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 신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추천한 이달의 책]

 

 <역사> 산문기행 : 조선의 선비, 산길을 가다   심경호 지음 / 이가서

‘지자는 요수하고 인자는 요산한다’고 했던가? 조선시대 선비들은 어진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그들은 물보다는 산을 좋아해서 산에 대한 기록, 즉 유산기(遊山記)를 많이 남겼다.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해 산에 노닐던 여행기이다. 이 책은 남아 있는 유산기를 꼼꼼하게 정리하여 민족의 성산, 북부의 산, 중부의 산, 남부의 산, 그리운 산 등 5부로 나누어 35개의 명산에 대하여 55명의 글을 수록하였다. 또 부록으로 산놀이 풍속과 시화첩 제작을 ‘선인들의 우아한 산행’이라 하여 실어 놓았다. 조선시대엔 직접 산에 못가도 이런 유산기를 읽고 스스로 감흥에 젖기도 하여 와유(臥遊)한다고 하였다. 간접 경험인 셈이다. 금강산에 갈 형편이 못 되는 임금이 화가에게 그림을 그려 오게 하여 궁궐에서 감상하며 대리만족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림을 보며 유산기를 읽으면 더욱 실감나는 와유를 할 수 있었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한다. 오직 산을 정복한다는 일념으로 산을 오르고 있는 것이 아닌지? 과연 산을 즐기며 유유자적하는 유산의 즐거움은 어떤 것인지 선인들의 안내를 따라가 보는 맛도 괜찮을 듯싶다. 아니면 저자가 현대판 와유록이라 밝힌 바대로 집에 누워 이 책을 읽으면 편히 산에서 노닐고 온 효과가 있을 법하다.

추천자|정옥자ㆍ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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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 찰칵, 짜릿한 순간   윤광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사진 책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를 내는 저자의 신간이다. 이번 책은 똑딱이 디카를 벗어나 좀더 전문적으로 카메라를 다루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씌어진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 활용에 관한 안내서이다. 이 책에 주목하는 이유는 첫째, 저자의 저서가 언제나 그렇듯이 건조한 매뉴얼 북을 벗어나 이야기와 체험의 세계로 전문 영역을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기존 실용서 출판물은 이용자의 삶이 배제된 채 그 분야의 전문성에만 매몰된다는 점에 아쉬움이 있었다. 둘째, 저자의 관점에 주목할 만하다. 그는 기기에 탐닉하는 자세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기기투자 즉 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감식안과 애정, 적극성에 대해 저자는 일관되게 강조를 한다. 셋째, 오늘날의 삶에서 디지털 기기의 활용이 차지하는 의미와 중요성을 세심하게 설득하고 있다. 과연 사진은 왜 찍고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현명한지를 밝히고자 하는 이 책은 따라서 실용서를 벗어난 실용서를 지향하는 듯하다.

추천자|김갑수ㆍ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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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양> 한국 지형 산책(1,2)  이우평 지음 / 푸른숲

우리는 우리가 사는 땅 한반도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리교사 이우평의 한국 지형 산책>은 독특하다. 보통 우리 사는 땅에 대한 관심이 역사와 문화라면 이 책은 그야말로 한반도의 대표적인 지역 60곳을 골라 ‘지형 산책’을 하고 있다. 이우평 선생은 10년간 전국 산하를 누볐다. 민족혼의 으뜸 산 백두산에서 한반도의 어머니 산 한라산까지, 그리고 백령도에서 독도까지. 그의 여행은 문화여행이라기보다 과학여행인 것이다.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 한반도에는 아름답고 진기한 경관이 곳곳에 숨어 있다. 한민족의 발상지인 백두산과 천지, 일만 이천봉의 수석 전시장인 금강산, 심산유곡을 흐르는 수려한 물줄기 동강, 국내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호남평야, 첩첩산중에 드넓게 펼쳐진 개마고원, 지하 세계의 조각 궁전 석회동굴…” 그를 따라가다 보면 한반도는 정말로 수많은 지질학적 사건을 경험해서 다양한 지형을 갖게 된 소우주다.

추천자|이주향ㆍ수원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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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미리 가 본 오르세 미술관   마리 셀리에, 카트린 푸지오 지음
                 
                 / 유형식 옮김 / 한림출판사

이 책은 <세계 유명 박물관 여행 시리즈> 가운데 세 번째 권으로 첫째 권은 <미리 가 본 루브르 박물관>, 둘째 권 <미리 가 본 대영 박물관>에 이은 세 번째 책으로 19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는 프랑스 거장들의 작품을 모아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든 책이다.
19세기 무렵 프랑스 파리는 예술의 도시로 세계의 예술가들이 오르세라는 커다란 기차역을 통해 들어왔다고 한다. 뒷날 오르세 기차역을 통해 들어온 예술가 가운데 뛰어난 화가들이 많았는데, 20세기가 되면서 비행기가 등장하면서 기차역은 쓸모가 없어졌다. 사람들은 덩치가 큰 오르세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개조하여 프랑스를 대표할 만한 거장들의 작품을 전시하기로 하였다.

이 책은 특히 오르세 미술관의 정원서부터 시작해 입구에서 안쪽의 그림까지 전시된 순서대로 소개하고 있어 실제로 미술관을 둘러보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림에 관련된 짧고도 재미있는 이야기와 설명이 곁들여 있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 우리가 이미 익혀온 화가들의 유명한 그림과 조각들을 새롭게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밀레의 <이삭 줍기>는 세 명의 여인이 등을 구부리고 너른 벌판에서 이삭을 줍는 그림이며, 반 고흐의 <노란 집의 방>은 고흐가 아를이라는 곳에서 머물렀던 집으로 밝은 색으로 칠해져 있으며 보고 있노라면 화가의 영혼에 깃들여진 또 다른 세계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게 한다

추천자|엄혜숙/이상교ㆍ아동문학평론가/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