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ㅣ 도서관 서비스의 세계화  

 

여가 생활이 중요해 지다

  최근 사람들의 관심은 ‘삶의 질’, ‘행복’, ‘웰빙’ 등의 이슈에 집중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미국 하버드대에서 최고 인기 강좌는 ‘긍정심리학-행복론’이고, 현재 미국 100개 이상의 대학에 강좌가 개설돼 있을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또 매년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상품 가운데 웰빙의 개념을 도입한 제품들이 히트상품(예를 들어 매실, 자일리톨 껌, 유기농 브랜드 쌀, 종신보험 등)으로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행복 수준과 삶의 질 수준은 다른 국가에 비해 낮다고 발표되기도 한다. 2006년 영국 신경제학재단(NEF)이 세계 17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행복지수에서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102위로 나타났으며, 2005년 OECD 국가와 비교해 우리나라 삶의 질 수준은 67.5점으로 전체 29개국 가운데 25위에 이르는 최하위 수준임이 발표된 바 있다.

  이제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즉 행복한 삶을 위해 ‘일’ 중심의 생활에서 ‘일과 삶의 균형(Work Life Balance: WLB)’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대해 많은 연구 보고들은 삶의 질 향상, 스트레스 해소, 여유 있는 삶의 영위, 도전정신의 만족감 부여, 자아 존중감 유지와 같은 긍정적인 삶을 경험할 수 있는 영역으로 ‘여가 활동’을 제시한다. 개개인의 여가 활용의 문제가 삶의 질 향상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 제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표1> 국민들의 주요 여가 활동

순위

여가 활동 내용

비율(%)

1

TV 시청/라디오 청취

68.3

2

잡담/통화하기

23.6

3

게임

23.4

4

목욕/사우나

22.9

5

음주

22.1

6

신문/잡지보기

20.5

7

영화 보기

20.4

8

계모임

18.3

9

쇼핑

17.7

10

산책

16.9

자료: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2006).
‘2006 국민 여가 조사 발표 및 여가 트렌드 분석’ 자료집



 

2006년 처음 실시된 <국민 여가 조사>의 결과

  2006년 처음 실시된 <국민 여가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하는 여가 활동으로는 TV 시청(68.3%)이 단연 1위로 나타났다. 그 외에 잡담이나 통화하기, 게임, 목욕, 음주, 신문이나 잡지 보기, 영화 보기 등의 순으로 여가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여가 활동은 대부분 가정 안에서 하거나 상업 여가 시설(목욕탕, 술집, 영화관 등)을 이용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여가 활동이 외부(out-door) 공간보다는 실내(in-door)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장소 귀속적 특성을 가진다고 평가된다.

  실내 상업 여가 시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여가 활동에는 한 달 평균 14만원 정도의 비용이 지출되는데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이보다 평균 10만원 정도의 비용이 더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활동에 따른 비용이 지불되지 않는 가정 내 여가 활동이나 생활권 내에서 가볍게 하는 여가 활동(산책 등)을 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들은 여가 생활을 개선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방안으로 ‘다양한 여가 시설의 확충 및 개방’(78.6%)과 ‘여가 프로그램의 개발 및 보급’(63.3%)을 제시하고 있다. 즉 여가 비용을 적게 지출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늘리고 기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설을 통한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보급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공공시설을 이용한 여가 활동

  <국민 여가 조사>에서 공공 여가 시설의 이용 정도와 만족도를 살펴본 결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공공 여가 시설은 근린공원이나 생활체육공원(60.6%)이었고, 그 다음으로 국민체육센터(23.2%), 산림욕장(14.3%), 동물원이나 식물원(13%) 등의 순이었다. 여기서 국ㆍ공립도서관(11.5%)의 이용은 간헐적으로 이용하게 되는 산림욕장이나 동물원ㆍ식물원의 이용 정도보다도 낮게 나타났다. 한편 이용에 따른 만족 정도에 있어서는 주민자치센터(54.5%), 국민체육센터(51.1%), 종합사회복지관(46.3%)의 순으로 만족도가 높았으며, 국ㆍ공립도서관의 이용에 따른 만족 정도는 40.9%였다.

  공공시설 이용에 따른 만족도는 그 시설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실제로 참여했다고 인식하는 경우에 높은 것으로 나타나, 공공 여가 시설의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이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할 과제로 여겨진다.

  결국, 우리나라 국민들의 여가 생활 경향은 소비 지향적이거나 또는 가정 지향적이며, 상대적으로 공공 여가 시설을 이용하여 여가 활동을 하는 비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 여가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생활권 내 체육시설의 이용률이 높았으며, 이용자의 경우 구체적인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을 통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연령에 따른 공공 여가 시설 이용도 

  이러한 결과를 통해 공공 여가 시설의 역할을 몇 가지로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국민들의 소비 지향성과 가정 지향성의 여가 활동 경향을 중재할 수 있는 공공 여가 시설의 역할이 반드시 요구된다. 생활권 내에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가 시설로 공공 여가 시설이 자리매김해야 가정에서 TV만 보는 여가 시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생활권 내에서 공공 여가 시설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야 할 것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가 시설이 늘어나는 것을 원하면서도 실제 이용률이 낮다는 것은 이러한 시설이 생활권 내에 존재하지 않거나, 수가 많지 않거나, 또는 존재하더라도 노출이 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따라서 공공 여가 시설은 생활권 내로 들어와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실제적으로 이용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공공 여가 시설은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생활체육공원의 이용 만족도(37.4%)가 주민자치센터(54.5%)나 국민체육센터(51.1%), 그리고 종합사회복지관(46.3%) 등의 만족도보다 낮게 나타났다는 사실도 이를 입증한다. 후자의 시설들은 상설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저렴하게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연령별로 이용 정도가 다르다

