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글|한상완ㆍ도서관정보정책위원장

 

 1 6월 19일 아침은 유난히 화창한 초여름이었다.

  어느 한 날이, 우리의 삶에, 우리 사회의 발전과 전진에 무의미한 날이 있겠느냐만, 우리나라의 도서관계에 있어서 이날은 참으로 뜻 깊은 역사적인 하루였다고 생각한다.

  그 연유는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지난해 10월 4일 개정되어 공포된 도서관법에 근거하여 설치되었고, 그 위원회와 기획단이 이날 오후에 정식으로 발족되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영부인 권양숙 여사께서 친히 현판 제막식에 참석하여 위원회 위원들과 기획단 직원들을 격려하면서 시작된 위원회의 발족은 여러 측면에서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첫째, 우리나라가 건국 후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도서관 정보정책을 수립하고 심의, 조정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정부의 13개 부처 장관과 13명의 도서관계와 문화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도서관 종합 발전 계획의 수립, 도서관 관련 제도, 국가와 지방의 도서관 운영 체계, 도서관 운영 평가, 도서관 및 자료의 접근과 이용 격차 해소, 도서관 전문 인력 양성 등에 관한 정책을 수립하고 심의하며 조정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 위원회는 효율적이며 시의에 맞게 정책을 수립할 뿐만 아니라, 교육인적자원부, 과학기술부, 행정자치부, 그리고 문화관광부 등 12개 중앙 부처와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상호 협조하여 정책을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특별시장, 광역시장 및 도지사가 위원장이 되는 『지방도서관정보서비스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운영토록 한다는 점에서 가히 거국적인 차원에서 도서관 문화를 발전, 향상시킬 튼튼한 법적 교두보가 마련되었다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2 좋은 명품 그릇이 마련되었다고 해서 내용까지 명품이 담겨 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 도서관계와 정부는 미국과 영국 등에 이어, 세계에 내놓아 전혀 손색이 없는 명품인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를 노무현 대통령의 미래지향적이며 선진 문화 복지를 추구하고자 하는 결단에 힘입어 빚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문제는 어떻게 이 그릇에 걸맞은 내용을 만들어 담느냐이다. 이 그릇을 창조해 내기 위하여 문헌정보학계와 도서관계는 50여 년의 숙원 정책사업으로, 정부가 이를 수용해 주기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요청하고 설명했을 뿐 아니라 이에 대한 외국의 사례와 이론적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었지만, 그 긴 세월동안 도서관계의 꿈은 쉽게 성취되지 않았던 것이 저간의 사정이었다.

  이제 그 꿈이 실현되었으니 우리 위원회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이 나라에 꼭 필요하고도 적절하며, 미래를 여는 정책 대안을 개발해 낼 것을 다짐한다. 이 소중하고도 역사적인 기구를 통하여 개발하고 제시되는 정책과 대안들이 남녀노소나 학력, 직업의 차등이 없이 편하게 사랑을 받으며, 새로운 정보와 지식, 그리고 싱그러운 정서적 기쁨을 줄 수 있는 문화 복지를 이루고, 학문과 기술을 대가없이 누리고 이용하는 사랑방 같은 도서관 문화를 창출해 낼 수 있도록 우리 위원회와 기획단은 정성을 다하고자 한다.

  우리 세대를 이을 어린이들에게는 도서관을 내 집 안방처럼 안락하고도 기분 좋게 이용하여 무한한 꿈이 영글도록 돕고, 그들이 도서관을 사랑하고 활용하면 인격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쑥쑥 성장해 가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선진국형 도서관을 만들어 주는 일에 정책 개발의 우선순위를 둘 것이다.

  중ㆍ고등학교에 재학하는 청소년들에게는 그들의 교육 단계와 각각의 교과목과 연계하여 도서관을 친근하게 잘 이용하는 일이 진정한 의미의 교육의 중심이며, 실력과 청소년기의 꿈을 이루어가는 소중한 길이라는 생각을 심어 주고, 이것이 학교 현장에서 실천이 되도록 학교도서관을 변화시킬 것이다.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 엄마와 어린 학생이 손잡고 드나들 수 있고, 노년기에 접어든 어른들이 안락하고 편안하게 일류 호텔에 못지않은 모든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최신 자료와 옛 장서가 어우러져 부족함이 없는 공공도서관, 그리고 뉴 미디어를 포함한 디지털도서관 시스템이 완벽한 지식과 정보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음악, 미술 등 예술의 향기를 누릴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춰, 평생 교육과 문화 향수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소중한 삶의 장으로 사랑받는 그런 공공도서관을 차근차근 마련해 줄 수 있는 대안과 실행 계획을 우리 위원회는 만들고 실행에 옮길 것이다.

  그리고 대학도서관 수준의 향상이 대학 수준을 좌우한다는 점을 중시하고, 이의 실질적 발전을 위한 정책 대안도 제시하고자 한다. 지식정보 사회의 중요한 기반은 도서관이고 그 중에도 대학의 우월성을 위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인적 자원이 유일한 우리나라의 처지에서 세계의 우수한 대학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략 중의 하나는 대학도서관의 수준을 대폭 끌어올리는 일이라고 믿는다.

  우리 위원회는 국가대표도서관의 발전과 그 기능을 강화하는 정책도 면밀히, 그리고 차원 높은 시각에서 내놓을 예정이다. IT강국의 강점을 십분 살려 네트워크 사회의 첨병으로서 국민에게 편리하고 부족함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국가 지식정보센터의 기능을 다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국가대표도서관을 갖게 되기를 기대하며 이에 대한 청사진도 그려 나갈 것이다.

 

 3 주사위는 던져졌다.

  위대한 정책 비전으로 국가의 최고 통치자가 결단하여 국회를 통과한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는 그 힘찬 전진의 서막을 이제 막 열었다.

  국민에 대한 수준 높은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확실한 법적ㆍ제도적 터전이 마련되었으니, 이를 책임진 저와 소속 위원, 그리고 기획단 스텝이 혼연일체가 되어 지나치지 않되 미래의 발전에 걸맞으며, 서두르지 않되 결코 실기하지 않는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창출하고, 관련 부처 및 지방 정부와도 긴밀히 공조하여 아름답고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생산적인 위원회가 될 것을 새삼 다짐하며, 여러분의 사랑어린 충고와 화기 넘치는 협력으로 동역하여 우리나라가 문화 선진국으로 전진하는 데 함께하여 주시기를 기대한다.

    글|한상완ㆍ도서관정보정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