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나는 현재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북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3월 북코치로 활동한 지 만 2년이 되었는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그동안의 일들이 마치 옛날영화를 보는 것처럼 머리를 스쳐간다. 하지만 아직도 북코치가 어떤 일을 하는지 감이 잘 안 오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잠깐 소개부터 해 보고자 한다.

  나의 전 직장은 스티븐 코비 박사의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교육하는 한국리더십센터였다. 그곳은 리더십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이나 기업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바로 ‘코칭(coaching)’이었다.

  한국코치협회에서는 코칭을 ‘고객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스스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또한 실행력을 높여 주는 코치와 고객 간의 대화 프로세스’라고 정의하고 있다. 코치가 직접 답을 주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이유는 고객이 그 문제에 대해서 누구보다 고민을 많이 한 사람이라는 것과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신의 역량과 자원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이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갖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때 근본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인식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에선 이렇게 코칭 부서에서 여러 가지 실무를 익히고 나름대로 코칭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다른 한편에선 하늘이 나에게 내려 주신 직업 즉 천직에 대한 고민이 계속 되었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책을 하루 종일 읽으면서 살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이 바로 그것이었다. 적어도 내가 그동안 읽었던 책에서는 천직에 대해서 이렇게 조언을 하고 있었다. 먼저 자신이 평생 할 수 있는 행복한 일을 발견한 후 그걸 직업으로 만들라고 말이다. 나에게 평생 할 수 있는 행복한 일이란 바로 책을 읽는 것이라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는 명백한 것이다. 문제는 그걸 비즈니스화 하는 것인데 그때부터 코칭과의 접목을 고민하게 되었다. 고객이 문제 해결이나 목표 달성에 대한 필요성을 느낄 때 고객의 수준과 해당 주제에 적합한 책을 선정하여 함께 읽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을 해 보자는 것이다. 책과 코칭이 의외로 궁합이 잘 맞았던 것은 독서는 기본적으로 저자와의 대화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해결책을 주입받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어 나감으로써 자기 설득이 되기 때문에 고객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 실행에 옮긴다는 코칭의 이념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사람들은 가끔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일로서 책을 읽으면 힘들거나 지치지 않느냐고. 물론 하루에 한 권 이상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일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치고 힘들 때 다시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것 역시 나에겐 책을 읽는 일이다. 읽고 싶었지만 다른 일정 때문에 뒤로 미루어 두었던 책이나 예전에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책을 다시 읽게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머리가 맑아지고 다시 힘이 솟는다. 천생 나는 책을 읽으며 살게 될 팔자인가 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렸을 때에도 그랬던 것 같다.

  어릴 때에도 워낙 책을 좋아하고 많이 사 모았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 보면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 형편상 어머니께서는 부담을 많이 느끼셨던 것 같다. 읽었던 책을 또 읽고, 들었던 음악을 또 들으면 되지 새 책, 새 음반을 왜 사느냐는 질책은 사춘기 시절에도 꽤 상처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시절에도 부모님께서 서점을 하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교 동아리를 선택할 때도 책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에서는 동아리 활동이 활발한 편이었는데 그 중에서 내가 선택했던 곳은 시문학 동아리였다. 지금도 그리 시와 친하지 않고 재능도 없는 내가 왜 하필 그 동아리에 들어갔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입시 준비에 정신없던 그 시절 그래도 책을 많이 읽고, 시를 써야 했던 그때가 알게 모르게 숨을 쉴 수 있었던 해방구가 아니었을까 싶다.

  내 인생에서 책을 의도적으로 멀리했던 때가 두 번 있었다. 바로 고등학교 2학년 때와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시절이다. 공부를 집중적으로 해야 될 때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남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 창구였던 책을 멀리하자 오르는 성적과 반비례하면서 나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진 것이다.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더 이상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고3 때 다시 책을 잡았고, 태백산맥을 포함하여 미뤄 두었던 많은 책들을 읽게 되었다. 다행히 성적은 그 후로도 꾸준히 올라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으니 천만다행이었다.

  이처럼 나에게 있어서 책은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놀이이자 삶을 배우는 학교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나는 책이 아닌 다른 곳에서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이 낯설다. 물론 드라마도 좋아하고, 영화에도 미쳐 있지만 그때도 그냥 화면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책을 읽듯이 드라마, 영화를 읽는 것이라고 할까. 또한 듣고 싶은 강의가 있어도 강사가 같은 주제의 책을 낸 적이 있다면 강의를 들으러 가기보다 그냥 책을 읽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다. 피터 드러커식으로 말하자면 나는 읽으면서 배우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이처럼 독서를 좋아하는 까닭은 다른 어떤 것보다 나에게 잘 맞는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책을 통해 가장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살면서 궁금한 것이 생기거나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다. 나같은 경우는 주위 사람보다는 책에 많이 의존하는 편이다. 나를 괴롭히는 이 고민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했던, 그리고 해결이 되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풀어야 할 인생의 숙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책장을 들여다보거나 서점으로 달려간다. 물론 매번 내 고민에 꼭 걸맞은 해답을 가진 책을 찾지는 못하지만 책장 가득히 책을 살펴보고 이것저것 뒤져보는 과정에서 머릿속은 깨끗해지고 자연스럽게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마련이다. 멀리 보기 위해 내가 꼭 거인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독서야말로 거인의 어깨 위에서 멀리 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올해로 3년째 직업적인 독서를 하고 있는데 금년의 캐치프레이즈는 ‘One Day, One Book, One Review’로 하고 있다. 하루에 한 권 이상 책을 읽고, 한 편 이상의 서평을 쓰는 것이다. 이렇게 올해 목표를 정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느슨해지기 쉬운 나 자신에게 적절한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이다.

  누구에게도 소속되지 않는다는 말은 쉽게 게을러지기도 쉽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습관은 직업인으로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직업적인 독서인으로서 하루 한 권의 독서는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주일동안 출간되는 단행본의 수는 대량 200여 권 안팎이라고 할 수 있다. 최소한 책에 관하여 전문가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 정도는 읽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하루에 한 권도 많이 모자란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앞으로 조금씩 늘려나갈 계획이다.

  현재는 좀더 성숙하고 능력 있는 북코치로 성장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여 출판전공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그래서 잠시 동안 1대1 북코칭 상담은 쉬고 있다.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고 생각하며 조급함보다는 앞으로의 성장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출판인들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고 있다. 졸업 때까지는 방송이나 칼럼을 통해 간접적인 북코칭을 할 생각이며, 그동안에도 블로그에는 매일 한 편씩 서평을 올리고 있으니 혹시나 날 기다리시는 분이 계시면 그곳을 통해 소식을 지속적으로 전해드릴 계획이다.

  나에게는 작은 꿈이 있다. 형편이 되는 대로 서울을 벗어난 한적한 곳에 개인도서관을 열어 지인들과 하루 종일 책 이야기만 하며 살고 싶다. 그때가 오기까지 세상에 나온 좋은 책들을 잘 정리하고 소화하여 함께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꿈을 향해 지금도 열심히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있으니 가까운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둘러보고 있는 나와 마주치게 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과 평생을 함께 하고픈 이 꿈은 꼭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글|권윤구ㆍ북코치 www.bookcoa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