  공공 여가 시설의 이용 내역을 보면, 연령별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국ㆍ공립도서관을 이용한 사람들 가운데 10대와 20대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대와 20대의 여가 활동이 주로 TV 시청 이외에 ‘게임’이나 ‘인터넷 서핑ㆍ채팅’ 등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면서도, 도서관을 이용하는 계층이 이들이라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표 2> 세대별ㆍ성별 여가 활동의 특성

세대별

여가 특성

성별

여가 특성

10~20대

온라인 활동 중심(게임 등)

남자

단절적-요일 차이 특성

30대

다양한 여가 생활 경험

40~50대

관계 중심 여가(사교모임)

여자

관계 중심 여가

60대 이상

건강 기능성 여가

  이들의 이용률을 학년별로 구분해 보면, 초등학생보다 중학생이, 그리고 중학생보다 고등학생의 국ㆍ공립도서관의 이용률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여가 활동에 대한 내용을 분석해 보아도, 독서(만화책 포함)를 통한 여가 활동 참여율이 고등학생(11.6%)이 가장 높았으며, 중학생(10.1%), 초등학생(7.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20대 대학생 집단은 독서보다는 성인들의 성향과 비슷하게 신문이나 잡지 구독률(7.1%)이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대학 진학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고 학업 시간이 가장 긴 고등학생들의 독서활동이나 도서관 이용이 진정한 의미에서 여가의 의미로 여겨질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게 된다. 고등학생의 독서가 논술시험을 위한 공부의 연장에서 이루어지고, 도서관 이용이 학업 공부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지는 않느냐의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학생 집단에게 공공도서관은 진정한 여가 활동을 위한 장소라기보다는 학교나 학원처럼 학업을 위한 공간의 연장선에서 인식되기 쉽다.

 

행복을 만드는 공간, 도서관

  도서관이 공공 여가 시설로서 제공해야 할 서비스 측면에서 본다면 이러한 조사 결과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첫째, 공공도서관이 학습을 위한 공간만으로 활용되기보다는 주민들의 참여가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진학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초등학생 때부터 독서활동이 여가 활동 가운데 하나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생활권 내의 작은 도서관을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둘째, 연령별로 도서관 이용률의 차이가 있듯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목적이나 시간대가 다를 것이다. 따라서 연령별, 성별, 직업별로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반드시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공공도서관을 여가 활동의 목적으로도 이용하지만 학업의 연장선상에서 이용한다면 그에 대한 욕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작업도 필요하다.

  소극적인 방법으로 초ㆍ중ㆍ고등학생들에게 각각에 해당하는 권장도서를 정하고 이를 비치하는 것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논술 프로그램을 도서관 단위로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사설학원에서 운영하는 대학입시를 위한 논술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되게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를 생활화하고, 읽은 내용을 생각하여 글로 표현하며, 함께 토론하고 창작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10~20대가 도서관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는 사실은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 사회에 존재하는 풍부한 인적 자원인 주부나 노인들의 참여가 아쉬운 대목이다.

<표 3> 초ㆍ중ㆍ고등학생의 공공 시설 이용 순위


전체(N=717)

초등(N=139)

중등(N=138)

고등(N=173)

1

근린/생활체육공원(36.7%)

근린/생활체육공원(41.0%)

근린/생활체육공원(40.6%)

근린/생활체육공원(39.3%)

2

국ㆍ공립도서관(12.8%)

사용 경험 없음(7.9%)

국ㆍ공립도서관(9.4%)

국ㆍ공립도서관(15.6%)

3

사용 경험 없음(9.6%)

국ㆍ공립도서관(6.5%)

사용 경험 없음(7.2%)

사용 경험 없음(9.2%)

4

국민체육센터(7.5%)

국민체육센터(5.8%)

국민체육센터(6.5%)

사용 경험 없음(9.2%)

5

문화의 집(4.5%)

청소년수련관(5.8%)

청소년수련관(6.5%)

문화의 집(4.6%)

  실제로 여가 활동이 생산적이고 다양한 사회에서는 ‘사회성 여가’ 활동의 범위가 넓어진다고 한다. 즉 ‘나’만을 위한 여가 활동의 차원을 넘어서서 나와 다른 사람 ‘모두’를 위해 생산적이고 유익한 여가 활동에 참여하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렸을 때부터 여가 활동으로 붓글씨를 써 오던 사람이 이를 오랜 시간 지속하다 보면 어느 정도 기술을 습득하게 되어,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거나 함께 나눌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지역의 인적 자원인 주부들이나 노인들이 여가 활동을 통해 배우고 익힌 것을 아이들이나 지역 사회에 나누어 준다면 바람직한 여가 활동의 전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따라서 공공도서관에서도 이러한 사회성 여가의 내용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의 독서 능력을 키워 주고, 여가 공간으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습관을 심어 주기 위해서는 자신도 도서관 이용이 취미이고 책 읽는 것을 즐겨하는 노인과 주부들의 자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공공도서관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여러 세대들이 함께 바람직한 여가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각 지역마다 작은 도서관의 형태로 지역 주민들에게 좀더 가까운 도서관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프로그램을 갖추고 지역 사회의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도서관은 일부 학생들의 공부방 대용의 시설이 되거나 몇몇 사람들만이 이용하는 시설이 될 것이다. 따라서 공공도서관은 인프라를 갖추어 나가면서 동시에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 행복한 장소가 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채워 나가야 할 것이다.

     글| 윤소영ㆍ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