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계 이슈  

 

학교도서관은 개정 도서관법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학교도서관에 관한 사항이 개선되기는커녕 너무나 소중한 법률적  근거 조항 하나를 잃어 버렸다. 그것은 학교도서관에 대한 여러 미사여구를 능가하고도 남을 가장 핵심적인 문제, 바로 인력 배치 근거 조항이다. 학교도서관은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 버려서, 향후 학교도서관 발전에 가장 큰 촉매제요 도서관계의 숙원인 사서교사 배치를 확대해 나가는 데 결정적 타격이 예상된다.

 

1. 당신들만의 ‘도서관법’이 될 것인가?

  도서관계는 지금 잔칫집이다.

  개정 도서관법에 의한 후속 조치들이 속속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행령이 공포되어 시행되고,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발족하고, 문화관광부에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이 구성되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직제도 확대 개편되어 도서관연구소와 국립장애인도서관지원센터가 발족하였다.

  아직 현장에선 피부에 많이 와 닿지 않아도, 도서관운동을 해 온 사람들은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에 제출할 요구안과 기준안을 정리하여 전달하느라 바쁘다. 도서관계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이다. 아직 미흡한 부분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어려운 출발에 대한 격려에 묻혀 이해해 주는 분위기이다. 하여간 뭔가 도서관계의 숙원 과제들이 하나하나 풀려 나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학교도서관계의 속사정은 잔칫집을 이해해 줄 만큼 여유롭지가 않다. 학교도서관에서 사람을 조직하고 운동을 해 온 입장에서, 지금 개정 도서관법이 학교도서관계에 준 치명타는 학교도서관계를 초상집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도대체 왜 이러는가? 뜬금없이 무엇을 살려내라고 하는 것인가?

 

2. 시행령 부칙 2조에서 ‘<별표2> 중 대학도서관과 학교도서관에 대한 사항’을 돌려내라

  이번 개정 도서관법 중의 특징이라면 여러 가지 사소한 기준들에 대한 개정은 다음으로 미루었고, 그것들이 미루어진 것을 이해하는 논리는 향후 그런 미진한 것들을 추진하고 조정할 수 있는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라는 역동적 엔진을 탑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기준들은 미비하더라도 과거의 것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도서관법이 개정되었고 시행령 작업도 이 원칙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학교도서관은 개정 도서관법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학교도서관에 관한 사항이 개선되기는커녕 너무나 소중한 법률적 근거 조항 하나를 잃어 버렸다. 그것은 학교도서관에 대한 여러 미사여구를 능가하고도 남을 가장 핵심적인 문제, 바로 인력 배치 근거 조항이다. 학교도서관은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 버려서, 향후 학교도서관 발전에 가장 큰 촉매제요 도서관계의 숙원인 사서교사 배치를 확대해 나가는 데 결정적 타격이 예상된다. 즉 사서교사의 배치 기준에 관한 구체적 기준 근거 조항이 이번 도서관법 시행령에서 삭제된 것이다.

  여기서 삭제된 조항이란 1987년에 전면 개정되었던 도서관법(법률 제3972호)의 시행령(제 12506호)에 있는 각종 도서관에 대한 인력 배치 기준 <별표2>를 말한다.

  이 조항에 의하면 초등학교 36학급, 중ㆍ고등학교 24학급 이상의 학교에는 꼭 1명 이상의 사서교사가 있어야 한다.
 

<별표2> 사서직원ㆍ사서교사 및 실기교사(사서)의 배치 기준

구  분

배    치    기    준

대학도서관

당해 대학의 학생 수가 1천인 이하인 경우에는 사서직원 4인을 두되, 그 학생 수가 1천인 이상인 경우에는 그 초과하는 학생수 1천인마다 사서직원 1인을 더 두며 장서가 2만 권 이상인 경우에는 그 초과하는 2만 권마다 사서직원 1인을 더 둔다.

학교도서관

1. 국민학교에는 36학급 미만인 경우 사서교사ㆍ겸임 사서교사(사서교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학급이나 교과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를 말한다. 이하 같다) 또는   실기교사(사서) 중 1인을 두며, 36학급 이상인 경우 사서교사 1인을 두거나 겸임 사서교사와 실기교사(사서) 각 1인을 둔다.

2. 중학교와 고등학교에는 24학급 미만인 경우 사서교사 1인을 두거나 겸임 사서교사와 실기교사(사서)   각 1인을 두며, 24학급 이상인 경우 사서교사 2인을 두거나 사서교사와 겸임 사서교사 각 1인 또는 사서교사와 실기교사(사서) 각 1인을 둔다.

  또, 동시행령 부칙 4조 2항에 ‘별표2에 의한 사서직원, 사서교사 및 실기교사(사서)의 배치 기준에 미달하는 도서관은 이 영 시행일로부터 10년 이내에 당해 기준에 적합하도록 보완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삽입된다. 따라서 법 시행 10년 뒤인 1998년 8월 16일부터 위의 배치 기준표를 만족시키지 않는 학교는 모두 불법이 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법 문구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이 <별표2>는 이후 도서관법 개정 과정에서 없어진 듯 보인다. 법제처에서 서비스하는 인터넷이나 법전에도 <별표2>의 학교도서관과 대학도서관에 대한 사항은 이후 도서관법이 도서관진흥법(법률4352호), 또 도서관및독서진흥법(법률4746호)으로 개정되는 상황에서 잊혀진 조항처럼 취급받는다. 그러나 엄연히 현행법이었다.

