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 신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추천한 이달의 책]

 

군사주의에 갇힌 근대   문승숙 지음 / 이헌정 옮김/ 또하나의문화

몇 년 전 남자, 구체적으로 병역을 마친 남성들에게 주어지는 각종 채용과정에서의 가산점 제도를 둘러싸고 논쟁이 일어난 바 있다. 이 논쟁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두 측면을 생각하게 한다. 하나는 군사화된 근대성이라는 우리 사회의 특징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 같은 근대성에 의해 시민의 권리와 의무라는 시민성을 부여 받는 과정에서의 남성과 여성 간의 성별적 차이 내지 차별이다.

문승숙의 『군사주의에 갇힌 근대: 국민 만들기, 시민 되기, 그리고 성의 정치』는 이 같은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의미 있는 책이다. 책의 구성이 이론적인 것보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중심으로 역사적으로 서술해 나가고 있고, 다루고 있는 소재들도 병역 등 대부분 일상적으로 접해온 소재라는 점에서 무거운 주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따라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남녀 모두가 한번씩 읽어 보기를 권한다.                                                       

추천자|손호철ㆍ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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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나키스트, 자유와 해방의 전사   김성국 지음 / 이학사

때때로 과도한 이상주의, 허무주의, 파괴주의 등으로 매도되는, 그래서 국가주의, 민족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와 같은 주류 이념의 주변을 맴돌던 조연급 사상으로 폄하되어 온 아나키즘의 한국적 계보를 사회과학적 시각에서 분석한 연구물.

야심적 3부작의 첫 권에 해당하는 이 책에는 단재 신채호에서 유자명, 박열, 유림, 하기락에 이르는 주요 아나키스트 사상가들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소재로 한 한국 아나키즘의 역사가 기술되어 있다.

획득이나 이윤 추구를 향한 사회 경쟁이 가중되는 오늘날 왜 상부상조, 공존공영을 지향하는 아나키즘을 새삼스레 거론하는가? 좌우 이데올로기 구도 하에 여태껏 온전히 평가받지 못한 아나키즘 사상을 올바로 알려 새로운 세계관이 요청되는 문명사적 전환기에 대안적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데 적극 활용하자는 지은이의 지적 충정을 책 구석구석에서 절감할 수 있다.

추천자|김문조ㆍ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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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희의 북유럽 신화(1,2)   안인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신화는 인류의 사유 형식이고, 인간 무의식의 원형이다. 그 신화는 계속 발전되어야 한다. 융이 말했다. 계속 발전되지 않는 신화는 죽어 있는 것이라고.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편중되어 있는 우리들을 새로운 신화의 세계로 인도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사실 북유럽 신화는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나 ‘반지의 제왕’의 콘텐츠 등 다양하게 활용되어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것이다. 북유럽 신화에는 신과 거인, 난쟁이와 예언자, 유령전사 등 온갖 초현실적 존재들이 나오는데,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는 그들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지, 왜 여신은 거인에게 납치당하는지, 인간세계로 흘러들어온 난쟁이의 보물반지가 우리에게 일러 주는 것은 무엇인지 등 북유럽 신화가 담고 있는 다채로운 상징과 사유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추천자|이주향ㆍ수원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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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미래를 여는 역사(1,2)   김한조 지음 / 한겨레출판

이 책은 원작인 『미래를 여는 역사』를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만화로 그린 것으로, 한국측 집필진의 감수를 받았으며, 일본측 집필진도 꼼꼼한 검토와 자료 제공으로 한몫을 했다.

다소 딱딱하게 생각될 수도 있는 역사적 사건과 사실을 만화로 표현해내 어린이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고 있다. 친근한 느낌의 그림과 정다운 캐릭터, 그리고 생생한 사건의 묘사는 커다란 역사의 흐름을 지루하지 않게 읽어나가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만화 사이에 끼어 있는 여러 컷의 자료 사진들은 각 시대를 실감나게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역사에 대한 많은 지식이나 편견이 없는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어린이가 함께 탐험을 떠나 과거의 참혹한 역사를 돌아보며 함께 울며 슬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의 봄이, 중국의 왕타오, 일본 어린이 교코 세 어린이와 시간의 마법사인 개 뽀삐루스가 여행길에 함께 오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추천자|엄혜숙/이상교ㆍ아동문학평론가/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