375통)에서는 이용자 중 60대 이상은 22.8%, 50대 이상은 42.0%였다. 오사카부립 나카노시마(中之島) 도서관 이용자 조사(2004년 9월 실시, 회답 수 1,108통)에서는 60대 이상 19.5%, 50대 이상 41.1%, 가마가야(鎌鎌谷)시 도서관 이용자 조사(2005년 8월 실시, 회답 수 487통)에서는 60대 이상 25%, 50대 이상 41%였다.
(http://www.lib.pref.saitama.jp/stplib_doc/kato_topi/riyou_chosa/, http://www.lib.pref.saitama.jp/stplib_doc/kato_topi/riyou_chosa/, www.city.kamagaya.chiba.jp/shichoushitsu/seimei/tosyoanketo.pdf).
또한 마쓰바라(松原)시민 도서관 조사(1983년 9월 실시, 유효 회답자 수 3,453통)에서는 60대 이상의 비율은 불과 4.6%였다.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률이 20년 동안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엿볼 수 있다(일본도서관연구회 편 『松原の圖書館)』1984).
9) 예를 들면, 谷本道子ㆍ鈴木香織, ‘아이치(愛知)현 고령자의 공공도서관 이용자에 관한 연구’, 『나고야(名古屋)여자대학 紀要 : 가정ㆍ자연』제44호, 1998, pp.23-31에서는 휠체어 사용자용 카운터의 높이와 BM을 중심으로 언급하고 있다. 大橋一二, ‘고령자와 도서관’, 『도서관계』40(5), 1989, pp.228-235에서는 ‘공공도서관에서의 고령자 대책’이라는 틀의 대강이 제시되어 있다.
10) 堀薰夫, op.cit., 1999 및 堀薰夫ㆍ三輪建二, 『평생학습과 자기 실현』, 방송대학교육진흥회, 2006 참조.
11) 鹽谷信幸ㆍ吉田聰 편, 『안티 에이징의 과학』(『現代のエスプリ』 No.430), 至文堂, 2003 등.
12) 堀薰夫,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에 관한 고찰 : 오사카부 마쓰하라 시민도서관을 사례로’, 오사카부립 노인종합센터 편, 『노인문제연구』Vol.7, 1987.3, p.91.
13) Kingston, A.J. Jr. Reading and the Aged: A Statement of the Problem, Educational Gerontology, 4(3), 1979, pp.205-207. Harvey, R.L. & Dutton, D. Reading Interests of Older Adults, Educational Gerontology, 4(3), 1979, pp.209-214. Romani, D. Reading Needs and Interests of Old People, Library Trends, 21, 1973, pp.390-403.
14) 예를 들면,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의 유행이나 ‘하얀 거탑’ ‘모래 그릇(砂の器)’의 리바이벌 히트 등은 중ㆍ노년층에게 호소하는 향수(노스탤지어)가 품 속에 내재해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15) 堀薰夫, op.cit., 2006, pp.122-143 참조.
16) Meyer, J.F. & Pollard, C.K. Applied Learning and Aging: A Closer Look at Reading, in Birren, J.E. & Schaie, K.W.(eds.) Handbook of the Psychology of Aging (6th ed.). Academic Press, 2006, pp.233-260.
17) 高島凉子, op.cit., 1996, p.217.
18) Merriam, S.B. Reminiscence and Life Review: The Potential for Educational Intervention, in Sherron, R.H. & Lumsden, D.B. (eds.) Introduction to Educational Gerontology (3rd ed.). Hemisphere, 1990, pp.41-58. 

      ■ 글|호리 시게오(堀 薰夫)ㆍ오사카(大阪)교육대학 교수   
      ■ 번역|조재순ㆍ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정보관 도서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