  이 근거 조항의 삭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전화 통화한, 도서관법 개정을 추진했던 도서관협회 관계자나 도서관정책 담당 공무원도 본 조항이 1994년도에 개정된 도서관및독서진흥법에서 이미 빠진 것이 아니냐는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핵심적인 관련 조항을 살펴보면, 도서관법을 대체한 도서관진흥법 시행령(13342호)과 도서관및독서진흥법 시행령(14339호)에서 모두 부칙 2조의 단서조항에 ‘<별표2> 중 대학도서관과 학교도서관에 관한 사항은 다른 대통령령에서 이에 관하여 정할 때까지 그 효력을 갖는다.’라고 명시하였다. 이는 별도의 대통령령으로 정할 때까지 과거의 도서관법 시행령에 규정된 사서 배치 기준이 법적으로 유효하다는 내용이고, 수차례 도서관법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이 조항은 법적 효력을 당당하게 유지하여 왔다.

  그런데 여러 측면에서 진일보한 이번 도서관법에서, 다른 세부적인 기준은 기존의 법안을 유지한다는 원칙으로 추진되었던 이번 법안에서, 왜 이 부칙 단서조항을 뺏는지는 명확히 밝히고 넘어가야 할 뿐 아니라 이 조항은 시급히 복원되어야 할 것이다.

  이 조항이 있고 없음은 향후 사서교사 정원을 확보하고 타 교과와 조정하는 과정에서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엄연한 배치 기준을 갖고 있는 다른 비교과 교사들과 비교하여 선언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는 조항만 갖고 있는 사서교사는 불리할 수 있다.

 

3. 인터넷 댓글도 함부로 못 지우는데 대한민국 법령을 삭제하다니!

  이 부분에 대한 삭제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강력히 요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문화관광부나 도서관협회의 소극적인 태도나 법령에 대한 세밀한 살핌이 부족했던 것도 이유였을 것이다.

  기존에 있던 그대로 가는 것이 원칙이고, 애초에 예민한 조항이라 예민하게 법률적 근거 단서조항을 꼭 남겨 두었던 것인데 어째서 살짝 사라졌을까? 이 조항의 삭제로 교육인적자원부는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사서교사나 학교도서관계에서 교육인적자원부에 사서교사 티오(TO)를 요구하고 압박하는 데 큰 무기가 되었던 조항이다. 어쨌든 난 이 조항의 삭제가, 최소한 내가 확인한 부분에 있어선, 세밀하게 살피지 못해서 생긴 실수였을 수도 있으리라는 순진한 기대를 아직도 하고 있다.

  어렵게 도서관법을 성사시키려고 애썼던 사람들을 탓하고 싶지만은 않다. 이 부분을 감시하고 입법예고 기간에 정확한 지적을 하지 못한 나를 비롯한 학교도서관계 분들의 불성실함과 알았다 해도 이 조항의 정치적 의미와 파급력을 의미 있게 보지 못하고 집중력 있게 지키지 못한 불철저한 태도를 자책할 뿐이다.

  학교도서관계에서 뜻을 모아 제출했던 사서교사 배치 기준에 대한 부분은 새로운 도서관법에 철저히 반영되지 못하였다. 그것이 여러 가지 현실 논리상 관철시킬 수 없었고 반영되지 못하였다면, 최소한 기존에 있던 조항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고 그것만은 지켰어야 했다.

 

4. 당신들의 도서관법이 아니라 우리들의 도서관법이 되기 위하여

  도서관법 개정에 대해 이제 출발이라고 한다. 도서관계의 많은 요구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여, 도서관법에 의해 짜여진 틀과 권한을 펼쳐 나갈 때이다. 따라서 이런 때에 도서관법 개정 과정에서 의도된 것이었건 실수였건 잃어버린 것부터 최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것이다.

  마침 열린우리당의 김태년 의원이 이 문제에 대한 문화관광부와 교육인적자원부의 미루기를 안타깝게 보고, 또 시민이나 교사ㆍ학생들의 열망을 담아 도서관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도서관법 개정으로 학교 현장에 수천 명의 사서교사 배치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상실했다고 인정한다면, 잃어버린 시행령의 복원과 함께 <도서관법 일부 개정안>부터 통과시키는 데 도서관계의 행정력과 정치력을 모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새로운 것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개정 도서관법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학교도서관계를 초상집으로 만든 바로 그 조항을 일부 복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 개정안 중 ‘사서교사 등’이란 표현이 사서교사만이 아닌 행정직사서, 비사서, 독서지도사 등의 배치로 악용될 소지도 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김태년 의원 발의 도서관법 일부 개정안

도서관법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38조의2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제38조의2(사서교사 등의 배치) ①학교도서관은 35학급 이하의 경우 사서교사 등 1인 이상을 배치하되, 36학급 이상의 경우에는 사서교사 등 2인 이상을 배치하여야 한다. ②사서교사 등의 구체적인 배치   기준 및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나는 과거 도서관정책과가 있던 시절, 학교도서관 관련 정책은 교육청 소속이고 교육인적자원부 업무라면서 한발 비켜가면서 학교도서관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던 문화관광부에 대한 기억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 논리라면 교육청 산하 공공도서관에 대한 정책 지도도 포기해야 되는 것 아닌가? 아니면 과 명칭을 공공도서관정책과라고 바꾸던지. 그래서 나는 지금도 우려하고 있다.

  정말 대한민국의 모든 도서관을 아우르는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이나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라면 그대들을 탄생시키기 위한 과정에서 희생된 학교도서관의 보물 조항을 우선해서 살려내기 바란다.

     글|이덕주ㆍ송곡여고 사서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