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후 곧바로 “이번 주는
어떤 주제일까?” 라는 호기심을 가지고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에서는 사서들이 모여 ‘우리
지역 화젯거리’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었다.
매주 월요일이면 사서들은
한 주일동안 주민들이 원하거나 관심 있는
주제와 자신들이 주민들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주제에 대한 의견을 가지고
회의를 한다. 이런 회의를 통해 주제가 결정되면
사서들은 주제에 해당되는 자료를 수집하여
주민들에게 제공할 정보를 만든다. 얼마 전
공중파 방송에서 일부 영어학원 원어민 교사의
자질에 대한 문제 제기를 방영한 여파인지
이번 주는 ‘우리 지역 영어 교육기관’으로
주제가 결정되었다.
사서들은 우리 지역의 사설
영어학원과 문화원 및 복지관 등 공공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영어 교육에 대한 기본 정보와
더불어 강사들의 프로필을 조사ㆍ수집하여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더 나아가 실제 영어
교육기관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논의로 아침부터 열띤
논쟁을 벌였다.
회의실을 빠져나오자마자
누군가 나에게 커피 한 잔을 불쑥 건넨다.
바로 도서관친구들이다. ‘친친행사’를 하느라
이른 아침부터 도서관 로비에서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친친행사’란 「도서관친구와
친구하기」의 줄임말로 한 달에 한 번 도서관친구의
의미와 활동을 알리기 위해 도서관친구들이
직접 준비한 행사이다. 도서관친구들은 도서관
로비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손수 준비한 차를
건네며 도서관과 우리 지역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우리 지역 도서관친구들은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도서관 역할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공감하는 주민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다. 도서관이 활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도서관 예산의 편성기관과 의결기관을
방문하여 정책담당자와 만나 자료 구입비와
행사비를 늘려 주기도 하고, 자체 기금을 마련해
열람실에 예쁜 꽃들을 장식해 주기도 한다.
또한, 도서관 주차장 유료화에 대한 지역 주민과
도서관 운영자 간의 의견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개토론회를 주선하여, 주차장 질서를
확립하고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주차장을
유료로 운영하되, 발생되는 수익금은 전액
도서관의 자료 구입비로 사용하기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많은 활약을 하기도 하였다.
도서관친구들이 건네주는
따뜻한 차를 마신 후, 곧바로 사무실로 돌아와
회의에 참석했다. ‘지역 사회의 양극화 해소
방안’에 대한 회의였는데, 참석 대상은 도서관
사서들과 우리 지역의 사회복지사들이다. 근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의 하나로 양극화가
거론되면서 사서들은 “도서관이 양극화 해소에
있어 일정 부분을 담당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현재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주로 직접 도서관을 방문해야 받을
수 있는 것들인데, 그러다 보니 자연히 생활에
여유가 있는 주민들과 자녀들이 주요 이용자가
되는 문제점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래서 사서들은
시간적 여유가 없어 도서관에 오지 못하는
주민들에게도 도서관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사회복지사들에게 ‘지역
사회의 양극화 해소 방안’에 대해 함께 논의하여
해결 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오늘 회의에서
사서들은 사회복지사들과 협력하여, 상대적으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동사무소 공간을 활용하여 독서회,
책 만들기 교실 등을 운영하고, 사회복지사가
소개하는 어린이집에서 우리 지역의 동화읽는어른모임과
함께 이야기극장을 순회 공연하기로 하였다.
도서관이 우리 지역에서 가장
소중한 곳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공공도서관의
목적이 사회가 추구하는 목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며, 도서관의 사서가
전문직으로서 주민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이유는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사서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회의를 마친 후, 지금 우리
도서관이 해결해야 하는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인 주민들이 토론할 수 있는 토론 공간
확장을 위한 예산을 마련하기 위한 의회설명회
자료를 만들기 위해 사무실로 성급히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현재 우리 도서관은 다양한
규모의 세미나실이 5개나 있지만 모든 세미나실이
각종 토론회, 공청회 등으로 예약이 모두 되어
있는 상태이며, 토론 공간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토론 공간의 필요성을 잘 설명할까?’
하고 골똘히 생각하면서 오늘 하루를 마감한다.
“도서관이 지역 사회에서
비공식적인 사회 상호작용을 위한 장소이면서
토론회의 장소로 활용될 때 주민 토론은 장려되고,
사서가 여러 공적인 이슈에 대한 강연들과
토론을 지원함으로써 주민 토론을 육성시킬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에서 공유되는 가치들
속에서 지역 사회를 통합하고 지역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중립적인 토론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한 일이며,
사회기관으로서 도서관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게
되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지금까지 내가 꿈꾸고 앞으로
만들어 갈 공공도서관을 그려 보았다. 그러나
현실 속의 도서관은 어떠한가 ?
오늘날 자유경쟁시대는 도서관도
예외 없이 많은 단체 및 기관과 공공자금을
놓고 경쟁하도록 만들었으며, 도서관도 창출하는
효과를 입증해 보여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제, 우리는 도서관을
자신만을 위해 이용하기만 하는 주민들을 도서관으로부터
분리된 손님이 아니라 도서관을 발전시키고
운영하는 데 참여하는 파트너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왜냐하면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주민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개인은 사회 속에서 존재하며,
사회의 발전이 결코 개인의 발전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오히려 풍요로운 사회적 환경 속에서
진정한 개인의 삶의 질 또한 높아지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의무를 지닌다.”는
사실과 함께 사회기관인 도서관의 중요성과
필요성 또한 인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사서의 역할이기도 하다.
사서 한 사람의 작은 실천만으로
도서관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작은 물방울이
모이면 큰 바위를 뚫듯이” 작은 실천 하나하나는
도서관을 변화시키는 기본적인 전제이고 변화의
동인이 될 것이며, 우리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고민하고 그 결과를 반드시 행동으로
옮긴다면 반드시 우리에게 멋진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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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오지은ㆍ광진정보도서관
사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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